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제조업 현지화 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북미 투자진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창출한 미국 전체 일자리 중 한국은 1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성공적인 투자진출과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 고용은 매우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현지의 노동시장 환경을 이해하고 관련 법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8월 23일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미 동남부 한국 경제 협의회에서 KOTRA 애틀랜타 무역관은 현지 경영 전문가와 우리 진출기업을 연결해 투자진출 애로해소 상담회를 개최했다. 상담 가운데는 미국 노동법 이슈 및 노조 현황, 인력 소싱방안, 노동시장 현황, 인력채용 절차, 고용 시 주의 사항, 안전관리 등 고용과 관련된 이슈들이 다수 포함됐다. 또한, 법률회사 Burr & Forman의 황인구 변호사가 ‘미 노동시장의 이해 및 주요 노무 이슈사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미국 고용시장의 여러 주제를 다뤘다. 그 가운데 우리 진출기업들이 미국 노동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연방고용법

미국에서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할 주요 연방 고용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법의 대부분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들이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기준국(WHD, Wage and Hour Division)에서는 노동자 보호법의 관리 및 시행을 담당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연방고용법은 개인이 나이, 성별, 이민상태, 종교, 언어, 장애 등의 조건으로 인한 고용 차별을 받지 않으며, 정당하게 일한 시간에 대해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법안들을 포함한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주요 법안들>

[자료: Burr&Forman, 미 노동부]

위에 언급한 법안들에 근거해 한국 기업들의 직원 채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채용 공고에 특정연령을 명시해서는 안 되며, 특정 성별을 선택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 과거에 한국 채용공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신체 건강한 지원자'와 같은 문구도 신체 상태를 선택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불법에 해당해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문구는 장애를 가진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이며, 장애가 있는 직원을 위해서는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존재한다. 또한, 전현직 군인에 대한 차별 금지로 인해 군병역 여부에 따른 우대는 할 수 있으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주에 따라 적용이 다른 법들도 있다. 조지아와 앨라배마의 경우 취업 지원자를 대상으로 과거 범죄 기록을 포함한 형사기록을 요청할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의 경우는 채용 이전에 형사기록을 묻지 못하는 법률을 도입했다. 따라서 '형사상 결격 사유가 없는 지원자' 등과 같은 문구는 금지된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경우는 기혼 여부에 따른 고용상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Burr & Forman).

OSHA 안전규정 위반 벌금 인상

미국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정 가운데 하나인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는 근로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미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에서 관리하고 시행한다. 업무상 위험을 줄이고 직장에서의 부상, 질병, 사망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OSHA 안전규정은 1970년에 제정된 연방법으로 미국 전체 50개주의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일반 사기업뿐만 아니라 연방 및 주, 지역 정부 기관 근로자들의 안전도 포함한다. 또한, 근로 현장 이외에도 미국에 유통되는 산업용 기기의 안전성도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미국에 사업장을 가지는 우리 투자진출 기업뿐만 아니라 각종 설비 판매 수출 기업도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무환경 조사는 일반적으로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지며, 현장 검사 외에도 전화나 팩스를 통한 조사가 행해지기도 한다. 규정 위반 시에 벌금이 부과되는데, 2015년 의회는 벌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물가에 따라 매해 조정할 수 있는 연방 민사 벌금 인플레이션 조정 개선법(Federal Civil Penalties Inflation Adjustment ACT Improvements Act)을 제정했고, 이에 근거해 2024년 생활비 조정에 따라 OSHA 민사 벌금액이 인상됐다. 새로운 OSHA 벌금은 올해 1월 16일부터 적용됐다. 심각한 위반은 최대 벌금 건당 1만5625달러에서 1만6131달러로 인상됐으며, 고의 또는 반복 위반에 대한 최대 벌금은 기존 15만6259 달러에서 16만1323달러로 인상됐다.

