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장의 노무관리는 '기준'이 필요하다

IBS컨설팅 이평복 고문

여름철이다. 사무실에는 반바지, 핫팬츠 차림에,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출근하는 젊은이도 눈에 들어 온다.

사무실에서 웃통을 벗거나 잠옷을 입고 근무하는 직원이 없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

다민족, 다문화에 어떤 통일된 표준도 존재하기 힘든 중국에서는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행동에 아무런 레드라인이 없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회사의 취업 규칙에는 직원의 복장과 구두까지 세세하게 규정해 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필자가 처음 접한 중국회사의 취업규칙에서 가장 의아함을 느꼈던 것은 바로 복장 규범이었다. 예를 들어, 남자의 구두는 갈색에서 검은색 범위 안이어야 하고, 와이셔츠의 색깔은 어때야 하고, 여자의 스커트는 어느 선까지 허용되고, 여름에는 민소매와 반바지가 금지되고, 슬리퍼는 신으면 안되고... 등등

마치 국민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 행동규범 구절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중국생활이 오래되면서 이런 중국식 규칙시스템에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기준"을 중시하는 나라다. 공항화장실이건 기차역 대합실이건 대중이 모이는 장소면 어디든 각종 표준과 규칙이 벽에 빠짐없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젠가 한번은 자동차를 사러 중국 4S점에 가서 출납창구에 돈을 내러 갔다가 뒷쪽 벽에 출납 직책규정이라는 큼직한 글씨체의 상세한 규칙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사람마다 소질의 폭이 크고 인력 유동성이 심하니,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안돌아가는 것이 중국사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방사람은 술 마시면서 자기 잘났다 허풍떠는 얘기를, 남방사람은 차 마시면서 장사하고 돈버는 얘기를 즐긴다고 한다. 산동 공인은 회사 구내식당에 밀가루 만토우가 나오지 않으면 불만을 토하고(산동에는 쌀보다 밀가루가 주식임), 어느 지방에서 온 공인은 생선류가 하루라도 안나오면 밥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어느 공장의 한국 총경리가 하소연한다. 그래서 3찬 담는 배식판이지만, 여러 지방출신 공인의 입맛을 고려하여 6찬을 매일 준비해 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쌀밥에 김치... 같은 전국 통일의 표준 식사메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마다 성격도 생활환경도 언어조차도 다른 광대한 중국대륙에서, '기준'을 만들어 놓지 않은채 알아서 따라오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망상'에 불과하다. 중국은 '기준'이 필요한 사회다. 전국적인 통일 '기준'의 창시자는 진시황이다. 문자의 기준 통일, 도량형의 기준 통일을 통해 벌써 2000여 년 전에 이 큰 대륙의 통치에 필요한 '기준'의 주춧돌을 놓았으니 말이다.

회사의 취업규칙에도 상벌이나 휴가외에 반드시 직원의 '행동규범'에 대한 항목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인사하는 방법, 전화받는 태도, 복장까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명확한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요구된다. 안지키면 지킬때 까지 반복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경고와 함께 벌금을 물리는 것도 필요하다.

유첨의 모 강소성(江苏省) 기업의 직원행위규범은 참으로 특이하다. 필자도 이런 행위규범은 처음본다. 2~3페이지에 보면 입지말고 신지말아야 할 복장과 신발에 대해 아예 사진까지 찍어 명시해 놓았으니 말이다. '기준을 명시하는 형식과 표현에는 제한이 있을수 없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는 것이 베스트이다. 유첨 사례처럼 문자에다 시청각자료까지 겸비하여 활용한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아닐까?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