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도리안 솔루션 사장

  

 

필자는 이케아(IKEA) 한국 유치를 담당했던 경력을 가지고 2015년에 말레이시아로 와서 세계적인 프랑스계 스포츠 유통업체 ‘데카트롱(Decathrone)의 말레이시아 진출을 맡아 동남아에서 최단기간 내에 1호 매장을 런칭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구축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데카트롱’에서 금년 9월에 독립해 말레이시아에 한국인들의 시장 진출을 위한 컨설팅 회사인 '도리안 솔루션'을  창업하였다.

 

데카트롱을 런칭하는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현지 유명 쇼핑몰과 유력 디벨로퍼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는데, 동남아에 분 한류 덕에 그들이 한국브랜드 입점에도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말레이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을 모아 코리아스트리트몰(Korea Street Mall)을 기획해 실행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고 알게 된 내용을 향후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필자는 ‘스노우볼’,’아웃닭’,’포아트키즈카페’에 대한 현지 사업권을 확보해, 먼저 ‘스노우볼’ 빙수점을 말레이시아 KLCC에 인접한 Avenue-K에 2016년 12월에 개장했다.

  ‘스노우볼’ 말레이시아 1호 빙수점 

자료원 : 도리안솔루션 

프랜차이즈 선정은 현지 한국 동포들 사업과 시장 갈등이나 시장 잠식을 피해서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현지 한인들이 운영하지 않는 브랜드를 한국프랜차이즈 협회를 통해 리스트를 확보한 뒤, 말레이시아 시장에 맞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선정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아래와 같이 브랜드 선정의 몇 가지 원칙을 세웠었는데, 이 내용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젊은 고객들 대상으로 할 것.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약 3천만 명으로 과거 한국의 70년대의 인구 구성비율과 같이 완벽한 피라미드 형태의 인구구조이다. 이는 향후 소비를 이끌 10대, 20대 인구들에 대한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젊은이들을 위한 저가 그리고 한국에서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하는 브랜드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젊은 고객들은 한국과 달리 지출 규모가 크지 않고, 매우 절약하는 습관이 있다. 자녀 교육에서부터 근검 절약을 강요하는 가난한 노동자 출신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성공의 비결로 가치중심의 소비를 강조한다. 따라서 현지 학생 및 젊은이들에 대한 소비는 5~10링깃(1,500원~3,000원) 수준으로 이루어진다. 말레이시아 여행객들 역시 한국에서 오면 이태원, 강남, 홍대 등에서 매우 저렴한 분식 등을 소비하며 고급스럽고 화려한 음식에 대한 접근 기회가 적어 한국 음식에 대한 인식 역시 대중적인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브랜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공간에 대한 시장 분석이 필수적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의 다양한 인종이 조화롭게 살고 있으며 주요 도시 별 인종의 비율 역시도 달라서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에 따른 마켓과 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쿠알라룸푸르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몬키아라(Mont Kiara) 지역의 솔라리스(Solaris) 쇼핑몰에 가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을 타깃으로 하는 BBQ가 많은데, 이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식 음식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실한 무슬림이 많이 있는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과 음식 자체가 존재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브랜드와 음식에 맞는 지역을 선택하거나, 지역에 맞추어 음식을 정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성공하는 것은 3~4개 국가에 동시에 성공하는 것과 같아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 한꺼번에 진출하는 것처럼 많은 노력과 분석이 필요하다.

 

셋째,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어서 많은 분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 분들께서 이곳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계획하실 때, 이 부분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한국에는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이곳 말레이시아는 없으니 한번 해보자’라던지 또는 ‘한국에는 이런 음식이 잘 팔리니 여기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이다.

 

그러나 한국인과 말레이시아인이 다르듯 시장의 성격과 특성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한국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한국과는 다른 마켓이란 것을 인정하고 분석하려는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지 상권에서 그런 아이템이 아직 없거나 자리 잡을 수 없었다면 '일단 거기에는 뭔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신중하게 접근해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내가 한국이란 미래의 나라에서 10년이나 뒤져있는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무엇을 하든지 잘될 것'이라는 무모한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넷째, 가이드라인과 프로세스 그리고 대안

 

다양한 민족과 사고, 그리고 문화와 관습이 존재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관대한 이해와 양보, 그리고 상황에 대한 현지화가 필요한데 이는 단일민족으로 살아왔고, 일본과 미국 등의 선진국 시스템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인내의 상황이 될 수 있다.

 

매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역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미얀마 등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말레이시아인들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역과 문화적 특성,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인종은 다양한 관점의 사고와 관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시간과 자금의 정확한 분석과 실행이 필요한데, 잘 모르다 보니 막연하게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반대로 미흡한 결과를 가지고 대충 다음 단계로 나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며, 프로세스에도 항상 지연과 위기 상황의 발생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유 있게 일정과 자금, 인적자원 관리를 해야 한다.

업체를 선정하거나, 사람을 채용할 때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항상 만들어 놓고, 업체와 사람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왔기에 단일 민족인 한국인의 사고와는 다르게 이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관계와 결과를 통해 사업을 파악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섯째, 협상 능력과 법적 검토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모든 사업과 업무에서 법적 검토가 필요하며 상황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각각의 조건을 협의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며 이는 임대업자들과의 계약 조건이 다른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각각의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력이 중요하며, 계약서 체결 전에 충분한 협상과 협의를 통해 최종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대동하거나, 현지 사정을 아는 이들을 구성해서 협의를 시작하는 게 좋은데, 말레이 건물주와 쇼핑몰 소유주들은 개인 입주자들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상세히 알기에 초반에 미진한 협상으로 시작하게 되면 향후 대부분의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말레이시아에 입지시킨 ‘데카트롱 스리 다만사라’ 매장은 현재 전 세계 최고 매출을 능가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회사의 철저한 시장조사, 프로세스와 장기간의 집요한 협상을 통해 이끌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이길 수밖에 없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전략을 위해 약간은 천천히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빠른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충분히 기다리면서 철저하게 유리한 협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필자 역시 경험으로 체득했고 확신을 갖게 됐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