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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 공급망 구축 노력... 한국 기업의 기회요인을 살펴보다
  • 트렌드
  • 미국
  • 워싱턴DC무역관 장석일
  • 2024-12-02
  • 출처 : KOTRA

주요 선결 과제로 꼽히는 핵연료-기자재-인력-파이낸싱, 민관 협력으로 해결 '잰 걸음'

이미 확보되어있는 기술과 자원, 시장성 확보시 공급망 진입 언제든지 가능한 것으로

원전 확대라는 기회와 공급망 자국화라는 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 R&D 등 신중한 전략적 판단 필요

지난 1115,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 대한 농축 우라늄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앞서 5, 미국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35%)를 고려해 2027년 말까지 유예 조항을 만들어 놓았으나, 러시아가 오히려 즉각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며 맞대응을 한 것이다. 다만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이번 수출 제한 조치에 미국으로의 공급을 허용하는 특별 라이선스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며 미국에 대한 수출 재개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바쿠에서 개최되고 있는 COP29에서 미국은 2050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 이행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었는데 자못 찬물을 끼얹는 이 소식에 업계는 다시 한 번 원자력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원자력 공급망 구축' 주요 과제

 

과거 미 에너지부는 2022년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 심층 분석 보고서(Nuclear Energy Supply Chain Deep Dive Assessment Report)에서 공급망의 주 위협 요소로 우라늄(HALEU 포함) 등 핵연료의 높은 해외 의존성, 파이낸싱, 인력 부족, 대형 압력용기와 같은 일부 부품의 대외 의존도 등을 꼽은 바 있다. 같은 부서에서 올해 발간한 선진 원전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Pathways to Commercial Liftoff : Advanced Nuclear Report)에서도 산업화를 위한 중요 과정으로 인력 확보, 연료 공급망 확보, 기자재 공급망 확보를 꼽으며, 재정 문제를 중요한 걸림돌로 규정했다.

 

핵연료 공급망, 높아지는 우라늄 가격에 미국 우라늄 산업 재주목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원자력 공급망의 핵심이다. 미국 에너지관리국(EIA)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원전 운영사들이 구매한 우라늄 중 오직 5%만이 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별로는 캐나다(27%), 카자흐스탄(25%), 러시아(12%), 우즈베키스탄(11%), 호주(9%)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중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볼 수 있는 '확실한 동맹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국가는 캐나다와 호주밖에 없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요인이다. 


< 미국 원전 운영사 구매 우라늄 원산지(최근 5개년) >

[자료 : 미국 에너지관리국(EIA)]


또한 우라늄을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농축 공정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낮지 않았다. 2023년 미국 기업들이 구매한 3400만 파운드의 우라늄(U3O8) 중 미국 농축시설로 보내진 것은 39% 수준이었으며, 같은 해 미국 원전 운용사들이 구입한 농축 우라늄 1500만 SWU(분리작업량)에서 미국산은 28%였다. 미 에너지관리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외산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27%), 프랑스(12%), 네덜란드(8%), 영국(7%), 독일(6%)에서 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SMR을 비롯한 선진 원전의 주된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HALEU(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공급망이다. 세계 원자력 협회에 따르면 대량으로 HALEU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에 불과하고, 이 중 상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러시아의 Tenex 밖에 없다. Tenex가 80년대 중반 300만 SWU를 농축가능할 때 미국은 약 2730만 SWU를 소화가능했다. 그러나 30여년 뒤 양 국가의 위상은 역전됐고, Tenex가 연간 약 2660만 SWU를 농축할 때 미국은 최대 470만 SWU 수준까지 감소했다.


