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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쿠웨이트 사막과 바다 그리고 눈물
  • 외부전문가 기고
  • 쿠웨이트
  • 쿠웨이트무역관 이삼식
  • 2014-12-26
  • 출처 : KOTRA

 

쿠웨이트 사막과 바다 그리고 눈물

- 바이어와 만날 때 알아두면 좋은 쿠웨이트人 정서와 사막텐트 문화 -

 

심현섭 쿠웨이트 한인회 회장

 

 

 

며칠전부터 사막 텐트를 준비했노라고 놀러오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아 오후에 멀리 있는 사막으로 먼지를 가르며 조심스럽게 가보았다. '잘 오셨어 아부(Abu) 재운! 어서 와' 라는 식의 인사, 얼굴을 맞대며 반갑다고 와서 고맙다는 생각인지 어떤 사람과는 세 번 네번의 얼굴 맞대기 인사를 한다. 반가운 이들과는 코도 맞대는 인사를 대신하며 '카시믹(Khashmik)'이라고 소리를 높인다. 아랍 대추가 나오고 아랍 커피가 따라 나온다. 달짝지근한 대추를 두 개나 먹고 아랍 커피를(머그잔을 흔들지 않자) 또 따른다. 두 번째는 잔을 흔드니 더 이상 따르지는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텐트안에 편안한 의자, 간이 탁자 그리고 TV가 받치는 탁상은 이미 신이 났다.

 

아랍인은 자기를 찾아와 주는 걸 호의로 생각한다.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는 지인의 상황을 이야기 하다보니, 낄낄대고 웃거나 호탕하게 웃는 일도 생기니 텐트 안이 금방 따뜻해진다. 텐트에 들어갈 때 문수가 보내준 한국배를 한 상자 들고 갔더니 무슨 배가 이렇게 클수가 있느냐면서 신기해하고 물 많은 한국배를 눈밭에 장화 걸어가는 소리로 먹기 시작했다.

 

몇 사람은 벌써 한국말로 인사를 할 줄 안다. 울산이 어떻고 여수가 어떻고 한국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자랑으로 벌려 놓았다. 여름에 한국을 다녀온 녀석은 한국의 젊은 여자는 옷을 안 입은 것 같다며 박장대소한다. 어떤 사람의 손에 든 아이폰을 갤럭시로 바꾸라고 제안하자 여러 사람이 동의한다. 그리고 갤럭시의 좋은 점 이야기가 찻잔 속으로 들어간다. 카메라의 화상이 최고라는 말에 아이폰 소유자의 입을 봉해 버린지 오래다. 내 전화기에서 울리는 카톡, 왓츠업(Whatsapp)의 특유의 발신음과 다른 음의 경쟁으로 텐트 안이 조용하기는 이미 떡 사먹었다.

 

텐트 옆에 메어 놓은 낙타가 유난히도 하얀색이다. 낙타 젖을 양푼에 가지고 들어와 마시란다. 특유의 비린내가 진동한다. 털도 몇 개 보인다. 아..이거구나. 옆 텐트에서 지나가다가 힐긋 처다보는 아이의 눈망울은 유난히도 크고 맑아 보인다. 어떤 애는 유노 갱남 스타일(You know? Gangnam Style?)하고 달려간다. 텐트안이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 옜날 영화를 한번 보자고 제안을 해 보았다. 바다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생각이 나고 전에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제목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바다야 그만 됐어'라는 현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바다 진주 조개잡이로 생활을 하는 어촌의 생활과 사랑, 빚에 독촉에 쪼들리는 형편, 어부의 일을 얻기가 쉽지도 않았기에 간절한 부탁을 해야 겨우 바다로 가는 다이버가 되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 길목에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갑과 을의 갑질이 어김없이 나온다. 간신히 다이버라는 4개월 짜리 일자리를 얻어 신참 Masaud가 바다로 나갈 때 약혼자 Nora의 간절한 목소리 '빨리 왔으면 해' 이 소리에 진주도 따고 돈도 벌어 가난을 면하고 결혼도 하고 싶은 Masoud의 가슴은 얼마나 벅찼을까?

 

그 사이 4개월도 못 참아주는 Nora의 부모는 가난한 젊은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보다는 돈 많은 남자가 좋다 싶어 결혼을 시켰고 그것도 모르고 있는 Masoud는 열심히 다이버 노릇을 했지만 바닷속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4개월이 지나 부두로 들어오는 배를 기다리는 어촌의 모습은 어수선하지만 기대에 찬 어촌의 기다림 그리고 돌아와야 할 신참 어부 Masoud지만 아버지에게 전해지는 것은 조개를 담는 빈 망태뿐. 가난 때문에 자식이 바다에서 죽었다고 망연자실하는 아버지는 가난의 서러움에 북받쳐 울고,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어머니의 애끓은 절규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어렵게 살았던 예전 쿠웨이트 시절의 장면을 그린 '바다야 이제 그만' 이라는 영화 때문에 나도 눈시울이 젖었다. 사막안의 분위기도 숙연해졌고 젊은 친구도 눈물을 닦고 있었다.

 

오늘 현지인을 찾아 간 것도 잘 한 것 같고, 영화를 보면서 감성을 건드렸으니 잘한 것 같다. 오늘의 사막 텐트 방문은 잘한 것 같다. 다음은 밝고 신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자고 해야겠다.

 

낮에 사막 텐트를 찾아 갈때는 점 같이 보이던 하얀 텐트가 밤이 되니 캄캄한 사막에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주변이 라스베가스의 밤 풍경을 닮아 가려고 한다. 목요일은 한국 FC 꿈나무 어린이 사막 텐트 모임이 있단다. 그래서 사막에 사람의 정으로 모래성을 쌓는구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 공기가 차다 심호흡을 해 본다. 기분이 좋은 밤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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