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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이집트가 달러 현금입금 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이유는?
  • 직원기고
  • 이집트
  • 카이로무역관 노정민
  • 2015-12-21
  • 출처 : KOTRA

     

이집트가 달러 현금 입금 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이유는?

     

노정민 KOTRA 카이로 무역관

 

 

 

2015년 2월 4일 이집트 중앙은행(Central Bank of Egypt, CBE)은 이집트 내 ‘비공식적인 통화시장’의 일소를 위해 중앙은행을 포함한 모든 공공은행과 일반은행에서 달러 현금의 예치 한도를 설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의 골자는 모든 기업 및 개인이 가진 계좌에 대해 달러 현금의 예치에 대해 하루 1만 달러, 한 달 5만 달러의 한도를 설정하고 더 이상의 달러 입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집트 정부는 자기 계좌에 자기 돈을 입금하는 것을 막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게 된 것일까?

     

□ 취약한 외환 보유고, 달러 공급 부족으로 형성된 암시장

     

이집트가 척결하겠다고 발표한 ‘비공식 통화시장’이란 이집트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달러 환전 암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집트에서는 일반인뿐 아니라 기업도 암시장에서 달러를 환전하여 수입대금 결제 등에 사용하는 일이 흔히 있었다.

 

이집트에서 암환전 시장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만성적인 달러화 부족으로 통화시장에 충분한 달러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과 같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충분한 달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수요자에게 별도의 환율(보통 정부의 공시 환율보다 높음)로 달러를 공급해 주는 ‘비공식 통화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달러화 공급 부족의 원인은 어려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집트가 적정 외환 보유고 확보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되어 있는 데다 지난 2011년 시민혁명 이후 계속되었던 정정불안과 지속적인 테러 발생으로 대표 외화획득 산업인 관광산업이 치명타를 입어 외화공급이 더욱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이집트 외환 보유고

     

    

자료원 : 이집트 중앙은행

     

이집트의 연간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2013년 기준 수출 289억 달러 수입 652억 달러로 연간 363억 달러의 대외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이집트가 근본적으로 외화가 계속해서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 적정 외환보유고 확보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이외에도 관광산업, 수에즈운하 운영 수입, 외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송금,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이 이집트의 주요한 외화 수입원이며 이들을 통해 큰 폭의 무역적자를 일부라도 메꾸어 왔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외화 획득원이었던 관광산업은 한때 전체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산업이었으나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지속된 정정불안 및 테러 등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2010년 한 해 2770만 명에 이르던 이집트 방문 관광객은 2011년 980만 명으로 65%가량 수직 하락했으며 전체 GDP에서의 비중 역시 5% 내외로 급락했다.

     

관광산업의 타격은 외화 수입의 직접 감소를 의미했고, 이는 이집트의 달러공급 부족현상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관광산업 재건을 위한 이집트 정부의 노력에도 아직까지 이집트 관광산업이 단기간 내 예전처럼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 보전, 부족한 외환확보를 위한 이집트의 극약처방 ?

 

달러 현금의 예치 제한을 통해 이집트 정부가 기대한 효과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집트 정부는 이 조치가 불법적인 암시장 척결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발표했으나 그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암시장을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해외로 나가는 자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무역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부족한 외환보유고 확보에도 활용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달러 현금 예치한도 제한에 따라 수입자들은 정상적인 은행거래를 통해 환전한 달러만 상거래에 활용할 수 있고 암시장에서 환전한 자금의 경우 상거래대금으로 활용하기가 극히 어렵게 됐다. 왜냐하면 암시장에서 달러를 환전하더라도 환전한 현금을 허용한도인 월 5만 달러(일 1만 달러) 이상 은행에 입금할 수 없어 전신송금, 신용장 개설 등 은행간 대금결제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암시장을 척결하겠다는 정부 발표만 놓고 보면 이집트 정부의 조치는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 현금 예치 제한조치 이후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면 이집트 정부가 단순히 암시장 척결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달러 현금 예치제한 조치가 비정상적인 암달러 거래를 막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인보이스 등의 서류가 있고 출처가 분명한 수입대금 결제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 등 정상적인 상거래의 경우 등은 예외를 두어 현금 예치금 한도를 제한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이집트 기업은 제도권 은행을 통한 달러환전 및 수입대금 결제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기업들이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자금을 암시장에서 환전했던 사유가 제도권 은행을 통한 달러 환전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이집트 정부는 암시장에서 환전되던 몫까지 제도권 은행들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달러를 은행에 공급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 현금 예치 제한 이후에도 중앙은행에서 공급되는 달러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결국 대금결제 지연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달러 현금 예치제한조치는 수입물품의 결제대금 등으로 암시장에서 환전돼 해외로 유출되던 달러를 고스란히 이집트 국내에 묶어두는 효과를 잘 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에서 외부로 나가는 달러가 줄어들게 되면서 연간 약 360억 달러에 달하는 이집트의 무역적자는 보전이 될 것이다. 또한 이집트 정부는 이렇게 달러의 음성적인 유통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이집트 암시장 내에 유통 중인 달러화를 양성화해 부족한 외환보유고 확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달러예치 제한조치의 부작용

 

이집트 중앙은행은 달러현금의 예치를 제한하는 조치가 정상적인 상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외환 암시장 및 해당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투기세력을 향한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집트 중앙은행의 원론적 입장과 달리 현재 이집트를 상대로 수출 중인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대금결제 지연으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와 거래중인 국내 기업들이 바이어가 정해진 기한 내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여서 무역보험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를 확인해보면 대개 바이어가 현금은 가지고 있으나 송금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금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결제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역보험 처리가 되고 나면 해당 기업은 향후 한국 기업과 다시 거래할 경우 보험에 가입하는데 문제를 가지게 된다. 결국 건전한 이집트의 기업들이 대금결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악성기업이 되는 것이다.

 

달러 현금 입금 제한으로 인한 대금결제 지연은 한국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집트와 거래중인 모든 기업이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집트 기업이 대금결제에 문제가 생기면 제품 공급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추가공급을 중단하거나 늦추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결국 수입대금 결제와 관련된 현재의 통제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집트로 수입되던 각종 공산품, 원자재 등의 수입이 지연으로 인한 가격 인상,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대금결제 지연, 과연 언제까지?

 

이집트 정부는 암시장 척결의 명분을 가지고 시작한 달러 현금 예치제한조치를 조만간 철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을 감안할 때 은행 등에 충분한 달러를 공급해 제도권 내에서 정상적인 상거래가 원활히 가능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현 상황을 타개할 추가적인 보완조치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처음 달러현금 예치제한조치가 발표됐을 때 이집트 중앙은행은 기업 간 정상적인 상거래와 관련해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별도의 창구를 통해 해결해 주겠다는 보완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중앙은행의 어느 부서가 혹은 누가 이러한 기업들의 애로를 들어주고 해결해줄 것인지 알려진 바 없다. 자기 계좌에 자기 돈을 입금하지 못하는 이집트의 상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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