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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Re Born' 전통산업에 힘을
  • 직원기고
  • 일본
  • 오사카무역관 조은진
  • 2015-10-29
  • 출처 : KOTRA

 

 'Re Born' 전통산업에 힘을

 

하마다유지 KOTRA 오사카 무역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칼이나 도자기, 일본술 등 일본의 전통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글로벌시장에 맞게 개발된 제품은 해외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국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에는 창업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2만7335개에 이르는데, 그 중에는 청주 제조사가 725개로 가장 많다. 그러나 국세청에서 2015년 3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청주는 일본 주류 시장의 약 6.8%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통 주조업체가 많은 고베의 한 주조업체 대표는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시장의 요구를 분석하지 않고 브랜드 파워에 의지한 채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라며 자성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3년 12월, 일식이 한국의 김장문화와 함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일본인의 정체성을 자극했다. 실제로 일본에는 대단히 많은 외국 문화가 유입돼 있기에 일본인조차도 도대체 무엇을 일식이라 부르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또한 무엇이 일본 고유의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건이 넘쳐나는 일본은 단순히 제품의 질과 가격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중시되는 까다로운 시장이며, 전통 공예품처럼 가치를 전하기 어려운 제품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막연히 전통을 지켜야 하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의 국경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저렴하고 다양한 수입품이 유입되는 데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후계자 부족으로 전통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전통이라는 가치에 확실한 기술과 표현방식을 접목시켜 주목받게 된 전통산업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위기를 극복한 이마바리 타월 산지와 업태를 바꿔 크게 성장한 공예회사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Nakagawa masashichi shoten)이 그 주인공이다.

     

120년의 역사를 가진 이마바리 타월의 부활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타월 산지다. 일본 전체 타월 중 약 58%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액이 170억 엔에 달한다. 일본 최대이긴 하지만 입주기업은 1976년 504개를 정점으로 줄어 2015년 7월 현재에는 117개에 불과하고, 생산량은 1991년 5만456톤을 기록한 이후 2014년 1만1298톤으로 약 77.6%나 감소한 상황이다.

   

일본 전체의 타월 생산 및 수입량 추이

(단위: 톤)

    

자료원: 시코쿠 타월생산연합

     

타월 생산량이 감소한 주요 이유는 저렴한 수입 타월의 증가이다.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규슈(Kyushu)와 도쿄(Tokyo)의 공장도 2009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에서 철수하고, 현재는 이마바리와 오사카 남부의 센슈(Senshu) 지역에서만 타월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보다 유통업체로부터 주문받은 해외 브랜드와 캐릭터 브랜드 등의 OEM을 사업의 중심으로 내세웠던 것이, 브랜드 가치를 약화시켜버린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도 많다. 말하자면 ‘스스로 버는 힘’을 버리고 단순히 제조 하청업자가 돼버린 것이다. 타월 수입이 늘어난 것도 이처럼 제품 생산의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감으로써 제조사의 입장이 약해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입량이 생산량을 초과한 2001년, 일본타월공업조합연합은 지역의 타월 산업과 경제,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수입제한)’ 발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언론으로부터 비난받으면서, 실제로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보호받지도 못했다.

 

결국 수입품의 점유율 확대와 생산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마바리의 타월 제조사와 지자체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이마바리 브랜드 구축과 유통경로 개척을 함께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1년 ‘타월산업 구조개혁 비전’, 2006년 JAPAN 브랜드 육성 지원사업으로 4년간 이마바리 상공회의소가 주체가 돼 ‘이마바리 타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타월산업 구조개혁 비전’에서는 다섯 가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① 선물용 생산에서 탈피, 신상품 개발, ② 새로운 유통체제 확립, ③ 산지에서 일본 전국과 해외 진출, ④ 인재 육성, ⑤ IT화(다품종·소량생산 체제의 확립)였다. 또한 ‘이마바리 타월 프로젝트’에서는 ① 유니클로(UNIQLO) 로고를 제작한 아트 디렉터를 채용해 이마바리 타월의 품질기준을 제정하고, ② 도쿄에 공식 매장을 열며, ③ 타월에 관한 역사, 문화, 기술, 고객 서비스, 브랜드 등 다방면에 걸쳐 숙련도를 인정하는 자격시험인 ‘타월 소믈리에 제도’와  ‘타월 마이스터 제도’의 제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국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역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례로 이마바리 타월은 시코쿠 타월공업조합에서 실시하는 엄격한 흡수성 테스트를 합격한 제품에 이마바리 타월 브랜드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마바리 타월 지역 브랜드로서 품질 통일이 가능해졌다. 또한  JETRO(일본무역진흥기구)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에도 참가하면서 해외 수출에 성공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 이마바리 타월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타월 박람회에 201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참가했는데, 전시회를 계기로 유럽의 소매점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게 됐다. 프로젝트의 성과로 이마바리 타월 생산량은 2009년 9318톤에서 5년 연속 전년대비 증가해, 2014년 1만1298톤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9년에 비해 무려 20.4% 증가한 것이다.