< 미국 원전 운영사 대상 우라늄 농축 서비스 제공 국가(연도별) >

[자료 : 미국 에너지관리국(EIA)]


다만 국가 차원에서의 안정적인 공급망의 필요성, 그리고 높아지는 우라늄 가격으로 인한 경제성으로 미국 내 우라늄 산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UxC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파운드당 약 미화 24.63 달러로 추산되던 우라늄 가격은 꾸준히 상승, 올해 1월 약 100.25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언급된 러시아의 수출통제 소식이 발표되자, 2025년 11월 인도 기준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당 미화 84달러로 약 4달러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와이오밍과 콜로라도, 그리고 남부 텍사스에 우라늄이 매장되어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enCore ,  우라늄 채굴을 재개했다. 지난 11월 19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있었던 원자력 업계 컨퍼런스에서 접한 enCore 에너지 관계자는 텍사스 내 우라늄 매장지는 연방 토지가 아닌 개인 소유의 땅이 많아 협상에 시일이 걸리곤 있으나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1월, 미 에너지부는 센트러스 에너지의 자회사에 HALEU 국내 농축 시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는데, 지난 2023년 11월, 약 1년만에 20kg의 HALEU를 농축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발 우라늄 수출 제재로 시끄럽던 시기에도 센트러스는 테네시주 오크릿지에 농축 시설 확대를 위한 6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의 핵연료 공급망 자국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부도 센트러스를 포함한 4개사에 최소 200만 달러 규모의 우라늄 농축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마련한 예산으로 핵연료 공급망 자국화에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위 계약으로 확보한 HALEU를 ARDP 사업의 지원을 받는 테라파워나 X-에너지의 SMR 운영 및 개발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2023년 체코 CEZ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VVER 핵연료를 공급받기로 협의하고,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도 센트러스와 원전연료 공급계약 주요조건 합의서를 지난 2024년 9월 서명하는 등 자국 공급망 안정을 넘어 국제 핵연료 공급망에서도 미국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 2023 국가별 농축 우라늄 수출 현황>

(단위: US$ 백만)

[자료 : 스태티스타]


대형 주단소재 대외 의존도 심각한 기자재 공급망, 2050 원자력 에너지 3배 목표에 기업들 재진입하나


미국 에너지부는 24년 보고서에서 자국의 원전 기자재 공급망이 "2024년 현 시점에서는 3.5세대 원전의 신속한 확대 배치를 지원할 정도의 역량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3.5세대 원전들이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경수로형 2세대 원전과 기술적으로는 유사한 만큼 대다수 기자재의 경우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으나, 대형 주단소재와 주기기 공급망의 대외의존도가 그 원인이다. 


< 미 원전 기자재 공급망 진단결과 >

[자료 : 미국 에너지부(DOE)]


에너지부는 '2050년 원자력 에너지 3배' 선언을 현실화하려면 매년 약 13GW 용량의 신규 원전을 배치해야하는데, 현 미국의 주단소재 공급 역량은 연간 3GW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에는 미국에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같은) 3.5세대 대형 원전에 필요한 압력용기를 비롯한 (원자력 등급의) 주단소재 공급망이 없어 외국산(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또 각 부품을 대형 주기기로 조립하기 위한 역량도 제한되고 있다고 봤다. 


업계 전문가들도 보고서의 내용을 뒷받침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 소재한 주단소재 기업들은 한국 대비 제작가능한 최대 직경과 길이가 작으며, 웨스팅하우스와 BWXT의 미국 내 제조 설비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부품과 기자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원자력 등급의 대형 주단소재 공급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SMR의 경우에도 이름과는 달리 주기기 자체는 대형원전 이상으로 대형화될 수 있기 때문에, SMR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도 대형 주단소재 공급망 확충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 웨스팅하우스 AP1000 국제 공급망의 일부 >


[자료 : MPR Associates, 미국 에너지부(DOE) 제출 용역보고서 발췌]


