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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일 간 무역거래의 이해와 실제
  • 외부전문가 기고
  • 일본
  • 후쿠오카무역관 송혜주
  • 2014-09-26
  • 출처 : KOTRA

 

한일 간 무역거래의 이해와 실제

- ‘연애학 개론’을 바탕으로 한 일본시장 진출 전략 -

 

이동준 후쿠오카 한국교육원 전문관

 

 

 

남자와 여자가 시내의 한 커피 전문점에 마주 앉았다. 친구가 주선해 준 소개팅 자리였다. 남자는 첫 눈에 여자에게 반했다. 여자도 성격 좋고 매너 좋은 상대 남자에게 관심이 가지만, 만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사귀자고 하는 남자가 내심 부담스럽다. 남자는 오랜 시간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그제야 남자의 진심을 믿게 된 여자도 남자를 향해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소개팅한 지 1년 만에 둘은 사귀게 되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남자의 마음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직감한다.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항상 남자의 곁을 지켜주는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돌리고, 다른 여자와 자신을 비교하며 홀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남자가 매일같이 여자에게 전화하고, 메시지 보내며 안부를 물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횟수가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여자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밤이면 아예 남자의 전화기가 꺼져 있는 날도 있다. 여자는 점점 불안해지고, 만나면 싸우게 된다. 반복되는 싸움과 남자의 차가워진 태도에 지치고 실망한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결국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관계의 일부를 글로 옮겨 보았다. 얼핏 보면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연애학 개론의 일부 같기도 하겠지만, 만약 당신이 향후 일본 기업과 거래를 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일본 기업에 거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면 이 글을 단순한 연애학 개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 글 속에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열쇠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연애학 개론 속에 일본 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의 무역회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지금은 교육부 재외파견기관인 한국교육원으로 직장을 옮겨 근무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무역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양국 기업의 거래성립을 위한 창구역할을 하였고, 교육원에서는 양국 학교나 교육기관의 교류를 위한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업무 특성상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덕분에 성공사례, 실패사례 모두 적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도 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필자는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거래는 남녀의 연애 과정과 비슷하며, 한국은 남자의 성향이 강하고, 일본은 여자의 성향이 강하다.’

 

한국 기업은 초반에는 항상 적극적이며, 열정적이다. 거래성사를 위한 업무추진 속도 역시 LTE급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반응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하면 포기도 빠르다. 또, 처음에는 뭐든지 다 된다고 했다가 막상 협상이 시작되면 안 되는 것들이 속출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협상을 중단하게 된다. 일본 기업은 그런 한국 기업과 정반대의 성향을 나타낸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에 업무추진 속도는 매우 느리다. 이 부분에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거래를 포기한다.

 

열 번 찍어서는 나무가 넘어가지 않는다

 

많은 한국 기업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인구 증가로 시장이 커지는 규슈 쪽으로 눈을 돌려 규슈지역에 신규 거래처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 때마다 필자는 쉽게 열릴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끈기있게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하는데, 돌아오는 대답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요즘에는 남녀관계에서도 고작 열 번 정도 찍어서는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하물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과의 거래에서 오는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열 번이 아니라 수백 번을 찍어도 부족하다. 특히 신뢰를 중요시하는 일본 기업과의 거래에서는 제품의 우수성 및 가격의 적정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뢰관계 구축이다. 필자가 해외시장개척사업 요원으로 활동할 때 제품에 대해 설명하기도 전에 “이 회사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일본 기업 담당자의 질문을 받은 적도 수 차례 있었다.

 

여유를 가져라

 

일본에 신규 거래처를 만들고자 하는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과 끊임없는 요구에 맞춰 자료와 샘플을 준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그야말로 열 번이 아니라 수백 번 도끼질을 하는데도 일본의 기업들은 좀처럼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결국 지친 한국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만다. “너희와 거래 안 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여유’라는 단어다. 조급한 나머지 단기간 내에 일본 시장에서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고,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이라도 도끼로 찍을 수 있다는 각오와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참을 인(忍)자가 세 개면 일본에 새로운 거래처가 생긴다

 

필자도 일본인과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답답해서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한 번은 후쿠오카의 모 호텔에서 국제교류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가뜩이나 행사장과 행사 진행 스케줄 점검하느라 정신 없는 필자에게 호텔 직원 한 명이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어디 설치할까요?”

