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물류 효율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 주자 아마존(Amazon)은 물류의 속도, 정확성,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물류창고 운영에 도입해 왔다. 아마존의 스마트 물류는 기업이 지닌 막대한 영향력과 물량을 바탕으로 미국 물류 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마트 물류 시장

물류 뉴스 회사 GlobalTradeMag의 따르면 전 세계의 스마트 물류 시장은 2032년까지 기준 약 1750억 달러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에 아마존의 자동화 기술이 물류 업계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 물류는 정부의 지원 아래 더욱 추진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미 연방정부는 2021년 11월 15일에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을 제정하여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법은 도로, 철도, 항만 등 물류 인프라의 개선과 자동화 기술 도입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 우정공사(USPS), 교통부(DOT), 국토안전부(DHS) 등 주요 부처는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무인 배송 및 로봇 배송 시스템 실증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키바 시스템에서 시작된 로봇 혁신

아마존의 로봇 자동화는 2012년 로봇 기술 스타트업 ‘키바 시스템(Kiva Systems)’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키바 로봇은 선반을 들고 이동하는 자율주행형 로봇으로, 기존의 고정형 컨베이어 벨트 방식보다 훨씬 유연하고 공간 효율적인 솔루션이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로 발전해 전 세계 175개 이상의 아마존 물류센터 중 약 50곳 이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키바 로봇의 핵심은 사람이 물건을 찾으러 이동하지 않고, 로봇이 상품이 담긴 선반 전체를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이동 시간을 절감할 뿐 아니라, 물류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미국 내 주요 거점인 캘리포니아, 켄터키, 텍사스 등지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스마트 창고>

[자료: 아마존]

다양한 기능의 로봇이 창고를 지배하다

아마존 로보틱스는 키바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 발전된 로봇도 연이어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로테우스(Proteus), 카디널(Cardinal), 스페로(Sparrow)라는 세 가지 로봇이 있다.

·  프로테우스(Proteus): 프로테우스는 2022년에 공개된 로봇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최초의 ‘완전 협업형’ 로봇이다. 기존의 키바 로봇이 특정 영역에서만 작동했던 것과 달리, 프로테우스는 사람과 동일한 공간에서 충돌 없이 이동하며 선반이나 카트를 운반할 수 있다.

·  카디널(Cardinal): 카디널은 무거운 상자나 화물을 자동으로 들어 올리고 분류하는 고정식 로봇이다. 머신러닝 기반의 비전 시스템을 활용해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경로로 분류 작업을 수행한다. 육체적으로 고된 반복 작업을 대체함으로써, 작업자의 피로와 부상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스페로(Sparrow): 스페로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제품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집어내는 고급 로봇이다. 기존 로봇들이 취급하기 어려웠던 비정형 물품에 대해 정확한 ‘픽 앤 플레이스(Pick & Place)’ 작업을 가능하게 만들어, 포장 전 단계의 자동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아마존 ‘카디널’ & ‘스페로’ 로봇>

[자료: 아마존]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로 창고 전 과정을 통제

아마존의 스마트 물류는 로봇뿐 아니라, AI 기반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면서 완성된다. 이 시스템은 재고 위치의 자동 최적화, 주문 분류의 자동화, 실시간 재고 파악, 배송 경로 설정까지 물류센터 운영의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통합된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은 상품의 위치와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며, 오류율을 최소화하고 포장 단계에서의 실수를 크게 줄여준다. 이와 함께 IoT 센서, 라이다(LiDAR), 실시간 위치 추적 기술이 결합되어, 수천 대의 로봇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로봇이 수행하는 모든 작업은 자동으로 데이터화되며, 아마존은 매일 수백만 건에 달하는 로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는 이후 창고 설계 개선, 알고리즘 고도화, 신규 기술 개발 등에 활용되며, 전체 공급망 운영의 지능화를 가능하게 한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의 분류 작업을 더욱 간소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인 VASS(Vision Assisted Sort Station)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테스트 중이다. 이 시스템은 컴퓨터 비전과 프로젝션 기술을 활용해 작업자가 화면이나 핸드헬드 디바이스를 참고하지 않고도 정확하게 소포를 분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VASS는 먼저 다수의 소포가 모인 정적 버퍼 구역을 형성하고, 선택해야 할 소포에는 녹색 원형(‘O’), 선택하지 말아야 할 소포에는 빨간색 도형을 투사해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동시에 목적지별로 정해진 가방들이 자동으로 작업자 앞으로 이동하므로, 작업자는 자리를 이동할 필요 없이 정해진 위치에서 소포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

도입 효과

아마존이 물류창고에 도입한 로봇 기술은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 안전성과 직무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로봇이 무거운 선반이나 화물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대신 수행하면서, 직원들은 반복적인 들어올리기·이동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아마존의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기술을 도입한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상률이 약 40% 감소했으며, 이직률 또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송 차량 내부에 적용된 VAPR(Vision Assisted Package Retrieval) 시스템의 초기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드라이버의 인지적·육체적 피로감이 67% 감소하고, 배송 경로당 평균 30분의 시간이 절약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전체적인 물류 처리 속도를 높여,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시사점 및 전망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물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면서, 물류 효율성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의 안전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자동화된 시스템과 로봇 기술은 주문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작업자들의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어 부상 위험을 낮추며, 동시에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물류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도 강화되며, 향후 자율주행 차량, 드론 배송 등 혁신적인 기술들이 실용화되면서 배송 속도와 비용 절감 효과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마존과 같은 거대한 자본을 지니지 않은 일반 물류기업의 경우 로봇 기반의 물류 자동화를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운 면도 존재한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물류기업 대표 D는 “물류 창고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몇 대 기계를 들여놓는 개념이 아니라 인프라와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데, 그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아 현재처럼 통상 이슈 등 다른 비즈니스 위험 요소가 많을 땐 제약이 걸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규모에 따른 도입 시기의 시차는 존재할지라도 최근 미국 물류 업계에 부는 로보틱스 바람이 향후 추세란 사실엔 동의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효율성과 안전성,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인 물류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기대된다.

자료: GlobalTradeMag, Congress.gov, 아마존,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