다만 미국 기업의 제조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최근 오스틴에서 있었던 텍사스 원전 업계 컨퍼런스에서 Jimmy Glotfelty 텍사스 선진 원자로 워킹그룹 의장은 "텍사스 안에만 석유화학에서 사용되는 U-스탬프 등급 압력용기 제작사가 여럿"이라며 "이들이 원자력 산업에 시장성에 대해 확신과 확보된 주문수량만 충분하다면 빠른 시일 내로 원전 등급의 압력용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 A씨는 "미국 내 원자력 등급 인증(N-스탬프) 보유 기업 숫자의 감소는 일감이 부족해서 유지를 포기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일감만 확보되면 인증 재취득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도 원자력 등급 인증(N-스탬프)의 취득 및 유지가 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투자로 꾸준한 주문과 시장성에 대한 담보가 선행돼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Glotfelty 의장은 "2025년 텍사스 의회에 텍사스 내 원전 공급망 강화를 위해 주지사 명의로 7가지 입법 제안을 할 예정"이라며, "그중 하나는 공급망 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Texas Nuclear Energy and Supply Chain Fund)"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세대 이후 선진 원자로 기자재 공급망은 상황이 약간 다른 것으로 보인다. 고온가스나 용융염, 액체소듐 등으로 냉각을 하는 4세대 원자로의 경우, 미 에너지부는 연료공급 시스템이나 관련 장비 등의 경우 신속한 공급망 확대가 도전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도 2023년 보고서에서 업계 설문조사를 통해 단기간 내 4세대 원자로 주요 기자재를 시장수요만큼 공급하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선진 원자로 주요 기자재 공급 역량 자가 진단 결과(미국 내 업체 대상) >

[자료 :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GAIN]


과부족한 인력, 그런데 노후화까지... 원자력 업계, 신규 인재 유치 가능할까

 

작년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미 원자력학회(ANS) 동계 총회에서 웨스팅하우스 관계자는 Vogtle 3·4호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프로젝트 기간에 거의 단 하루도 목표했던 만큼의 용접 인력이나 전기 기술 인력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던 적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쓰리마일 사고 이후 미 원자력 업계가 한동안 침체를 겪으며 신규 인력 진입이 감소한 여파가 아직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원전 업계의 인력들은 타 업종보다 평균 연령이 높으며, 많은 인력들이 은퇴 나이를 앞두고 있다. 2024 미국 에너지 및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17%55세 이상이며, 60%30세에서 54세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30세 이하인 사람들은 전체 인력 중 23%에 그쳐 다른 에너지 산업계의 평균인 29%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11Wall Street Journal Pro Sustainable Business는 해마다 원자력공학(Nuclear Engineering) 학사 학위를 가지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어 다시 찾아올 '원자력 르네상스'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크릿지 과학 교육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원자력 공학 학위를 가지고 졸업한 대학생은 전부 454명으로 2012년에 비해 25%나 감소한 숫자다반면에 필요한 인력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2024년 미국 에너지부는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내 약 10 100GW 수준의 원자력 발전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종사 중인데, '2050 원자력 에너지 3배 선언'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27만5000명의 건설 인력과 10만명의 원전 운영 인력의 추가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2050년 까지 미국에 필요한 원자력 업계 인력 추정치>

(단위: 천명)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스크린샷 2024-11-22 091453.pn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43pixel, 세로 577pixel

[자료 : 미국 에너지부(DOE)]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원자력 산업 인력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 연방은 지난 9Consolidated Appropriations Act of 2024를 통과시키며 약 1억달러를 원자력 안전 교육 및 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창설하는 데에 배정했다. 올해 산학 협력을 통해 원자력 안전 교육 과정 개발 및 교육 시행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50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며, 내년 2분기에도 추가적으로 50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뭐니뭐니 해도 '머니'... 빅테크, 원전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세주가 될까


