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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21세기 러시아 비즈니스 상관행을 이해하고 그들의 속도에 따라가라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주한일
  • 2013-12-13

 

21세기 러시아 비즈니스 상(商)관행을 이해하고 그들의 속도에 따라가라

 

LS네트웍스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 전명수

 

 

 

최근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에 국가 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그러들지 않는 추세를 보면, 과거와 같이 한시적인 국가 정책의 이벤트성으로 끝날 분위기는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를 위해 러시아 중앙정부에서도 극동개발부 신설, 극동개발펀드 창설 등 실질적인 추진 전담 조직을 재정비하는 걸 보면 그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한 추진의지를 갖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매진하는 상황이다.

 

한번 관료를 임명하면 웬만해선 조직개편도 하지 않는 것이 러시아 스타일이지만 최근 부진한 극동개발 성과에 대한 피드백으로 핵심 수장인 극동개발부 장관과 극동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에 대해 문책인사를 단행하는 걸 보면 그만큼 러시아에 있어 극동개발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인사의 원칙을 두는 모양새도 과거의 러시아와 비춰보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지난 2012년 9월 극동지역의 핵심 거점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러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유치한 APEC 이란 대형 국제행사의 개최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극동개발 행보를 시작했다. 덕분에 APEC 준비를 위한 대형 인프라 구축사업들이 최근 몇 년간 극동지역 경제를 견인했는데, 정부기관에서 발주하는 대형 관급사업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된 모멘텀이었다.

 

필자는 본격적인 러시아 경제성장 가도의 초창기였던 2000년대부터 종합상사에서 러시아 사업을 담당하며 다양한 사업모델로 거의 모든 러시아 지역을 다니며 사업개발을 경험해왔다. 2011년부터는 블라디보스토크로 근무지를 옮겨 APEC 이전 단계부터 POST APEC 단계의 지금까지 극동지역의 경제 흐름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 시장 일선에서 느꼈던 필자의 견해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러시아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결같이 느끼는 부분인데, 러시아 업체와 미팅해 그들의 니즈를 청취하다 보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큰 축에서는 무슨 사업을 원하는지는 명확히 알겠는데, 사업에 대한 세부항목이 너무 미비한 것이 부지기수이다. 가령,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싶은데 "건설에서 위탁운영비까지 포함해서 대략적인 제안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설계해서, 어떤 기능을 적용해 달라는 것인지" 명확한 니즈가 없다.

 

요약하면, "부지는 확보했는데 어떻게 밑그림을 그려야할 지 자기들에게 대략 제안해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기업 스타일을 봤을 때 "대략이란 말"은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아무리 대략적으로 제안서를 준비한다 해도 최소한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마저 러시아 측에선 대답이 시원치 않다.

 

이렇듯 러시아 측에서 사전 아이디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시작 초기 단계부터 마찰음이 발생하니 결코 만만치 않은 러시아 비즈니스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러시아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 기업이 러시아 측과 미팅하고 나면 절로 한숨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제 막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인데 외국 기업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또한 "사업예산 조달계획은 준비하고 협의하는 것인가?"라며 답답함을 갖고 독백하곤 한다. 러시아 측에 물으면 대답은 명확하다. "모든 계획은 준비돼있다. 다만 추진단계부터 협력이 필요해서 귀사와 이야기하는 것이다"는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 업체의 요구에 대응해서 선제안하고 나면 진척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회신이라도 빠르면 그래도 양반이다. 사업실현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함흥차사이다. 이후에 확인해보면 "검토 중"이라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다. 멀게는 1년 후가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를 갖고 필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1. 러시아에선 처음 만나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아이디어 베이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고 어이없어 한숨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 측에선 다르다. 러시아 상관습을 보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절대 핵심을 오픈하지 않으며 주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을 탐색한다. 상대방의 기업 철학, 러시아 사업 경험, 해외 사업 비중 등 여러 질문을 던져가며 "상대방과 협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들의 척도를 갖고 가늠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사업들이 추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 비즈니스는 "사업의 구상단계부터 실현시점까지의 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스타일인 것이다. 다만,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번에 추진하자니 막대한 않은 예산이 들다 보니 순차적으로 단계별로 추진하는 형태가 러시아의 특성 중 하나이다.

 

2. 러시아 업체는 '상대방이 아이디어를 공유해주며 함께 기획해주는 협력 스타일'을 아주 선호한다. 아이디어 베이스를 갖고도 상대방이 해당 사업에 대해 성의 있는 소개 자료를 준비해서 피드백을 주면 조금씩 신뢰를 보여주며 정보를 오픈하기 시작한다.

 

또 한 가지 팁이 있다. 러시아 업체들은 "만약 우리가 귀사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추진하겠다"는 가정을 두고 열정적으로 브리핑해주는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 러시아 업체와 미팅에 앞서 몇 가지 시니리오를 미리 준비해서 미팅에 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럼 우리 입장에선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대응해야 할까?

 

1. "러시아 비즈니스는 본래 사업 구상에서 실현 시점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애초에 마음을 먹고 러시아 속도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우리가 먼저 성급해서 속도를 추월하면 "될 것도 안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러시아는 시간이 걸리는 시장이니 시작 단계부터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향후 참여 기반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전략으로 중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러시아 속도에 맞춰 따라가야 쉽게 페이스를 잃지 않고 모멘텀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지지부진하고 명확하지 않은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먼저 속도를 추월해버리면 향후 사업 기회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가 생각지도 않을 때, 1년 전에 제안해서 협의했던 사업이 어느 날 "계약을 준비하자"며 연락이 온다. 이것이 "러시아 비즈니스"이다. 진출에 성공하면 기득권을 확보하며 표본이 될 수 있고 쉽게 퇴보되지 않는다. 이것이 “러시아 비즈니스”이다.

 

2. 선택한 러시아 파트너의 자존심을 마지막까지 지켜주며 무한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파트너가 경험도 없고 어눌해 보여도 그 지역에선 대부분 리더급에 속한다. 물론, 사업이 부진하다 보면 당연히 좋은 분위기가 연출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과거에 서로가 언급했던 약속들에 대해 "왜 그때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느냐"며 서로 갑론을박하며 자칫 험악한 미팅 분위기로 갈 수 있다.

 

우리 스타일로 논리적인 화법으로 너무 몰아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미팅 전에는 이 같은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미팅하는 동안에는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파트너 사장에게 오히려 강한 믿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안이다.

 

경영진은 이런 부드러운 분위기로 가고 이후 실무자가 비공식적으로 "우리 경영진이 난처한 상황임에도 당신의 능력을 믿고 아직까지 무한신뢰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믿음을 어필해주면 더욱 효과가 크다. 보드카로 친구도 만들고, 화려한 선물로 감성을 사로잡아 러시아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요즘 러시아에선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구소련이 해체되고 시장경제를 표방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과거의 상거래 관습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며 변한 것이다.

 

기본적인 사업 역량을 우선 준비하고,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우리의 니즈를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과연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만히 청취하고 또 청취하라. 그리고 러시아 시장에 맞게 기획하라.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대국적인 마인드로 러시아 비즈니스에 접근해야 사업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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