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종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종이 생산량과 수입량이 감소했다. 종이 주요 원자재인 펄프 가격도 폭등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KOTRA 시카고 무역관에서도 최근 인쇄용지를 구매했으나 배송 지연 끝에 환불 처리돼 종이 대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종이 부족 현상

제지산업은 펄프화, 지료, 초지, 가공 등의 많은 공정이 필요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펄프를 생산하는 펄프 제조업과 이를 통해 생산된 펄프나 폐지로 다양한 종류의 종이 제품을 생산하는 종이 제조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제지산업 시장 규모는 346억 달러이다. 연간 7000만 톤 이상의 제지를 생산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국이다. 216개의 제지공장이 있으며 약 4만8000명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2020~2021년 미국 펄프 생산자가격 지수 변화>

(단위: 1982년 100 기준)

[자료: 노동통계국, Fred(그래픽)]

현재 미국은 팬데믹 때부터 이어온 종이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종이 생산량이 감소하고 종이 생산의 주원료인 펄프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ERA Forest Products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북미 제지 생산 능력은 약 250만 톤이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생산 수준에서 20% 감소한 수준이다. 제지산업은 고정비 부담이 큰 산업으로 전력비, 연료비 등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 설비 증설에 제약이 있으며, 신규 시장 진입도 어려운 편이다.

<2015~2020년 미국 연간 종이용 펄프 생산량>

(단위: 백만 톤)

[자료: Statista(그래픽)]

제지는 골판지, 인쇄종이, 신문종이 등으로 나뉘는데 팬데믹 이후 미국의 전자상거래 산업 급성장에 따라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서 골판지 수요가 폭증했다. 연간 택배 물량이 2019년 148억 개에서 2020년 202억 개로 대폭 증가했다. 갑자기 증가한 택배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 미국의 제지기업들은 골판지 생산량을 확대해야 했다.

<2016~2020년 미국 연간 택배 물량>

(단위: 10억 개)

[자료: Statista(그래픽)]

미국 기업들은 골판지 생산 확대를 위해 큰 금액이 필요한 신규 생산설비 증설 대신 기존의 종이 생산라인을 골판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택했다. 또한,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골판지 수요가 증가해 골판지 생산라인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반면, 제지공장들이 종이 생산을 줄이고 골판지 생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쇄용지, 신문용지, 그래픽 용지, 코팅지, 무코팅 용지 등 모든 종류의 종이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특정 인쇄용 종이는 가격과 상관없이 구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더해지면서 이미 제한된 종이 수급을 악화시켰다. 과거 대부분의 미국 인쇄소에서는 현지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비책으로 해외에서 종이를 수급해왔는데 최근 국제운송료 급상승, 배송 지연, 해외 제지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외국산 종이 수입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2년간 글로벌 펄프 가격 변동성도 커져 펄프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종이 생산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발표에 따르면, 펄프 가격은 2021년 143달러 수준에서 2022년 208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골판지 상자 및 용기(Cardboard Box & Container) 주요 제조기업>

[자료: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

시사점

제지산업이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종이는 식품, 음료, 제약, 건강, 자동차, 전자 등 산업 전 분야 걸쳐 활용되는 공급망의 중요한 연결 고리다. 제지산업은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지속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종이 배터리, 절연지, 섬유에 이미지를 입히는 전사지, 절연지, 플라스틱 비닐 대체 포장재, 종이 빨대 등의 등장이 대표적 예이다.

종이 생산은 제한되는 반면, 팬데믹 이후 전자 상거래의 급성장으로 골판지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온라인 주문이 대폭 늘고 골판지에 대한 압도적인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시카고 제조업체 관계자는 KOTRA 시카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 융복합 및 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능성 특수 종이 수요가 많다. 식품, 화장품, 의료·전기·전자 부품을 비롯한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종이의 가능성이 높아 해당 분야가 유망하다”고 전했다.

자료: USDA, EPA, FED, USA.GOV, Fred, Statista, Paperonweb, Ibisworld, Paper-world, NCASI, BusinessInsider, ICS-corporation, Greycon, WSJ, Mailomg, USATODAY, Politico, Thomasnet,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