<산업안전 보건청 2024 벌금>

OSHA 안전규정 위반에는 제조 시설 환경뿐만 아니라 직원 교육이 미비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진출기업의 현지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우리 진출 기업들은 안전한 사업장 환경 조성과 함께 직원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해야한다.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 공장의 노조 가입 증가 움직임

2023년 9월 전미자동차노조(UAW, The United Auto Workers)는 포드와 스텔란티스, GM의 자동차 제조 빅3의 동시 파업을 실시했고, 회사 측과의 임금인상 협상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제조회사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주요 내용은 2028년 4월까지 27% 복리 임금 인상 및 생활비 조정, 수십억 달러 투자, 3년간 최고 임금 인상, 퇴직 및 연금 인상 등을 포함한다. 합의 사항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에도 실시되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 투자한 배터리 제조사 얼티엄셀즈와 포드의 배터리 생산시설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유례없는 높은 성과에 힘입어 UWA는 작년 11월 폭스바겐과 AG, 테슬라 등을 포함한 14개 자동차 제조업체에 노조를 조직해 노조원을 현재보다 두 배 늘리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캠페인 활동의 하나로 올해 2월에는 2026년까지 노조가 없는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의 노조 설립을 위해 4000만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The Detroit News, 2024.2.). UWA에 따르면, 14개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동자 1만 명 이상이 UWA가 자신을 대표하는 데 승인했으며, 테네시주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은 근로자 대부분이 승인카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올해 4월에 UAW 가입을 위한 찬성 투표가 실시됐고, 결국 찬성 2628표, 반대 985표로 약 73%의 찬성을 얻어 노조가 결성됐다. 

테네시 폭스바겐 공장은 전 세계 폭스바겐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근로자 대표가 없는 공장이었으며, 지난 2014년과 2019년에 UWA가 노조 결성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던 곳이다(NPR News, 2024.4). 미 남부에 소재한 여러 자동차 관련 제조 공장들도 노조설립에 대한 비슷한 시도가 수년 동안 실패했으나, 이번 폭스바겐의 노조 설립으로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지 귀추가 주목됐다. 노조 결성 결과에 테네시뿐만 아니라 텍사스, 사우스 캘로라이나, 미시시피, 조지아 애라배마 주지사들은UAW가 4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노조 결성을 늘리려 하는 노조운동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노조 설립 지역에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할 것이며,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와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표명했다.

올해 5월에는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도 5200여 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조 설립 추진과 관련한 선거가 치러졌으나 찬성 2045(44%), 반대 2642표(56%)로 과반수를 넘지 못해 노조 결성은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UWA는 회사 측이 선거 이전에 약속한 임금인상과 복지 혜택 개선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미 노동관계 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 선거 결과 거부 및 새로운 선거 실시를 청원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되고 있다(AL.com, 2024.6.21.).

한편, UWA는 지난해 시작된 캠페인 이후 앨라배마주 현대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30% 이상이 노조 가입 카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현대 자동차는 2023년 11월에 2028년까지 시간당 임금을 25% 인상하는 임금 체계를 발표했으며,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1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The Detroit News. 2024.2.).

미 남부지역은 노조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으나, 최근의 노조 설립에 관한 움직임과 UWA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한 변화에 우리 진출 기업들의 주목이 필요하다.

<2023 연평균 주별 노동조합 가입률>

[자료: Bureau of Labor Statistics]

시사점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4만2000개가 증가해 7월 일자리 증가보다는 높지만, 예상치인 16만에 못 미치며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8월 이후 가장 부진한 8월 일자리 증가율로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의 위협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Forbes, 2024.9.).

<8월 창출된 신규 일자리 수 변화>

(단위: 개)

[자료: Federal Reserve Bank]

한편, 미국 직장인들의 임금 만족도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임금 수준에 만족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56.7%로 지난해 대비 3% 줄었으며, 베네핏에 만족하고 있는 비율은 56.3%로 지난해 대비 8% 감소했다. 승진 기회에 대한 만족도 또한 44.2%로 지난해 대비 10%나 감소했다(Federal Reserve Bank, 2024.7.).

노동시장의 낮은 성장률과 직장인 만족도 저하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진출기업들은 고용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테네시 경제협력부의 해외투자 진출 담당자인 A 씨는 KOTRA 애틀랜타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진출 기업들이 로컬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고용인들을 잘 케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높은 월급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고용환경 차이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데서 시작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고용인들이 바로 진출기업이 속한 커뮤니티의 일원이고 지역 정부를 대표하는 대표자들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끌어내는 출발점은 바로 이러한 고용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노동자 보호법과 안전 규정 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는 우리 진출기업들이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뒤 향후 안정된 운영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Atlanta Journal-Constitution, Bureau of Labor Statistics, Burr & Forman, Detroit News, Federal Reserve Bank, Forbes,  NPR News, OSHA, ROK-SEUS, U.S. Department of Labor, Wage and Hour Division, KOTRA 애틀랜타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