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오족(海淘族)이 가져온 변화와 기회

박영훈 과장

KOTRA 우한 무역관

요우커(遊客)는 이제는 한국에 많이 익숙해진 단어이다. 춘절(春节), 국경절(国庆节) 등 중국 공휴일을 앞두고 어김없이 요우커들의 경제 효과를 예측하는 기사가 지면과 인터넷상에 도배되다시피 올라오는 등 이제 요우커는 단순 관광객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됐다. 최근 들어 요우커가 PC, 스마트 폰과 결합해 하이타오족(海淘族)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요우커 마케팅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이제 하이타오족을 잡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 하이타오족, 그들은 누구인가?

하이타오족은 '해외'를 의미하는 ‘海’와 '소비하다'라는 의미의 ‘淘’가 결합된 신조어로, 온라인에서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중국의 해외 직구족을 뜻한다. 2014년 기준 중국 온라인쇼핑 이용자 3억1200만 명 중 하이타오족은 1800만 명으로 전체 온라인쇼핑 이용자의 17.3%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는 356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로 인해 해외제품 직구방식은 중국 온라인쇼핑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온라인 시장조사기관 i-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하이타오족의 남녀 성비는 각각 51.4%, 4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쇼핑 관련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남성에 비해 높은 것이 보통이나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의 특성상 스마트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 소비자가 현재까지는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 사이트 이용자의 연령대로 26~35세 연령대의 젊은 세대가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하이타오족들은 경제발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해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는 연안 대도시가 일정한 소비력과 교육 수준을 갖춘 소비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물류 운송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

온라인 네트워크 및 각종 스마트기기 등 IT 산업이 발달하면서 중국의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 교역액은 5904억 위안(미화 약 908억 달러)으로 2008년의 350억 위안(미화 약 53억8000만 달러)에 비해 1660% 성장했으며, 향후 2017년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 수입액은 1조8000억 위안(미화 약 276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으로는 온·오프라인 수입 브랜드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또한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몰의 중국어 서비스 제공 등 접근성의 향상, 국제 물류 운송 및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발전 또한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의 확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은 해외 제품의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세, 부가가치세, 소비세 등의 세금을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반해, EMS 등 국제택배로 배송되는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행우세(行邮税) 세율을 적용 받아 세금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주류, 귀금속 등 사치품을 제외한 일반 물품의 경우에는 10%의 세율이 부과되며 500위안(미화 약 76.9달러) 이하 물품의 경우에는 면세 처리된다.

중국 정부 또한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을 국제 교역의 새로운 형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15년 3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를 비롯한 다수의 온라인쇼핑 기업이 집중돼 있는 항저우(杭州)를 중국 최초‘해외 직구 온라인쇼핑 종합 실험구(跨境电子商务综合实验区)’로 지정하고 해외 직구 인터넷쇼핑 관련 기업에 통관, 세무, 물품 검사,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향후에는 어떠한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이 여타 수입제품 구입 수단과 비교해 분명히 가격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하이타오족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

일부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소비자의 경우 직접 해외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온라인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언어적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중국 소비자들을 위해 앞다투어 해외 직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하고 있다.

이들 중국의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몰은 영업 방식, 제품 등록 주체, 그리고 수익구조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해외 제품 구매 대행 온라인쇼핑몰로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하이타오청(海淘城), hai360), 진구방하이(金箍棒海外购), 미타오(蜜淘) 등이 있다. 이들은 해외의 온라인쇼핑몰과 연계해 해외 쇼핑몰의 상품 정보 중문 번역, 상품 결제, 배송 등을 지원하며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둘째, 해외 판매자 등록 제품 직구 사이트로 티몰글로벌(天猫国际) 콰징통(跨境通), 콰징거우(跨境购), 양마터우(洋码头) 등이 있다. 이는 해외 판매자가 중국의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제품을 등록,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국 기업은 해외 판매자가 제품 등록 페이지 개설 시 수수료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이 해외에 주재하는 구매 담당자를 통해 유망 해외 제품을 소싱해 판매하는 방식의 직구 사이트로 웨이핀후이(唯品会), 쥐메이(聚美优品), 러펑왕(乐蜂网)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액이 기업의 수익금이 된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 역시 하이타오족 마케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은 중국 현지에 아마존차이나라는 법인을 설립해 중국의 해외 직구 서비스 수요를 흡수하고자 노력하고, 우리나라의 롯데닷컴 또한 중문 모바일 쇼핑 서비스인 '차이나 롯데닷컴'을 오픈하고 결제시스템과 물류시스템을 정비해 하이타오족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하이타오족이 가져온 변화와 기회

중국의 최대 온라인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 그룹은 자사의 해외 직구 지원 온라인쇼핑몰인 티몰 글로벌에 한국관을 개설하고 한국의 유망제품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쥐메이(聚美优品) 또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의 우수 화장품을 찾기 위해 방한한 바 있다. 이렇듯 중국 해외 직구 온라인쇼핑몰들이 제품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중국 해외 직구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생존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타오족은 글로벌 온라인쇼핑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큰 손으로 주목받으며, 그들이 가져온 변화는 중국 수입·유통구조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들로 인해 창출되는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회는 언제나 모든 기업에 열려있으나, 그로 인한 성공의 열매는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기업, 그리고 철저히 준비된 기업들에만 돌아간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기회도 눈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