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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양당체제 붕괴가 드러난 스페인 총선, 진정한 승자는?
  • 직원기고
  • 스페인
  • 마드리드무역관 이성학
  • 2016-01-12
  • 출처 : KOTRA

     

[무역관 르포] 양당체제 붕괴가 드러난 스페인 총선, 진정한 승자는?

- 포데모스 등 신생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해 기성정당 과반의석 실패 -

- 첨예한 좌우 대립으로 연립정부 출범 난항 -

     

이성학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 신생정당의 거센 돌풍

     

1975년 프랑코 총통의 사망과 함께 스페인의 독재정권은 막을 내렸고, 약 30년간 스페인의 정치판은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PSOE)을 주축으로 양당체제를 고수해 왔다.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따라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은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다. 국민 대부분은 선거철이 되면 이 둘 중에 누가 정권을 잡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지, 그 이외의 변수가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노동당 집권 당시 2008년부터 시작된 지독한 경제난, 그리고 국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시행된 과도한 긴축정책과 각종 개혁에 따른 시민경제 파탄, 그리고 기성 정치권의 고질적인 정치 부패 스캔들로 인해 스페인 국민들은 기성 정당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결국 ‘국민당이든 사회노동당이든 모든 정치인은 결국 다 똑같다’라는 회의감이 팽배해 있을 때 신생정당의 돌풍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돌풍의 주역은 급진 좌파인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와 중도 우파인 시우다다노스(시민당)이다.

 

포데모스는 2011년 정부의 긴축정책과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의 노동개혁 등에 반대하며 시작된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2014년 1월 정식 창당됐다. 약 4개월 뒤 유럽의회 선거에서 무려 5석을 확보하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다가 2015년 5월 지방선거에서는 포데모스가 참여한 ‘아오라 마드리드(지금 마드리드)당’과 ‘바르셀로나 엔 코무(함께하는 바르셀로나)당’의 시장 후보가 스페인의 알짜배기 지역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본래 카탈루냐 지역 정당인 시민당도 기존 정당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에게 지지를 받으며 2015년부터 빠른 속도로 지지도를 쌓아왔다.

 

그 결과, 2011년 총선 당시 350석 정원인 하원에서 186석으로 과반수(176석)를 차지한 국민당은 2015년 12월에는 무려 63석이나 줄어든 123석을 확보하는 데에 그쳐, 의석수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에 크게 못 미치는 부실한 성적을 거두었다. 사회노동당도 지난 총선에 비해 20석 줄어든 90석만을 확보해 역대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반면, 처음 총선을 치른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는 각각 69석, 40석을 차지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얼핏 보면 의석 수 기준으로 국민당이 1위, 사회노동당이 2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기존 정당이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양당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이들의 연립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주는지 살펴보자.

     

□ 연립정부 수립 난항

     

현 집권 국민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당은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시민당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두 정당이 힘을 합친다 해도 총 확보된 의석 수는 163석으로 과반을 확보하기엔 13석이 부족하다. 약 30년간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사회노동당과의 대연정은 기성 정당들이 신생정당을 견제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정당이 하나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민당은 총리 신임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져 국민당 후보가 총리로 선출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으나, 연립 정부에 참여할 의향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결국 국민당은 선거에서 1위를 하고도 그 누구와도 과반을 채울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사회노동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비록 정치적 성향은 포데모스와 함께 진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두 정당은 정책적으로 서로 섞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사회노동당은 ‘하나 된 스페인’, 즉 카탈루냐 분리주의 운동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있으나, 포데모스는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카탈루냐의 독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카탈루냐 지역 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더 큰 문제는 사회노동당도 포데모스와 의석을 합쳐봐야 총 159석으로 과반을 위해 17석이 더 필요하다. 이를 채우려면 좌파 성향의 일부 지역정당들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대부분 카탈루냐 또는 바스크 지역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노동당도 마땅히 함께 정부를 꾸려나갈 만한 파트너가 없는 실정이다.

     

□ 전망 및 시사점

     

이렇게 현재 스페인 정치판은 누가 우세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정당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그리고 어떠한 현지 정치 전문가들도 앞으로 어느 정당이 신정부 수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전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헌법에 따라 1월 13일 국회가 다시 열리면, 펠리페 6세 국왕은 차기 총리를 임명해야 하고 해당 총리 지명자는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만약 여기서 총리가 최종적으로 선출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후보가 총리 후보로 지목돼 신임 투표를 거쳐야 하며, 이러한 식으로 첫 투표 뒤 두 달 안에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1) 시민당과 사회노동당이 총리 신임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져 국민당 후보가 총리로 선출돼 소수 정부가 출범될 수 있도록 협조하거나, 2) 사회노동당이 포데모스와 기타 좌파 정당과 힘을 합쳐 범 연합정부를 구성하거나, 3) 한 번 더 총선을 치러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앞으로 정당 간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정당이 이번 총선에 승리자가 될 것인가에 따라 앞으로의 스페인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집권 국민당은 심각한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강도 긴축재정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금융 및 노동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해 끝없이 추락하던 국가경제 신뢰도를 다시 찾는 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2014년부터 국가경제 성장이 플러스로 전환됐으며, 2015년에는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3.2%)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노동당 등 진보 정당에서는 그동안 시행된 노동개혁의 철폐를 요구하는 등 그간 집권 여당이 택해온 행보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즉, 보수정당의 승리는 ‘안정’을, 진보정당의 승리는 ‘변화’를 의미한다. 어떠한 선택이 스페인에 최선이 될지는 시간이 흘러야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테러 위험과 경기침체 등 하루가 멀다고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신정부가 출범해야 하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총선이 우리 기업의 스페인 내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현 집권 국민당이 다시 한 번 정권을 잡는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업환경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정권은 우리 기업에 크게 도움이 되거나 크게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이다. 진보 정권은 그간 침체됐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다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태양광, 풍력, 에너지효율성 제고 분야 관련 각종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현재에 비해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될 수 있으며 기업의 세금이나 기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아직은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이른 시점으로, 향후 신정부 수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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