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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스토어가는 부자들…인플레가 바꾼 미 소비 패턴
- 트렌드
- 미국
- 뉴욕무역관 김동그라미
- 2023-09-0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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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달러스토어 인기 급상승
할인 폭 높고, 저가 제품 인기로 월마트와 할인매장 찾는 발길 증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개 이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통화정책과 공급망 안정세로 최근 인플레이션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거비 역시 급등 한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 비용의 증가, 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가계 경제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러 중심의 고소득층과 중산층 가구들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실정이다.
달러스토어의 이유 있는 인기
각종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소매 체인인 '달러스토어(dollar store)'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이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잘 알려진 달러스토어의 고객층이 달라지고 있다. 소매점 방문자 수를 추적하는 인마켓에 따르면 최근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방문객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평균 4% 증가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달러스토어 방문 의사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5% 높게 나왔다. 또 이들의 달러스토어 쇼핑도 지난해 39%에서 45%로 늘었다.
<가구당 연 소득별 달러스토어 쇼핑 의향 비율>
[자료: Morning Consult Brand Intelligence Survey, WSJ(그래프)]
웰스파고에서 자산 보유 수준이 높은 개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마이클 리얼스크 어드바이스∙플래닝 부문 총괄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디스카운트 스토어는 오랜 기간 동안 부자들에게 외면 받아왔다”라며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을 패셔너블하게 여겼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돈을 벌고 바가지를 쓰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데이터의 닐 사운더스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소비자가 돈을 아끼기 위해 달러스토어를 찾아 생필품 위주로 쇼핑을 한다”라며 “중산층들도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달러스토어가 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년보다 달러스토어를 찾는 소비층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2009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큰 인기를 얻은 달러스토어 기업들은 매장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고, 리모델링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 달러제너럴의 자본투자 규모는 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또 다른 달러스토어 기업인 달러트리는 전년보다 60% 더 늘린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신규 매장을 열고, 인플레이션 여파로 수요가 급증한 식품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냉장고와 냉동고에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달러스토어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소매업계 트렌드와 대조적이다. UBS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의 5%인 5만 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 유통사 실적으로 보는 미 소비 패턴
미 소매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알뜰 쇼핑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 패턴이 확인됐다. 백화점 매출은 하락했으나 정가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할인점이나 세일 폭이 큰 대형 슈퍼마켓 매출은 강세를 보였다.
월마트는 지난 8월 16일 시장 기대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월마트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152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순이익 역시 5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3억 달러보다 늘었다. 주당순이익은 1.77달러로 금융정보업체인 레피니피브가 예상한 1.62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월마트는 최근 완화된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고용시장이 미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차입비용 증가는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화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 여전히 고소득 소비자를 포함한 고객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그 맥밀론 월마트 최고경영자는 “일자리와 임금, 일부 품목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만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과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높은 차입 비용, 까다로워진 대출 규제, 가계 저축의 감소는 가계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존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주요 식료품과 소형 주방용 가전의 판매 증가로 미루어 볼 때 외식으로 지출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핸드 블렌더와 스탠드 믹서 등 주방 기구의 판매 증가는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하고자 하는 높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생필품 구매가 늘고 저가 제품과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소매업체자체브랜드(PL)의 성장 역시 소비자들이 어떻게 예산의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TJ맥스, 마샬스, 홈굿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할인가에 판매하는 유통체인인 TJX는 지난 2분기 매출은 127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했다. 순이익은 9억8900만 달러로 무려 23% 늘었다. TJX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객단가는 다소 하락했으나 매장을 찾아 지갑을 연 고객 수는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백화점을 찾던 소비자들이 할인점에서 알뜰 쇼핑을 하려는 구매 패턴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TJX와 월마트는 빠듯해진 가계 경제로 할인된 제품이나 저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연간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 백화점 업체인 메이시스와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인 딕스 스포팅 굿즈는 2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이 발표되면서 지난 8월 22일 주가가 각각 14%와 25% 폭락했다. 이들 기업은 팬데믹 이후 경제 재개가 시작되면서 큰 매출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의류와 전자제품, 스포츠용품 같은 임의 소비재 품목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재고 적체에 시달려 왔다.
전망 및 시사점
미 경제는 견조한 고용시장과 탄탄한 소비를 기반으로 고물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대부분의 소득 계층에서 구매 패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B사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는 주로 저소득층이 고물가, 고금리의 압박을 받았다면, 올해는 그 대상이 중산층과 그 이상의 소득계층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저렴한 제품과 높은 폭의 세일을 찾는 수요는 경제 전반과 소매업계 전 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당분간은 이 같은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지출에 부담이 커진 데다 에너지를 포함한 주요 품목의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9월부터 재개되는 학자금 상환이 가계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부자들의 위축도 현실화 됐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초 부자를 의미하는 리치(Rich)와 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을 조합한 신조어 ‘리치세션(richcesseion)’을 제시하며, 고소득층 경제의 침체를 우려한 바 있다.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고, 주식시장의 하락 등으로 순자산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경제지 포춘은 지난 8월 15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고서를 인용, 상위 25%의 소득 분포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리치세션이 눈앞에 닥쳤다고 보도하면서 지난 7월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가운데 연 소득 12만5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의 신청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같은 현상이 올해 초부터 나타났으나 올여름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미 경제는 수치상으로 강력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으나 개인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 인상률을 극복하고자 광범위한 소득 계층에서 알뜰 쇼핑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은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품의 시장 포지셔닝 설정과 적절한 잠재 바이어 발굴, 유통채널 설정 등에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달러스토어를 중심으로 식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우리 식품 업계도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Yahoo Finance, Bloomberg, Bank of America, Fortune, UBS 및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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