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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랑스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 전략 분석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곽미성
  • 2026-09-07
  • 출처 : KOTRA

프랑스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연구 소개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네 가지 유형과 그들의 시장 진출 전략

한국 기업들에 전하는 메시지

프랑스 지역전문가 반기안 (임펄스 파트너스 상무)


프랑스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연구 소개


필자는 지난 6월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클러스터인 파리-사클레가 개최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아 참석할 수 있었다. 이 행사는 르노 그룹 기술 센터에서 열렸는데, 클러스터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창업자, 연구자, 투자자,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만나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흥미로운 컨퍼런스가 열렸다. 그 중에서 특히 프랑스 딥테크(Deeptech) 스타트업들의 성장 전략을 연구해서 발표하는 세션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는 상트랄쉬페렉 공과대학 산하 액셀러레이터가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 그리고 딥테크 협회인 ‘프랑스 딥테크’의 후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 결과를 고스란히 담은 보고서(“Deeptech Dynamics 2026”)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연구는 딥테크 스타트업 창업자 및 투자자 그리고 정부,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포함한 창업생태계의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에게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성장 전략과 성공 요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242개 프랑스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2010년부터 2025년까지 1500만 유로 이상의 외부투자를 받았다. 또한 15개 스타트업 창업자와 25개 전문 VC 대표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연구를 보완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딥테크 스타트업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내리고자 한다.


프랑스에는 약 2800개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있으며, 2025년에만 400개가 넘는 새로운 기업들이 딥테크 분야에서 창업됐다. 그 분야도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 항공, 우주, 에너지,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하다.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란 높은 진입 장벽과 상당히 큰 기술적 리스크를 가진 과학적 혁신에 기반한 신생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높은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시장에 출시되기 전 연구, 개발 및 상용화, 양산화 등에 아직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네 가지 유형


보고서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솔루션을 어느 정도 전환하는지, 그리고 기술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확장성을 가지는지에 따라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먼저 ‘퍼포머(Performers)’라고 분류할 수 있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기존 산업 안에서 주도적인 솔루션의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정립된 산업 분야에서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솔루션을 개선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하는 기업들이다. 첨단 기술과 복잡한 노하우에 기반을 두면서, 우주, 항공, 원자력, 슈퍼컴퓨팅, 첨단 농업과 같이 엔지니어링 기술이 이미 고도화된 분야에 분포한다. 이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는 투자자, 고객, 그리고 산업 파트너에게 자사 기술의 기술적 우수성과 실질적인 이점을 입증하여 설득하는 것이다.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네 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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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eeptech Dynamics 2026” 리포트]


다음으로는 기존 산업을 전환하고자 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s)’가 있다. 여기에 속하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특정 산업 내에서 표준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의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 솔루션은 발주처와 공급업체 간의 조직 구조 및 주도권 관계를 재정의하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들은 특정 산업 내에서 새로운 표준의 등장을 이끌고자 한다. 이 기업들의 가치는 시장의 기존 관행과 성과 기준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표준을 창출하는 역량에 있다. 이를 통해 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주도하며, 자사 표준의 시장 채택을 강구하고, 규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강력한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


세번째로 제시하는 부류는 ‘탐험가(Explorers)’다. 이 부류의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적용되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여러 활용 방안을 탐색한다.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 한다. 이 기업들은 자신들의 가치 제안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유즈케이스를 찾기 전까지 여러 시장을 동시에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다재다능하고 변화무쌍한 특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 분야를 동시에 탐색하며, 자사의 혁신 기술이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타진한다.