“접수 카운터에 직원은 몇 명 배치할까요?”

“식사 테이블에 숟가락은 몇 개나 준비할까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너무나 어이없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건 좀 알아서 하면 되지!” 하지만 일본인의 관점에서는 전혀 이상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거래의사를 타진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그 속에서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 한국 측의 특징인 반면, 일본 측에서는 세밀한 부분까지 검토하여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게 빠른 회신을 독촉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참을 인(忍)자가 세 개면 일본에 새로운 거래처가 생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일본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고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큐슈지역 시장에 ‘올인’하기보다는 다른 지역의 시장을 함께 공략하며 실적을 쌓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른 기업과의 거래실적이 있는지 묻는 일본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무역분야에서도 교육분야에서도 한일 양국 간의 교류 혹은 거래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대’에 대해 너무 모른 채 섣불리 일을 추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마치 상대방 마음이야 어떻든 나만 좋다고 무작정 사귀자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최대한 빨리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일본 기업과의 거래를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시장에 우리 제품을 얼마에 내어놓을 것인지, 시장진출을 위해 갖추어야 할 인증절차는 마무리됐는지, 일본 기업의 요구사항 혹은 일본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지, 통관에는 문제가 없는지,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였을 때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식품과 화장품 등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경우, 통관 기준이 매우 엄격하여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준비과정 없이 무작정 제품을 시장에 던져놓고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하겠다는 ‘한국식 논리’로는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없다.

 

일본의 기업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한 번 결정한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처 선정작업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다. 특히 거래처가 외국기업이라면 신중함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된 거래처는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특성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과 거래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계약 체결 후에도 신뢰는 중요하다

 

연애 중인 남녀가 싸울 때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다.’ 사귀기 전에는 하늘에 있는 별도 따 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막상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는 별사탕 하나 사 주는 것도 아까워한다면 이별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가 이미 깨져버린 것이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처음 약속과 다른 밥을 주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처음 계약할 때와 물품이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거나, 불량률이 높아지면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계약 파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한국 기업 'K'사와 일본 기업 'J'사를 예로 들어보자.

 

K사는 일본 기업 J사와'A'라는 물품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처음 얼마 동안은 순조롭게 납품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K사에서 신기술을 개발하여 같은 가격이지만 이전보다 뛰어난 내구성과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춘 'A+'를 출시하였고, J사에서도 환영할 것이라는 생각에 별도 협의 없이 새로 개발한 'A+'를 납품하였는데, J사에서는 환영하기는 커녕 클레임을 걸었다. J사의 클레임 사유는 간단했다. 처음 계약한 물품과 다른 물품이라는 것이다. K사는 같은 물품인데 이전보다 훨씬 개선된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J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K사에서는 선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한 행위였으나 J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계약과 배치되거나 계약서에 없는 내용일 경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 기업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서 합의점을 도출한 후에 물품을 납품하여야 신뢰관계를 지킬 수 있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양국 기업이 합의한 사항을 문서화하는 작업 역시 매우 중요하다.

 

연애에도 무역에도 긴장감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애가 시작되어 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기념일도 잘 챙겨야 하고, 상대방의 생일 때 무엇을 선물할 것인지, 어디서 식사할 것인지 고민도 해야 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파악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긴장감도 필요하다. 오랜 기간 사귀면서 찾아오는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일본에서 거래처를 발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 회사와 거래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거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측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에 맞춰 천신만고 끝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납품한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파악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애프터서비스를 진행하여 신뢰관계가 깨지지 않게 해야 한다. 오랜 기간 거래를 하게 되면 익숙함과 편안함에 자칫 긴장이 풀어져서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데, 한국이라면 한 번 쯤 눈 감아줄 만한 사안이더라도 일본에서는 냉정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신뢰는 서로의 관계를 굳건히 지속시키는 원동력

 

남녀가 연애를 할 때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믿음’이라고 한다. 연애가 상호 간의 이해 및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무역거래 역시 상호 간의 이해 및 신뢰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특히 일본은 신뢰를 매우 중요시 하는 만큼,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거래가 지속되는 내내 긴장감을 가지고 일본 기업과 한결같은 신뢰관계를 탄탄히 구축해 나간다면 일본의 기업이 든든한 파트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며, 나아가 일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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