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싱가포르 정부는 재정현황을 포함한 정부 예산안(Budget 2024)을 발표했다. Budget 2024는 기업의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 완화, 내수 경제 지원과 같이 단기적으로 당면한 경제 지원책 외에도 기후 변화, 인구 고령화, AI 기술 등 장기적인 발전 과제도 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평가했다.

싱가포르 재정현황(FY 2023-2024 기준): 흑자 전환 기대

싱가포르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MOF)에 따르면, 싱가포르 FY 2023의 지출은 총 1069억 싱가포르달러로 각종 세수를 통한 운영수익인 1043억 싱가포르달러보다 많아 기초 재정수지는 적자(26억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기초 재정수지에 기타 비용, 이자 비용 등이 반영돼 FY 2023의 총 재정수지는 36억 싱가포르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 FY(회계연도)는 매년 4월을 기준으로 차년도 3월까지 1년을 의미(FY 2024: 2024.4.1~2025.3.31)

반면, 이번 회계연도(FY 2024)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MOF는 FY 2024의 운영수익과 지출을 모두 4%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기초 재정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나 투자수익과 국유시설 자본화 등으로 총 재정수지는 소규모 흑자(8억 싱가포르달러)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FY 2024의 예상 지출액인 1118억 싱가포르달러는 싱가포르 GDP의 15.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수익은 특히 부가세(Goods and Services Tax, GST)로 인한 세입이 이전 회계연도에 비해 19%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으며, 세입 증가율 중 가장 크게 늘 것으로 보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까지 정부지출이 GDP의 약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무장관은 지출 증가 폭이 일정수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향후 몇 년간 예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세입확보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재정(FY2023-2024) 세부내역>

(단위: 십억 싱가포르달러, %)

주: 운영수익의 경우 상위 3개 항목만 기재, 나머지 세입항목은 기타로 통일

[자료: MOF 예산안 발표자료 바탕으로 무역관 정리]

싱가포르 Budget 2024: 내수경제 강화부터 산업 육성까지 공략

Budget 2024의 주요 목표에 담긴 키워드로는 ‘민생경제’, ‘인재양성’, ‘기업성장’, ‘지속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개인 및 가구를 지원해 민생경제를 돌보고 산업 및 기업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계획이 종합적으로 담겨있다.

1) 민생경제 지원 및 자국민 역량개발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현금 혹은 현금성 바우처를 지급할 예정이다. 개인 소득세 보조금·의료보험 및 연금에서 보조금 지급 등도 포함되며, 노인가구·저소득가구 등에 대한 별도 지원책들도 확대했다.

그 외에도 중년층의 직업역량 강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지원 확대 등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예를 들면, 저임금 노동자(월급여 3000싱가포르달러 이하)에 해당하는 싱가포르인은 2025년 1월부터 “근로소득 보충 제도(Workfare Income Supplement)”가 개선됨에 따라 더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된다. 해당 제도는 저임금 시민에게 현금 지급이나 CPF(일종의 연금)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지원 폭이 상향되면서 최대 지급액이 기존대비 17%(연령 및 임금에 따라 상이)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혜택에 해당하는 싱가포르인은 약 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재무부는 덧붙였다. 또한, 자국민을 대상으로 적격 급여가 인상됨에 따라 저소득 근로자 임금 인상 대상이 되는 사업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공동자금을 기존 예고치 대비 상향해서 지원한다. 해당 공동자금 지원 범위는 2024년부터 30%로 줄어들 예정이었으나(’22-‘23년: 임금인상의 최대 75%를 정부 공동자금으로 지원), 이번 Budget 2024를 통해 임금인상의 최대 50%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 기업지원 및 산업강화

기업 성장과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내용도 다뤄졌다. 직원 임금, 임대료, 공과금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에 대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법인세의 최대 50%를 환급하는 지원책을 예산안에 반영했다. 2024년 과세연도를 대상으로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의 경우 최대 4만 싱가포르달러 한도에서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된다. 2023년에 싱가포르 직원을 1명 이상 고용한 회사의 경우 현금으로 최소 2000싱가포르달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은 13억 싱가포르달러가 배정된 “기업 지원 패키지(Enterprise Support Package, ESP)”의 일환이며, ESP에는 법인세 환급, 기업 금융제도 개선(운전자본 대출 한도 인상) 등이 포함된다.

또한, 2020년에 발표된 기업의 연구와 혁신을 지원하는 “RIE2025(Research, Innovation and Enterprise 2025)”에 당초 배정한 250억 싱가포르달러 외에도 30억 싱가포르달러를 추가로 배정했다. 추가로 배정한 예산은 첨단 제조, 지속가능성, 디지털 경제, 의료와 같은 국가에서 운선순위로 두는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도 확장한다. 2023년 발표한 “국가 AI 전략 2.0(National AI Strategy 2.0)”를 지원하기 위해 AI 컴퓨팅, 인재 및 산업 개발에 향후 5년간 10억 싱가포르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전국 광대역 네트워크망 업그레이드에도 예산이 추가로 할당됐다. 네트워크를 10Gbps로 향상시키는 계획이며,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 실현을 위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외에도 “국가 사이버 보안 지휘센터(National Cybersecurity Command Centre)”를 풍골(Punggol, 싱가포르 지역명) 지역의 디지털 지구에 설립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산학협력을 촉진할 예정이다. 기존 안보 문제 외에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같은 에너지 안보 문제의 중요성도 예산안에 녹여냈다. 제2 LNG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며, 저탄소 에너지 수입 외에도 기존에 발표한 “국가 수소에너지 전략(National Hydrogen Strategy, ‘22년 발표)”에 따른 수소, 지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기술 연구도 지속할 것임을 언급했다.

<Budget 2024 내용 요약>

[자료: MOF 발표 자료 바탕으로 무역관 정리]

마무리: 예산안을 통해 우리 기업이 참고할 점

싱가포르는 기존에 강점을 보인 금융, 물류 허브 기능에서 혁신 기술을 접목해 더 단단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테면, 싱가포르는 금융 분야의 아시아 허브를 자칭하면서 경쟁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 부문 개발 기금(Financial Sector Development Fund)”에 20억 싱가포르달러를 추가했다. 기존의 금융 기능에서 Fintech나 녹색 전환과 같은 기술을 추가해 싱가포르만의 금융 역량을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에 앞장서면서 네트워크망을 보완해 인프라를 갖추고 사이버 보안에 대한 기능 강화를 위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예산안 발표를 통해 싱가포르가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AI, 연구, 첨단 기술, 친환경, 에너지전환과 같은 세계에서 주목하는 트렌드도 Budget 2024에 담겨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를 통해 싱가포르 정부가 그려나가는 미래 산업을 참고해 신산업과 진출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료: 싱가포르 재무부(MOF), 현지언론(The Straits Times, CNA), 싱가포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