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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미국 히트펌프 시장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2026-08-18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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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6월 출하량 3.8% ↑… 세액공제 종료 이후에도 출하량 견조
현지 유통망과 품목별 관세 구조 파악, 냉매 전환 대응 중요
2025년 말, 미국에서는 히트펌프를 설치한 가구에 최대 2000달러를 돌려주던 연방 세액공제(섹션 25C)가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2026년 출하량 통계를 보면 큰 타격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공조·난방·냉동 협회(AHRI)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6월 히트펌프 출하량은 215만 6,549대로, 전년 같은 기간(207만 6,887대)보다 3.8% 늘었다. 특히 6월 출하량은 41만 8,538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1% 증가했다. '폭발적으로 늘었다'기보다는 '세액공제가 끝났는데도 꺾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바람직하다.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의 루카스 데이비스 교수도 이 흐름을 뒷받침하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2026년 7월 13일 자신의 블로그(Energy Institute at Haas)에서 AHRI의 2025년 9월~2026년 4월 월별 출하량을 살펴본 결과,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막판에 몰아 사는 현상도, 종료 이후 갑자기 판매가 꺾이는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구매 시점의 특성을 들었다. 태양광 패널과 달리 히트펌프는 신축 주택을 지을 때나 기존에 사용하던 냉난방기가 고장 났을 때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세액공제 마감일에 맞춰 구매 시점을 앞당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 출하량 흐름만 보고 '세액공제는 애초에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교체 수요, 신축 시장, 제조사 재고 조정 같은 다른 요인들도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세액공제가 전부는 아니다
연방 세액공제가 사라졌다고 해서 연방정부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없어진 건 예산조정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에 의해 종료된 섹션 25C 세액공제뿐이다. 에너지부(DOE)가 운영하는 '가정에너지 리베이트' 프로그램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지역에서 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가구라면, 히트펌프를 설치할 때 최대 8000달러까지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
수요를 뒷받침하는 구조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축 시장에서 히트펌프가 이미 대세가 됐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건물탈탄소화연합(BDC)에 따르면 2024년 완공된 신축 단독주택 중 61%가 히트펌프 등 전기 난방 설비를 선택해, 가스 난방(38%)을 앞질렀다. 신축 단독주택의 가스 난방 비중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건 198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더해, 건물탈탄소화연합이 2026년 7월 발표한 보고서('Momentum Q2 2026')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히트펌프 출하량은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퍼니스(fossil-fuel furnaces) 출하량보다 32% 많았다. 이는 히트펌프가 미국 난방기기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하나는 히트펌프 자체의 실용성이다. 한 대로 냉방과 난방을 모두 해결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전기저항식 난방기보다 난방에 쓰는 전력량을 약 65% 줄일 수 있다. 가스 난방 대비 요금 절감폭은 지역·기후·단열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저항식 난방과 비교한 효율 자체는 뚜렷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신축 시장의 전기화와 히트펌프의 높은 효율성은 세액공제 종료 이후에도 수요를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뜨거운 수요, 시장 진입 관건은 유통망
수요가 꾸준하다고 해서 이 시장에 들어가기 쉬운 것은 아니다. 미국 히트펌프 시장은 캐리어·다이킨·트레인 같은 기존 HVAC 강자들이 폭넓은 딜러·설치망을 무기로 경쟁하는 구조여서,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이 유통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미국 히트펌프만인지, 북미 HVAC 전체인지, 주거용에 한정하는지)에 따라 조사기관마다 점유율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만큼, 특정 기업의 점유율을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이 유통·설치 생태계의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에서는 두 가지 대표적인 접근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현지 선도업체의 유통망에 결합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 차별화를 통해 특정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2024년 5월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레녹스의 매장·딜러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전자에 해당한다. LG전자가 영하 35도에서도 작동하는 냉기후용 히트펌프로 극한 기후 지역을 공략한 사례는 후자에 해당한다. 두 접근 모두 시장점유율 경쟁보다는 유통망 확보나 기술 차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히트펌프 시장 주요 기업과 국내 기업 사례>
기업
내용
다이킨∙캐리어∙트레인 등
다이킨은 텍사스에 대형 생산 캠퍼스(DTTP) 운영, 캐리어·트레인 등도 광범위한 유통·서비스망 보유
삼성전자
'삼성 레녹스 HVAC 노스아메리카' 합작법인을 통해 삼성 덕트리스 및 'Lennox Powered by Samsung' 제품을 레녹스 매장·딜러망에 유통
LG전자
영하 35도에서도 작동하는 냉기후 히트펌프, 알래스카대 앵커리지(UAA)와 냉기후 연구협력
[자료: Samsung Newsroom(2024.5.28), Lennox 보도자료(2025.2.4), LG Electronics, University of Alaska Anchorage 등 기반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재구성]
시장 진입의 또 다른 변수: 관세와 냉매 전환
이 밖에도 미국 시장 진입을 노리는 한국의 관련 기업이라면 함께 봐야 할 실무적 변수가 두 가지 있다. 먼저 관세다. 2026년 6월 미국은 Section 232 금속 관세 대상 가운데 주거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일부 HVAC 시스템과 부품을 한시적인 1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모든 HVAC 제품에 일률적으로 15%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제품의 HTS 분류와 원산지, 금속 함량 등에 따라 실제 관세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중국산에는 2018년 무역분쟁 때부터 이어진 별도의 관세가 여전히 남아있어, 결과적으로 한국산의 관세 부담이 중국산보다 낮은 편이다. 관세율은 품목별로 다르게 매겨지는 만큼, 실제 진출을 검토할 때는 자사 제품의 세부 품목분류(HTS)를 확인해 정확한 부담을 따져보는 게 안전하다. 참고로 한국 등 일부 국가는 관련 금속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제조 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별도 제도도 있다.
