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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활기찬 일본 전통시장이 주는 시사점
  • 직원기고
  • 일본
  • 오사카무역관 조은진
  • 2015-11-13
  • 출처 : KOTRA

 

활기찬 일본 전통시장이 주는 시사점

     

조은진 KOTRA 오사카 무역관

     

     

     

일본 오사카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구로몬 시장과 텐진바시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모으며, 다시 찾는 오사카 명소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현재의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일본 전통시장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재래시장이 침체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재래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도 1973년 대규모 소매점포법(대점법)을 통해 대형 슈퍼 출점제한 등 직접 규제를 실시하기도 했고, 소매점에는 무이자 융자지원을 하면서 중소 소매업의 진흥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전통시장 체질강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했다. 그럼 일본 전통시장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 텐진바시 시장 - 사람에 반해, 상점에 반해, 거리에 반해 다시 찾는 전통시장

     

텐진바시 스지 상점가는 총 2.6㎞에 달하는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이다. 일본 3대 축제인 텐진마츠리(天神祭)가 개최되는 텐만궁을 중심으로 400여 년 전부터 형성돼 에도시대에는 천하의 부엌인 오사카의 3대 시장으로 불리는 등 번영을 누린 시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에도 유통업 대형화에 따른 위기는 닥쳐왔다. 1957년 일본 최초로 수퍼가 인근 센바야시 상가에 설립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공장이 시외로 이전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끊겼다.

     

텐진바시 시장이 쇠퇴기를 극복한 데에는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가장 큰 몫을 했다.

 

텐진바시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반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 등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1981년에는 일본 최초로 상가 문화센터를 설립해 상가 문화 만들기에 돌입했다. 음악회, 패션쇼, 만담회 등을 개최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텐진 마츠리의 명물인 여자 신여(ギャルみこし)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1993년부터는 텐만궁 북문 연못에서 개최되던 칠석 마츠리를 기념하는 세일을 거리공연 등 예술 축제와 함께 시작했고, 이 여세를 몰아 1995년부터는 실제로 칠석 마츠리가 400년 만에 부활하기도 했다. 1999년에는 텐진텐마 집객 사업 협의회가 발족해 수학여행단 학생이 이동 상점에서 장사를 체험할 수 있는 1일 점원 행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미래 고객인 학생을 유인하고 있다. 2006년에는 일본 전통문화 부활 차원에서 텐진바시 상인과 주민이 모금 운동을 해 건설비 2억3000만 엔을 모아 라쿠고(落語, 일본 전통 만담) 상설공연장(天滿天神 繁昌亭)을 건설하기도 했다. 시장측 통계에 따르면, 공연장 설치 후 시장 방문객이 평일에는 20~30%, 주말에는 4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텐진바시 시장은 쇼핑과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고, 그 결과는 시장 방문객의 증가로 이어졌다. 1975년 8000명 안팎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최근 2만5000명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텐진바시 시장은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불가능한 전통의 축제화를 통해 주민을 결집하고 있다. 전통 축제 재현을 통해 도이 토시키(土居年樹) 텐진바시 상점 연합회 회장의 말처럼 '사람에 반해, 상점에 반해, 거리에 반해 다시 찾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텐진바시 시장의 가을 축제

 자료원: 텐진바시 상점가 페이스북

     

□ 구로몬 시장-편리함과 신선함으로 고객을 매료시킨다

     

구로몬 시장은 1822년 생선 판매를 시작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시장으로 180여 개 상점이 밀집해 있다. 1990년대 대형 유통업체 확대로 고객이 감소하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겨울철 성수기 고객 수가 1일 2만 여 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음식을 자랑하는 오사카의 명성을 활용,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어 2014년 자체 설문조사 결과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은 구로몬 시장을 재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구로몬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편리함이다. 쾌적한 쇼핑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2003년 현대식 아케이드 개보수를 완료했는데, 아케이드 덕분에 비가 와도 쇼핑이 가능하며, 특히 여름에는 외부보다 3~4도 온도가 낮아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 좋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일본인이 더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통로를 넓게 만들고 대리석을 만든 것도 구로몬 시장의 특징이다. 최근에는 Wi-Fi도 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저렴한 제품보다는 신선한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쿠로몬 시장에 자주 간다는 S씨는 “쿠로몬 시장은 생선이 신선해서 자주 가는데, 신선함에 더해 오늘은 어떤 생선이 들어왔는지, 어떻게 요리하면 좋은지 등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 하드웨어 지원에서 소프트웨어 지원으로

     

대점법 등을 통한 직접 규제가 한계에 도달한 이후, 일본의 전통시장 지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도시 재생 등을 위해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사카시 전통시장 진흥을 담당하는 오사카시 경제전략국 산업진흥부 지역산업과의 T씨는 아케이드 등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행사 개최 등 소프트웨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케이드 등 하드웨어적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케이드는 15년마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각 상점가에서 매달 6000엔씩 적립하고 있다.)  대신 각 시장이 갖는 매력과 특징을 살리기 위해 상점 상인들과 주기적으로 의견 교환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가 일회성이 아닌 전통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의결돼 전통시장 인근 1㎞ 이내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수 없는 규제가 5년 연장됐다. 이를 계기로 전통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 방안이 무엇인지도 다시 논의되고 있다. 오사카의 텐진바시 시장이 전통의 축제화를 내세움으로써 구로몬 시장이 천하의 부엌인 오사카의 다양하고 신선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내세움으로써 떠난 고객의 발길을 되돌렸다면, 우리의 전통시장은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사카시 지역산업과 T씨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남대문 시장을 아주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본의 지인을 위한 선물로 뭘 사야할지 모를 때 남대문 시장에 종종 가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의 지역별 특색과 함께 정을 무기로 내세운다면 우리 전통시장도 외국인 관광객 및 지역주민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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