미 원전 확대에 있어서 결국은 비용과 자금 조달 문제다. 민영화된 미 전력시장 구조상 수익성 관리를 위해서 비용 관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작년 뉴스케일의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도 소요 예산이 기존 추정치보다 50% 이상이 초과했기 때문이고, 30여년 만의 미국 내 첫 대형 원전 건설 시도였던 V.C.Summer도 지연되는 공기와 이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비용으로 건설을 중도에 포기했다. 최초 98억 달러였던 소요예산이 23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경제성이 문제가 되고 있어, 천연가스 발전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패배한 미국 내 많은 원전들이 운영 라이선스 기한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운전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먼저 원전 건설 및 운영 파이낸싱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다.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Clean Electricity Production Tax Credit과 Clean Electricity Investment Tax Credit 프로그램은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에 대한 생산·투자에 세액공제를 제공, 자본 비용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서도 에너지부 산하 LPO(Loan Programs Office)에서 직접 융자나 보증지원 등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미 원전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출력 증강과 폐원전 재가동과 관련해서도 IRA 세액공제 프로그램의 수혜여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원전 업계의 가장 큰 재무적 조력자로 빅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재가동이 계획되고 있는 쓰리마일 1호기 원전으로부터 20년간 전력 공급을 받겠다는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구글도 SMR 개발사인 카이로스 파워와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2035년까지 최대 500 MW 규모의 SMR을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배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이나 오픈AI의 샘 알트만도 X-에너지, 오클로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전력 확보에 나섰다.


2028년 재가동이 예정된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 >

Three Mile Island Nuclear Power Plant

[자료 : 미국 에너지부(DOE)]


업계 관계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말한다. 또한 탄소중립 에너지원 중 원자력, 특히 SMR이 빅테크 기업들이 꾸릴 청정에너지 그리드에 있어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에 대해 주목할 거라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과 같은 형태의 전력 구매계약이나 SMR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 확대와 미국 중심의 원자력 공급망 재편, 기회와 위협 속에서


미국은 작년 COP28의 원전 에너지 확대 선언에 이어 이번 COP29에서는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자국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원자력 선진화법(ADVANCE Act)이 초당적으로 통과됬던 만큼, 내년에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전 확대가 우리 기업에 무조건 적인, 당면한 기회로만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데이터센터발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많은 발전 기업들이 기존 부지에 신규 원자로 건설을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1차적으로 이들은 출력 증강 사업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원자력 기업과 인터뷰 결과, 미국 내 출력 증강 사업은 원전 계측제어(Instrument & Control)를 잡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Framatome가 주로 수주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의 낙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기존 공급망을 뚫고 유지보수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원전 업계의 보수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원자력 기자재 공급망 시장을 바라볼 때 2세대 원자로 시장과 3.5세대 시장을 분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SMR 개발사의 기술 총책임자는 KOTRA 워싱턴 무역관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90기 이상의 2세대 원전을 운영하고 있어 신규 건설이 한동안 없었음에도 충분한 규모의 경제 유지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공급망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려면 기존 제품 대비 30% 이상의 파격적인 조건의 단가 인하가 아니면 배송 리드타임 문제나 신뢰성 등의 문제로 뚫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4세대 원자로 기자재와 같은 새로 생겨날 수요를 겨냥할 것"이라며 한국 원전 기업들을 위해 제언했다. 


또 그는 "4세대 원자로는 더 높은 압력, 더 높은 온도, 더 강화된 안전 요구 사항 등으로 인해 기존 3세대 대비 새로운 기자재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압력용기를 비롯한 주기기용의 새로운 소재나, 자동화 기술이 접목된 열교환기 등과 같은 제품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구형 원전의 확대 움직임 속에서 강화된 안전 규제로 인해 사이버 보안 뿐만 아니라 물리적 방호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강화된 방호문 등도 주목할 것"을 권유했다.


국은 그동안 러 국이 주도하던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을 천명했다. 현 시점에서는 한국, 일본 등과의 국제적 공급망 공조를 통해 원전 수출 시장 개척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 원전 업계는, 특히 대형 주기기 업체 위주로, 미국의 원전 수출 확대 속에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기술력이나 제조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 만큼, 수익성이 담보되는 순간 미국 기업들이 언제든지 공급망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공급망 자국화 노선을 취하는 만큼, 다시금 세계 최대의 원전 시장이 될 미국 공급망에의 빠른 편입을 위해 현지화도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아울러 아직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4세대 원자로 등 선진 노형에 대한 R&D와 기술 표준 제정에 선제적으로 나서 대형 주기기 제조 역량과 프로젝트 관리 노하우 외의 새로운 '엣지'를 개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미 에너지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미 에너지관리국, 로이터통신, 월스트릿저널, KOTRA 워싱턴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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