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이코노미인사이트기고] 클라우드·ESG 등 ‘긴 호흡 혁신’이 결실로
- 직원기고
- 독일
- 뮌헨무역관 김경민
- 2025-02-08
- 출처 : KOTRA
-
김연재 KOTRA 뮌헨무역관 관장
2024년 글로벌 시장은 혼란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독일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독일 주식시장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불경기 속에서도 독일 증시는 2023년 20.3% 상승한 데 이어 2024년에도 18.8% 상승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론 독일 증시의 선전에는 유로 금리인하도 작용했으나, 위기를 이겨낸 독일 기업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독일 닥스40(Dax40·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주식 중 40개 대표기업으로 구성) 중 2024년 주가가 급등한 10대 기업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상승률은 2024년 12월31일 종가 기준이고, 시가총액과 주가는 2025년 1월2일 종가 기준이다.
1.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319.8%, 시총 230.1억유로, 주가 50.84유로)
2020년 독일 국민기업 지멘스의 가스 서비스와 그리드 등 에너지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지멘스에너지의 성장이 가장 돋보였다. 이 회사는 2023년만 해도 풍력발전기 부품 불량으로 45억유로(약 6조8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적자기업이었다.
그러나 2023년 말 150억유로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을 확보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전폭적인 정부 지원에 더해 유럽연합(EU)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구체화되자 수주가 증가했다. 전력망 사업이 특히 호조를 보였는데, 2024년 상반기에만 무려 120억유로를 수주했다. 이에 핵심 성장동력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를 늘리며 입지를 다졌다.
2. 라인메탈(Rheinmetall: +114.2%, 시총 358.0억유로, 주가 604.0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을 포함한 EU와 나토(NATO) 회원국의 국방예산이 늘어나자 방산 관련 기업이 움직였다. 대포‧장갑차‧탄약 제조에 특화된 이 회사가 수혜를 입은 것은 당연하다. 라인메탈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초에 이미 3억유로(약 4528억원) 규모의 탄약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1분기에는 독일 정부의 복서(Boxer) 장갑차 납품(127대, 27억유로)까지 따냈다. 이후 스페인 탄약 기업 엑스팔(Expal), 미국 군용차량 기업 록퍼포먼스(Loc Performance)까지 인수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3. 에스에이피(SAP: +69.4%, 시총 723.0억유로, 주가 238.55유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세계 1위, 독일 시총 1위이자 전사적자원관리(ERP)로 대표되는 에스에이피(SAP)의 2024년 호조는 치열한 구조조정의 결과다. SAP는 2023년 9월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춘 전격적인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직원 평가체계 변경과 대규모 감원조치를 단행했다. 2023년에만 3천 명을 감원하고, 2024년 상반기 구조조정에 20억유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 ERP 기능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선해 고객 요구를 맞춤형으로 반영한 초개인화 전략 도입, 제조‧유통‧의료 등 산업별로 특화된 솔루션 제공 등 혁신을 지속했다.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는 SAP의 핵심 사업이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계약은 클라우드 전체 계약의 30%에 달한다.
4. 엠티유에어로엔진(MTU Aero Engines: +64.9%, 시총 79.3억유로, 주가 321.70유로)
민간‧군용 항공기 엔진 기업 엠티유에어로엔진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항공편이 늘어나며 수혜를 누렸다. 항공기 엔진과 부품 수요가 증가하자, 엠알오(MRO, 유지보수·수리·검사) 수요도 증가했다. 이에 엠티유는 제품 포트폴리오까지 다양화하며 승기를 굳혔다. 연비가 개선된 ‘기어드 터보팬 엔진’(GTF, 제트엔진의 일종으로 터보팬의 발전형) 등 신제품을 출시해 비교우위를 확보했고, 자금흐름이 개선되자 파트너십 체결에 나섰다.
또한 차세대 군용 헬리콥터 엔진 개발을 위해 프랑스의 ‘사프란 헬리콥터 엔진’(Safran Helicopter Engines)과 50 대 50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0인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5. 찰란도(Zalando: +51.0%, 시총 89.9억유로, 주가 32.22유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이 상위권에 있는 미국 증시와 달리 패션 쇼핑몰 찰란도의 선전 자체가 독일 증시에서는 이례적이다. 독일 온라인 시장은 아마존이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린다. 그러나 ‘패션’ 온라인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찰란도는 매년 아마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독일 온라인 패션시장 1위 기업이다.
