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등 웹 3.0 기반의 차세대 디지털 기술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 즉 암호화폐 분야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발전했고 작년 하반기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뜨거운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올해 중반부터는 암호화폐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가 저조해지는 이른바 ‘크립토 겨울’을 겪고 있지만, 그 유망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선진 기술에 능한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암호화폐의 활용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 소매업계 역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암호화폐,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다

‘암호화’라는 뜻의 ‘Crypto’와 ‘화폐·통화’를 의미하는 ‘Currency’가 합성된 용어 ‘암호화폐(Cryptocurrency)’란, 쉽게 말해 재화의 교환과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화폐이다. 보통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산 장부(Distributed Ledger)상에서 암호화된 공개 키를 통해 안전하게 전송되며 소유권의 증명 역시 용이한 디지털 가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비트코인(Bitcoin)이나 최근 NFT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더리움(Ethereum)을 들 수 있으며 테더(Tether), 리플(Ripple), 솔라나(Solana), 도지코인(Dogecoin), 라이트코인(Litecoin) 등 그 종류는 매우 많다. 또한 여러 가지 거래의 장이 있는 주식 시장처럼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도 Gemini, Uphold, Coinbase, Binance, eToro 등 다양한 거래의 장과 플랫폼이 있다. 작년 후반의 전성기 이후 올해 중순 암호화폐 시장은 큰 변동과 추락을 겪은 바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암호화폐의 도입과 활용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주요 암호화폐의 콘셉트 이미지>

주: 왼쪽부터 라이트코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자료: Pixabay(https://pixabay.com/)]

암호화폐는 특히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요즘의 젊은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Pew Research Center의 2021년 11월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대상인 18세에서 29세 그룹 중 31%가 암호화폐를 사용한 적이 있었던 반면, 50세부터 64세의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8%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 및 금융 서비스 기업 Deloitte에서도 ‘암호화폐의 도입과 사용은 나이가 적은 소비자층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젊은이들을 타깃 소비자로 삼는 많은 기업이 이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요소들에 눈길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성별 및 연령대별 미국 성인의 암호화폐 사용 경험>

(단위: %)

[자료: Pew Research Center 자료 가공(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21/11/11/16-of-americans-say-they-have-ever-invested-in-traded-or-used-cryptocurrency/)]

암호화폐 결제방식 도입에 부쩍 관심 늘어난 소매업계

지난 2021년 11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올해 중순부터 또 다른 역대급 하락의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매업계 기업들이 꾸준히 암호화폐 활용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목격된다. 구찌(Gucci), 발렌시아가(Balenciaga), 태그호이어(Tag Heuer)와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부터 알로(Alo), 팩선(Pacsun), 스타벅스(Starbucks) 등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면서, 이제는 이렇듯 익숙한 브랜드 제품들을 디지털 화폐로 결제하고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종류나 사용 가능 범위 등은 각 기업과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암호화폐를 비롯한 신기술에 매우 친숙한 젊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영 캐주얼 패션 브랜드 ‘팩선(Pacsun)’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팩선은 디지털 선진 기술에 능통하며 미국의 핵심 소비자층으로 자리 잡은 ‘Z세대’를 타깃 소비자로 정의한다. 팩선의 공동 CEO Michael Relich는 공지를 통해 “지금까지 팩선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보다 가까운 그들의 생활 영역으로 접근하기 위해 SNS와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과정에서 Z세대 소비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니즈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팩선이 암호화폐를 결제방식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팩선은 2021년 10월,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 기업 ‘비트페이(Bitpay)’와 파트너십을 맺고 무려 11가지의 암호화폐를 상품 결제 수단으로 추가했다. 이 11개의 암호화폐에는 비트코인(BTC), 비트코인 캐시(BCH), 이더리움(ETH), 랩드비트코인(WBTC), 도지코인(DOGE), 라이트코인(LTC) 및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5종이 포함된다. 해당 기업은 암호화폐 결제방식 이외에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가상 매장을 열고 NFT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Z세대 소비자를 공략할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제 플랫폼 비트페이 통해 11종 암호화폐 결제 가능한 패션 브랜드 ‘팩선’>

[자료: Pacsun 웹사이트(https://www.pacsun.com/)]

물론 지금까지 암호화폐는 주식 투자와 유사하게 대부분 투자 거래 목적으로 사용되어온 만큼, 결제 수단으로의 암호화폐 사용 비율은 아직 매우 낮다. 올해 5월 미국 연준(Fed)의 보고서에 따르면 결제 수단으로의 암호화폐 사용 비중은 투자 목적으로의 사용 비중보다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팩선과 타깃 소비자층이 겹치는 영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은 소비자 분석 결과, 아직 암호화폐 결제 도입은 시기상조라 판단한다고 밝히며 팩선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아직은 미미한 실제 이용률과 지속되는 시장의 변동성 등은 암호화폐 결제 시장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인 듯하다.

시사점

미국 현지 소매업계 기업의 마케팅 분야 종사자인 P씨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쇼핑할 때 암호화폐로 결제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현재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연준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지난 1년간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 비율은 미국 성인의 단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웹 3.0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세계 및 관련 기술 요소들은 가히 무서운 속도로 발전 중이며,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역시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소매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결제 시장은 결국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춰 발전할 것”이라고 P씨는 덧붙였다.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세대에서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니즈가 더 증가할 확률도 높아 보인다. 아직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관련 업계의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빠르게 대두되는 암호화폐 결제 수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자신의 타깃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결제 수단의 마련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자료: Retail Dive, Pew Research Center, Deloitte, Glossy, Pacsun,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