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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루마니아에서 루마니아인과 공존하는 법
  • 외부전문가 기고
  • 루마니아
  • 부쿠레슈티무역관 이길범
  • 2014-06-25
  • 출처 : KOTRA

 

루마니아에서 루마니아인과 공존하는 법

 

Noerr 최성국 전문위원

 

 

 

현대인들로부터 다양한 평을 받고 있는 하멜의 표류기는 중세 조선의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이방인이 겪는 다양한 문화적 충격을 담담한 서체로 풀어나간다. 파란눈의 네덜란드인 일행이 17세기 조선을 관찰하고 남긴 글은 현재 우리시각에서는 우리 한민족 조상이 아닌 전혀 다른 민족에 대한 기록처럼 보이는 구절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일반 서민들의 비위생적인 생활과 관료들의 고질적인 부패, 그리고 민관을 막론하고 나태한 생활이 일반화되었다는 평이다. 급한 성격으로 인해 아시아의 아일랜드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인들이 과거엔 꼭 하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다수의 외국인들로부터 게으르다라는 평이 있었음은 여러기록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이방인들의 평가를 손쉽게 한민족의 특성으로 단정하기에는 많은 함정이 있음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고 있고 이를 경제 및 정치적 발전, 교육 등과 밀접한 관련을 지어 설명할 수 있는 여유까지 갖게 되었다.

 

수백년이 흐른 지금 루마니아에서 사업을 하거나 근무를 하며 현지인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종종 혼란을 겪으며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해야 할지 종잡기 힘든 때가 발생한다.

 

아주 단순한 업무에 수일을 허비한다던가, 사무직 직원이 8시간 근무 후 남아 있는 업무를 팽개치고 칼퇴근 할 때 뒤에서 이를 착잡하게 지켜보는 한국인들은 루마니아 직원들에 대해 저마다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원래 서양인들은 칼 퇴근하고 자기계발이나 가족에 봉사하는 전통을 중요시 한다던가, 과거 공산주의 체제의 영향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풍습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한편 업무효율은 기대이하이나 여흥을 즐기는데는 열심인 루마니아인들을 보며 내리는 해석도 다양하다. 본래 라틴민족들이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라틴민족이 아니라 발칸지역 민족들의 특성이라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전통인지, 민족성인지, 관습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통에 대한 정의를 두산백과사전을 빌려 살펴보자 “광의로는 과거부터 전해진 문화유산을 말하며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파악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객관적인 존재로 과거로부터 현재에 전해진 사상, 관행, 행동, 기술 등의 양식은 관습이라 해야 함이 옳다.

 

글로벌화된 사업환경속에서 다문화(Multiculture)를 접촉하며 이해하고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잘못된 이해로 인해 전통을 관습이나 인습으로 오인하거나 그 정반대의 해석을 내릴 경우 자칫 현지인들과의 감정적 충돌이나 만성적인 생산성 저하라는 문제에 당면할 수 있다.

 

루마니아 직원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내재적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한 후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하급자의 업무상 실책이나 실수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인습은 자연스럽게 하급자의 습관적인 거짓말과 핑계, 책임회피 등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루마니아 뿐만 아니라 과거사회주의 국가, 권위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폐이기도 하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업무가 있음에도 마무리 짓지 않고 퇴근하는 현상은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낮은 임금수준에 크게 기인한다고 보여지며, 정시퇴근은 상대적으로 책임과 의무가 가벼운 일반근로자들에게 허용되는 권리라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유럽의 공통된 기업문화이기는 하나 급여 및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도 늘어나며 근무시간도 자연스럽게 증가됨으로 강요나 압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상사의 눈치를 보며 불필요하게 오래 남아 있거나  불요불급한 업무가 아님에도 근무시간 후에도 남아 일하는 우리의 관습이 시정되야 할 사안이라 생각된다.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숨죽여 왔던 루마니아인들은 자본주의로의 회귀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직 시장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여정속에 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을 비롯한 각종 사회 시스템이 큰 혼란을 겪었으며, 이는 직접적으로 사회에 배출되는 인재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국의 직장인, 기업인들이 중시하는 높은 책임감, 업무의 질, 시간엄수 등이 루마니아인들이 중요시하는 상호존중, 명확한 책임의 한도, 구체적인 업무 지시 요청등과 종종 충돌이 되곤 한다.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환경에서 문화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라 지적한다.

 

회식이나 사내 동아리 문화가 없는 외국에서 현지직원들과의 소통을 확보하는 통로가 한정적이기는 하나 연수원 합숙, 세미나, 분임토론, 각종 이벤트등을 통해 꾸준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다만 유의할 것은 소통의 단계를 지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관계는 당사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조직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루마니아의 직장문화는 특정인이 상사와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다고 판단될 시, 동료직원들이 해당직원의 직무태만, 월권행위, 업무상 배임 등의 행위에 눈을 감고, 당사자 또한 상사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악용하여 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타 직원들위에 군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기업인들은 인사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며, 정직원에 대한 비균형적인 신뢰나 호의를 보이는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루마니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경우, 루마니아의 문화와 관습, 전통등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키워 문화적 차이, 전통 등을 빙자한 직원들의 업무기피, 책임회피 등을 방지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루마니아 내 기업운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업무시스템을 갖추어 업무와 관련된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이를 운용하는 인재의 질이 떨어질 경우 시스템 운용성과는 기대를 넘어설 수가 없다. 루마니아의 저렴한 인건비에 연연하여 무조건 싸고 준비가 덜 된 인력만을 선호할 것이 아니라 비용이 들더라도 검증되고 다문화에 열린 자세를 갖춘 인재들을 엄선하여 채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루마니아에 투자한 목적을 달성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한국 신입사원 급여정도면 루마니아에서 충분히 검증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구할 수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지 않던가.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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