창립 당시인 2008년 이미 ‘무료배송‧구매 후 100일까지 반품 가능’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세운 이 회사의 혁신은 2024년에도 계속됐다. 엠제트(MZ) 세대를 겨냥해 브랜드를 새롭게 재정비함은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4를 기점으로 스포츠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신규 브랜드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6.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스(Heidelberg Materials: +47.4%, 시총 89.9억유로, 주가 120.6유로)
1874년 설립된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스는 세계 건설자재 시장에서 골재 1위, 시멘트 2위, 레미콘 3위를 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2024년에는 미국 정부의 도로, 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북미 사업부가 호조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또한, 효율 개선 프로그램을 시행해 5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했다. 2024년 지속가능한 ‘이보빌드’(EvoBuild, Evolution+Build)라는 브랜드를 신규 출시해 탄소절감과 순환경제 비중을 강화했다. 현재 43%에 달하는 이보빌드의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늘릴 계획이다.
7.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46.1%, 시총 214.5억유로, 주가 15.56유로)
2024년 금융가에서는 이탈리아 2위 은행 유니크레딧(Unicredit)이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28%까지 확보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배경에는 유니크레딧이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현재 독일 정부와 노조의 반대로 최종인수 결정은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도 코메르츠방크는 2021년 도입한 ‘스트래티지(Strategy) 2024’의 효과가 가시화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디지털 플랫폼 도입 강화, 비용 효율성 제고, 고객 중심의 접근(특히 중소기업 금융) 등이다.
8.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 +32.8%, 시총 405.5억유로, 주가 29.17유로)
한국의 케이티(KT)와 유사한 도이체텔레콤은 통신, 인터넷, 디지털 솔루션 등을 취급한다. 이 회사는 5세대(5G) 네트워크 투자를 늘려 인프라를 강화했다. 이후 홀로그램 어시스턴트, AI 기반 모듈형 시스템, 로봇 등의 서비스를 내세운 커뮤니케이션 혁신 프로젝트 ‘콘셉트 티’(Concept T)를 도입해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자 만족도가 대폭 개선됐다. 도이체텔레콤은 2024년 9월 독일 최대 소비자 잡지 ‘임테스트’(Imtest)의 유선 네트워크 서비스 평가에서 ‘매우 우수’라는 성적을 받았다.
9. 뮌헨재보험(Munich Re: +28.93%, 시총 298.6억유로, 주가 491.5유로)
세계 최대의 재보험사 뮌헨재보험은 리스크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24년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이익을 기록했다. 비 피해가 드문 독일 남부에 2024년 기록적인 홍수로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에 신속 대응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관련상품 수요가 급증하며 매출도 증가했다. 자연재해 증가에 대비해 재보험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리스크 평가 모델을 고도화한 것이 도움이 됐다.
10. 아디다스(Adidas: +28.56%, 시총 241.2억유로, 주가 236.7유로)
70년간 독일 축구팀의 공식 스폰서였던 아디다스는 2024년 대표팀과 결별했다. 독일 축구협회 쪽이 후원금 상향조정 카드를 내민 나이키와 새로 스폰서십을 맺자, 축구에 진심인 독일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아디다스는 삼바, 가젤 등 레트로 스니커즈를 출시하고, 2024년 파리올림픽과 유로2024를 맞아 마케팅 투자를 늘리며 입지를 다졌다. 특히 경쟁기업 나이키가 중국 시장의 부진 등으로 고전하는 틈을 타 급성장했다.
독일 닥스 고성장 기업의 공통된 성공 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5G 등 미래 투자가 큰 성과를 낳았다. 둘째, 유럽 이외에 아시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이 역할을 했다. 셋째, 원가 절감과 효율화로 영업이익률이 상승했으며,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닥스 기업들의 성공은 하향 국면에서도 긴 호흡으로 혁신하고, 글로벌 시장을 다양화한 것이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출처: 한겨레 이코노미 인사이트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81382.html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KOTRA의 저작물인 ([한겨레이코노미인사이트기고] 클라우드·ESG 등 ‘긴 호흡 혁신’이 결실로)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