타월의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타월 공장 외에도 염색, 재봉, 인쇄 등 관련 가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던 제조사들의 국내 회귀도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타월 업계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젊은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마바리의 타월 가게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늘었다. 이마바리 타월 산업은 지역의 전통 기간산업이 지방도시를 되살린 사례로 꼽히면서, ‘이마바리 타월의 기적’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이마바리 타월

자료원: 이마바리시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성공

     

나라현 나라시에 위치한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1716년에 창업, 2016년에 창립 300주년을 맞는 공예품 생산 회사다. 매출액이 41억 엔인 이 회사의 직원 수는 275명에 이른다. 2008년 제 13대 사장인 나카가와 준(Nakagawa Jun) 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본업인 마직물 사업에서 ‘일본의 공예를 활성화시킨다’는 목표 아래 일본 각지에서 공예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나카가와 사장은 자사의 공예 브랜드는 물론 지방의 작은 공예업체를 살려, 일본의 대표 경제주간지 「니케이 비즈니스」가 발표한 ‘2014 일본의 혁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직영점에 진열된, 자체 기획하고 생산한 공예품 모습

자료원: 오사카 무역관

     

일본에는 지역별 전통 공예품이 많지만, 사업자 대부분은 영세하고 독자적인 판로가 없어 사업을 확대할 방안이 없다. 그나마 판로가 있다고 해도 주문받는 것을 공급하는 데 그칠 뿐, 스스로 제품을 기획하거나 영업망을 확대하려고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에 따른 판매 부진에 더해 후계자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통 공예품 제조업체의 폐업이 잇따르자,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공예산업을 활성화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업자들과 협업해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획뿐만 아니라 판로 개척까지 책임지고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카가와 사장은 인터뷰에서, “자동차산업은 1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도 전통산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계승이 목적이 아니라도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혁신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예품도 사람들이 항상 필요로 할 만큼 매력적인 것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저는 ‘전통 공예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이 미디어에 소개되자, 여러 공예기업에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그가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하나라고 했다. 바로 ‘사업자 또는 후계자가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가’이다. 단순하게 컨설팅만 받으면 바로 높은 매출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는 사업자들이 많지만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함께 브랜드를 만드는 협업자로서, 사업자의 명확한 방향성과 견고한 의사를 중요시한다.

 

전통도 소비자의 시선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

 

소비자는 가혹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참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카가와 대표는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지만, 가치 있는 것은 사려고 하므로 오히려 좋은 시대라고 말한다. 따라서 콘셉트를 바꾸기만 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시대라는 것이다. 화장품 명품 브랜드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시세이도의 후쿠하라 요시하루 전 회장도 “명품이란 전통 스타일과 기술에 뿌리내리고 항상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장인정신)’가 재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20년 불황의 시대에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면, 이마바리 타월의 불퇴전의 결의와 나카가와 사장 같은 신념이 절실히 요구된다. 요즘 한국도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다는 것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에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만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않고, 전통 타월 기술을 브랜드화하고 전통 공예품을 소비자에게 팔릴 만한 제품으로 변신시킨 두 성공 사례는 우리의 전통산업 및 저렴한 국가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는 사양산업에도 생존의 길 모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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