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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현장 주재원들에 대한 본사의 과도한 간섭은 금물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6-08-30
  • 출처 : KOTRA

 

현장 주재원들에 대한 본사의 과도한 간섭은 금물

 

이평복 IBS컨설팅 고문

 

 

 

기원전 512년, 오나라 왕 궐려는 숙적인 초나라를 치는 원정을 계획했다. 왕의 책사는 '손자병법'을 쓴 손무(武)를 대장군으로 추천했다. 오나라 왕은 백면서생 같은 그의 모습이 미덥지 못해 테스트를 시도했다. 본인의 궁녀 180명과 애첩 2명을 건네주고는 여군부대로 변신시키라는 분부였다.

 

손무는 궁녀 180명을 90명씩 둘로 나누고, 애첩들을 대장으로 임명해 훈련을 시작했지만, 왕의 파워를 등에 엎은 두 애첩 대장이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대장이 그러니, 밑에 궁녀들도 손무가 아무리 북을 둥둥 치고 고함을 질러도 깔깔거리고 노닥거릴 뿐이었다.

 

이에 손무는 두 애첩을 불러내 미리 수차례 예고한 군율대로 참수를 지시했다. 이를 지켜보던 오나라 왕을 대경실색해 칙사를 보내 사면을 거듭 요구하지만, 손무는 "신하는 장군으로 임명됐습니다. 군대를 이끄는 장군은 왕의 명령일지라도 그대로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臣已受命为将在軍外,君命有所不受)"라고 답하고는 과감히 목을 베어버렸다. 두 애첩이 눈앞에서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본 궁녀들은 혼비백산해 목숨을 걸고 훈련에 임해, 손무의 북소리에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정예 여군부대로 변신했다고 한다.

 

장군이 군대를 통솔해 전쟁터로 나가면, 왕의 명령이라고 해도 모두 준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가 극심한 전쟁터에서는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 상담을 제공하는 와중에 가슴 아픈 일을 가끔씩 경험한다. 작년에 중국남방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중국 공장의 주문이 줄어들어 일부 설비를 동남아로 이전하려 하니 회사가 문을 닫는다며, 경제보상금을 중간 정산해달라는 파업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공급 중단을 우려하는 바이어들이 공장에 몰려와 거액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총 경리는 원거리에 있는 필자와 여러 차례 피 말리는 전화 협의 끝에, 희망 퇴직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공고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조업을 재개시켰다. 동시에 경험 많은 현지 변호사를 찾아서, 파업의 재발을 방지하고 단계적으로 협상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본사에 보고했다. 그랬더니 본사에서는 엄청난 분량의 깨알 같은 지시 내용이 당도했는데,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계약 예정인 당해 변호사가 지방정부, 공안 등과 꽌시가 좋은지를 조사 보고할 것

   - 우선 가계약을 하기 바라고, 본사에서 현지로 출장 가서 당해 변호사 면담 후 정식계약서에 서명 예정

   - 현지 직원 중에서 우리 편을 포섭해, 파업동태, 직원 동향 등을 파악해 대응할 것

 

필자는 이 메일을 읽고 비로소 전화할 때마다 본사 보고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불 끄느라 정신 없는 사람에게, 변호사의 꽌시를 조사 보고하고, 수만 위안에 불과한 변호사 계약서 조차 우선 '가계약(?)'부터 먼저 해놓고, 거기다가 직원 중에 우군까지 포섭해놓으라는 식이다.

 

밤잠 못 자고 애간장을 태우며 동분서주하던 총경리는 변호사와 함께 희망퇴직자 100여 명을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나누어 협상을 통해 정리하면서, 사내 분규를 수습해 나갔다. 올해 초에 필자는 문득 사태의 경과가 궁금해서 메일을 보냈더니, 그동안 본사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곧 귀국하게 돼 착잡하다며, 그간의 도움에 감사하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성어 '토사구팽(死狗烹)'이 딱 들어 맞는 시츄에이션이었다.

 

중국에서 한국법인을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소감은, 한국 본사에서 중국 법인에 대한 통제와 간섭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이다. 작년에 어느 한국계 공장을 방문해, 중국인 중간간부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은 주재원들이 본사로부터 받아서 릴레이하는 보고업무에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당연한 일인데, 왜 본사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보고를 시키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를 못 벗어난 듯하다. "한국에서는 되는데, 중국에서는 왜 안 되냐, 한국은 이런데, 중국은 왜 그러냐" 등 아무리 보고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끊임없이 현지법인에 보고 지시를 내린다.

 

중국은 한 나라가 아니다. 사회경제적 풍토와 레벨이 다른 30개 정도의 나라가 뭉쳐있는 거대한 합중국과 같은 나라고, 전 세계 인구 1/5가 모여 사는 다민족∙다문화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곳이다. 한국의 본사에 앉아서 한국적인 시각으로 아무리 바라봐도 이해가 될 리 만무하다. 현장에 있어도 잘 파악이 안 되는 것이 중국이라는 나라인데, 한국의 본사에서 사사건건 현장을 통제하려는 것은 현장 주재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책임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중국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현지법인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유능한 총경리의 선정이고,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일정 범위 내의 경영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일이 본사에 문의하고 지침을 받는 총경리는 현지 직원들에게 존경받을 수 없고 직원들과 신뢰관계도 형성되기 어렵다. 본사에서 사소한 실수에도 책임을 물어 총경리나 주재원을 수시로 교체한다면, 현지 직원들은 주재원을 지나가는 나그네 취급할 것이고, 오로지 한국 본사만 바라보고 일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지법인은 본사의 짐스러운 존재로 변해갈 것임이 자명한 일이다.   

 

주: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在軍, 君命有所不受” 문장은 현재는 “在外, 君命有所不受”로 바뀌어, 세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즉, “먼 곳에 있는 장군은 왕의 명령을 그대로 실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의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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