마지막으로 ‘빌더(Builders)’가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기반으로 제로(0)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해 내고자 한다. 이들은 표준 정립과 이전에 없던 가치 사슬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향후 자사의 기술적 토대이자 독보적인 차별화 우위가 될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빌더 스타트업들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 기업들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규제 환경을 헤치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한 산업적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에서 적용할 게임의 법칙을 정의함으로써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타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가진다.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출 전략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출 전략은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퍼포머’ 스타트업들은 시장에 존재하는 표준 제품보다 확연히 뛰어난 기술적, 운영적, 또는 경제적 성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미 체계화된 시장에 자사의 솔루션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도록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MVP를 개발하고 초기 고객과 함께 솔루션을 다듬어 나가며 높은 투자회수율을 입증해야 한다. 초기 파일럿 고객, 구매 결정자 등을 설득하여 성과 지표를 검증하고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트랜스포머’ 스타트업들에게 MVP 출시를 통해 가장 큰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이 기업들은 혁신을 기존 관행 속에서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마침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요소가 될 때까지 지속시킴으로써 새로운 표준을 창출해야 한다. 이들은 기술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핵심 파트너를 적극 활용하며, 명확한 로드맵을 만들어 실행해 가야 한다. 핵심 파트너와 함께 솔루션을 함께 디자인하고, 제품/서비스를 상용화, 양산화 하며, 관련 규제 틀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탐험가’ 스타트업들은 MVP를 개발하여 여러 산업 분야를 동시에 타진하는 전략을 쓸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 하나의 시장만을 목표로 삼는 것 역시 불확실성이 커서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이 기업들은 보다 단계적이고 적응적인 탐색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즉, 다양한 사례에 최소한의 변경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제품을 테스트하고, 위험도가 낮고 접근이 용이한 시장부터 시작하여 시장을 하나씩 차례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권한다.


‘빌더’ 스타트업들의 과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직접 창출하는 것이다. 기술적 인프라와 시장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므로, 여러 시장을 다각도로 타진하거나 단번에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달성하는 방식을 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스타트업들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시장이 성립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조성하는 전략을 펼친다.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과 인프라를 정립하며, 초기 실증 사례를 검증하는 한편, 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한다.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딥테크 스타트업들 및 전문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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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eeptech Dynamics 2026” 리포트]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전략

 

이제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유형에 따른 투자 유치 전략을 살펴보자.


먼저 명확한 고객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는 ‘퍼포머’ 스타트업들은 기술적 견고함과 독보적인 차별성(성능, 비용, 특허 등)을 바탕으로 빠른 양산화와 시장 점유율 확보 역량을 입증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POC, 파일럿 테스트, 초기 매출 등 구체적인 상업화 증거를 제시하고, 단계별 일정, 파트너십, 인증, 공급망의 신뢰성을 아우르는 스케일업 전략을 통해 대규모 생산과 가파른 성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산업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트랜스포머’ 스타트업들은 시장 채택 속도가 완만하므로, 자사 기술의 독보적 가치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긴 산업 주기나 규제 등의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표준을 안착시키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각 단계마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며 투자자의 회수 타임라인에 맞추어 새로운 표준의 시장 수용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으로 다양한 응용 분야를 탐색하는 ‘탐험가’ 스타트업들은 시장 다각성에 대한 투자자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8~10년 뒤의 최종 목표 시장과 이를 향한 통제 가능한 성장 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 채택을 촉진할 중간 단계 시장의 규모, 유즈케이스,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고, 핵심 기능을 매번 처음부터 재구축하는 대신 기존 개발 성과를 누적, 활용하여 다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투자자 설득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빌더’ 스타트업들은 투자자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가치 사슬의 초석을 다지고 초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생태계 구조와 핵심 동인을 포함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과학적 연구 결과, 프로토타입, 규제 성과, 기관 파트너십 등의 구체적 증거로 미래가 실재함을 입증해야 한다. 나아가 산업 제휴, 컨소시엄, 표준 정립, 초기 고객 확보로 이어지는 단계별 로드맵의 논리와 순서를 명확히 제시하여 시장 구성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결합해 나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에 전하는 메시지


딥테크 스타트업은 과학자 및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으로 기술 및 상용화 리스크가 크지만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전한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매출 혹은 이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면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많은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딥테크 기업인데,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점진적 혁신보다 급진적인 혁신을 추구해 경쟁에 무관한 블루 오션을 창출함으로써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이다.


프랑스에서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기대가 뜨겁다. 2019년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위한 종합 지원대책인 “딥테크 플랜”까지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가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에 주도권을 빼앗긴 반면, 딥테크와 인공지능 분야에서만큼은 주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가지는 기술적 리스크는 크고, 상용화, 양산화를 달성하기까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다. 이러한 챌린지는 한국의 딥테크 기업들한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을 산업이 아니라 유형별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성장 전략 및 투자 유치 전략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자문해 보고, 어떻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스케일업에 필요한 투자 유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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