둘째는 냉매 전환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5년 1월 1일부터 신규 주거·소규모 상업용 에어컨·히트펌프에 대해 GWP가 700 이상인 냉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존 R-410A에서 R-32나 R-454B 같은 저GWP 냉매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EPA가 2026년 규정을 재검토하면서, 2025년 1월 1일 이전 미국에서 제조됐거나 미국으로 수입된 지정 부품으로 구성된 기존 재고 장비는 별도의 설치 마감기한 없이 신규 시스템에 계속 설치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이 전환은 시장에 실제로 파장을 남겼다. 생산 금지를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기존 냉매 재고를 미리 확보해뒀는데, 신규 주택 건설 부진과 주택 매매 감소, 장비 가격 상승에 따른 수리 선호 등으로 실제 교체 수요가 예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그 결과 유통망에 재고가 쌓였고, 캐리어·트레인·리옴·보쉬 등 주요 제조사들이 2025년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줄였다(트레인은 4분기 생산일수를 약 3분의 1 줄였다고 밝혔다). 이 조정은 2026년 들어서도 이어지다 최근에야 어느 정도 정상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 이 사례를 알아둬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해석의 문제다. 최근 출하량 통계에는 실제 수요 변화뿐 아니라 이런 일회성 재고 조정의 영향이 섞여 있어서, 통계만으로 시장 상황을 단정하기보다 이런 배경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반복 가능성이다. 미국에 이미 진출한 HVAC 제조사 관계자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냉매 규제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강화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유통망 재고 충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GWP 700 기준 자체는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신규 장비에 적용되는 기본 규격이므로, 제품 인증과 설치기사 안전교육, 전용 공구, 현지 안전기준 대응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점
정리해보면, 미국 히트펌프 시장은 세액공제가 끝났는데도 출하량이 급격히 줄지 않았고, 일부 주거용 HVAC 관세도 한시적으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이런 우호적 여건만으로 시장 진입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시장에 들어가려면 현지 유통망, 품목별 관세 구조, 냉매 전환 대응을 함께 챙겨야 한다.
첫째, 완제품뿐 아니라 컴프레서·모터·인쇄회로기판 같은 핵심 부품까지 품목별로 원가를 다시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15% 상한은 '한국산이면 무조건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해당 품목이 이번 관세 인하 대상에 들어가는지, 다른 관세가 별도로 붙지는 않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나오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둘째, 삼성전자가 레녹스와 손잡은 것처럼 현지에 이미 딜러·설치·AS망을 갖춘 업체와 협력하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LG전자의 냉기후 제품처럼 인버터나 VRF, 극한 기후 대응같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냉매가 바뀌는 만큼 제품 인증뿐 아니라 설치·서비스 인력의 안전교육, 전용 공구, 현지 안전기준 대응 역량까지 함께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관세와 냉매 관련 규정은 2026년 들어서도 계속 바뀌고 있다. 실제로 선적하고 통관하는 시점에는 최신 규정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자료: MIT Technology Review, IRS, U.S. Department of Energy, AHRI, Building Decarbonization Coalition Momentum Q2 2026, Lucas Davis/Energy Institute at Haas, U.S. EPA Technology Transitions Reconsideration Final Rule, The White House, ACHR News, Samsung Newsroom, Lennox, LG Electronics, University of Alaska Anchorage,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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