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덕 소장 한국수출입은행 다카사무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방글라데시의 빠른 성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IMF는 2021년 방글라데시의 명목 GDP를 세계 41위인 3529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2011년 명목 GDP 1286억 달러 대비 약 2.7배로, IMF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방글라데시의 고성장 유지를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1인당 GDP 2000달러 돌파, 사상 최대 외환보유고(460억 달러, 2021년 6월) 기록, UN 최빈개도국(LDC) 졸업 권고(2021년 2월) 등 독립 50주년을 맞은 방글라데시의 2021년은 의미 있는 경제사적 시기로 자리매김 중이다.

방글라데시 경제의 빠른 성장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5개년 국가개발계획의 체계적 수립 및 이행을 통해 도로, 교량, 철도 등 다양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8차 5개년 개발계획(2020년 7월-2025년 6월)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1600억 달러를 정부개발사업 수행예산으로 배정하고 전력·교통 등 경제부문은 물론 수자원·교육·공공보건 등 사회부문 인프라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해당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인프라 발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료: 방글라데시 제8차 5개년 개발계획

한편, 방글라데시는 GDP 대비 낮은 공공부채·대외부채 비중 등 양호한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이점으로 World Bank(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MDB(다자개발은행)로부터 대규모의 차관을 도입해 인프라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 역시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육·해상으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풍부한 노동수요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방글라데시 정부에 대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방글라데시 인프라 시장 진출 활로를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는 2015-2019년간 약 221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신규 약정하는 등 국제개발금융의 주요 채무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방글라데시 진출을 통해 해외 인프라 사업 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관사업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을 활용해 방글라데시 정부의 인프라 투자사업에 대해 양허성이 높은 공공차관을 제공함으로써 방글라데시의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성장잠재력이 큰 방글라데시 인프라 시장에 우리 민간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21년 7월 누적 기준으로 EDCF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개발사업 24건에 대해 약 1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지원을 승인해 이 중 14건을 이행 완료하였으며 10건을 이행 및 추진 중에 있다.

한편, EDCF는 방글라데시 제8차 5개년 개발계획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2021-2025년간 7억 달러 기본약정(Framework Arrangement, F/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F/A 체결을 통해 양국 정부는 방글라데시의 개발수요를 존중하는 한편, 그린·디지털·보건 등 우리 비교우위가 높은 전략 분야 인프라 투자사업 지원을 활성화함으로써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상호 호혜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효율성·안전성·지속가능성이 높은 사회간접자본의 구축을 통해 국가경제의 효율성 제고와 공공복리 증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인프라 개발경험이 방글라데시에서 실현되는 것은 물론, 성장잠재력이 높은 방글라데시 인프라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확대되는 데 EDCF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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