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올 한해도 국제 경제 이슈에서 무역, 기술, 투자 등 규제가 가장 핫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 따른 정치 환경 변화 속에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통적 무역협정, 대중 기술 견제, 공급망 재건 등 정책 향배에 전망이 분분하다. 현지 언론 등이 주목하는 2023년 무역 이슈와 주요 통상 일정을 미리보기 해 본다.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2023년 통상이슈

1. 바이든 정부 추진 중인 비전통적 무역협정의 성공 여부

올해 인도-태평양경제협력프레임워크(IPEF) 추진을 위해 14개 회원국 간 본격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올해 11월에 샌프란시스코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 공개를 목표하고 있다. 작년 12월 10~15일간 호주에서 IPEF 1차 협상 라운드가 진행됐고, 올해 2.8~11 인도에서 2차 라운드가 열리게 된다. 다만, 인도가 IPEF 4대 의제 중 ‘무역’ 분과에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2차 라운드에서는 무역을 제외한 공급망, 노동․환경, 반부패 등 주제에 집중해 논의하게 된다.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는 지금까지 3차례 순회 회의를 거치면서 양자 협력 의제 구체화에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특히 지난 12월 5일 미국에서 열린 3차 회의는 디지털 교역, 첨단기술, 무역․안보 등 공통 관심사에서 미국-EU 간 협력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차 회의는 올해 중순 스웨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과 EU는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IRA 전기차를 둔 양측의 갈등이 향후 TTC 성공에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美-대만 21세기 무역에 관한 이니셔티브’(21st Century Trade Initiative) 협상이 1월 14~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다. 이번 협상은 미국 재대만협회(AIT)와 주미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TECRO)가 주관하며, 미국 측 협상 단장은 테리 맥카틴(Terry McCartin) USTR 부대표가 맡았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대만은 △양자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심화하고, △공통 가치에 기반한 무역 우선순위를 발전시키고, △노동자․기업을 위한 포용적 혁신 성장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작년 6월 출범한 미주경제번영파트너십, 미국이 영국․케냐 등과 추진할 무역협정에 관심이 쏠린다.

2. 미-중 갈등 첨예화 속 미국의 후속 기술규제에 촉각

올해 미국의 대중 기술 견제 수위는 지속 고조될 전망 속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 감염 확산, 소비 및 수출 감소 등 국내 현안 속에 미국에 강력 대응하기보다는 경제 불안 해소, 기술 자립도 향상, 아프리카/중동/남미 지역과 외교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초당적인 의회 지지에 힘입어 올해도 미국의 대중 기술 견제 정책은 계속해서 진화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정부 당시 ⒧ 대미 투자 규제(CFIUS)와 ⑵ 대중 301조 관세를 대표로 하는 수입규제로 시작해 바이든 정부의 ⑶ 첨단기술 수출통제(반도체/제조기기 등)로 확대됐고, 발표가 임박한 ⑷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 감시 규제와 함께 ⑸ 바이오, 친환경 등으로 수출통제 범위 확대가 예상된다.

3. 새 의회 출범에 따른 입법-행정부 간 무역 정책 갈등 심화

야당인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으로 현 정부 무역 정책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무역/세제 입법을 책임지는 하원 세입위원장에 친트럼프 성향 보수 강경파 제이슨 스미스(Jason Smith) 의원이 선출돼 의회와 정부 간에 조세·통상 정책을 둔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 위원장은 평소 △ 미국의 국익 노동자 위주 △ 강경한 대중 정책 △ 감세 확대 등 과거 트럼프 정부 경제 정책에 적극 동조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과거 공화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친무역 정책의 복귀를 기대했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세입위원장 선출 결과로 미국 무역정책의 시계가 더욱 흐려졌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의회를 패싱하고 추진 중인 IPEF 등 무역협정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촉진권한’(TPA) 재발효를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과 정부의 의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언론은 올해도 미국 의회의 대중 견제 모멘텀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1월 10일 하원는 미-중 경쟁특별위원회*를 신설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365:65)로 가결했다. 현재 미-중 경쟁 상황을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이 위원회로 하여금 올해 안에 대중 경쟁 승리를 위한 전략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또한, 의회는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에 대한 감시 및 규제 강화를 위한 신규 입법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4. WTO 존재감 회복 여부에 관심 집중

2023년 WTO 집행부는 지난 6월 종료한 12차 각료회의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제도 개혁, 식량 안보, 코로나 백신 지재권, 어업 보조금 문제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13차 각료회의까지 회원국 간 의견 차이를 좁히고 분야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을 기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특히, 최대 당면과제 중 하나인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 정상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232조 철강 관세, 홍콩산 중국산 표기 등 WTO 분쟁에서 미국이 잇따라 패소 중이며, 중국, 러시아, 대만 등이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WTO 중재를 요청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WTO 상소 위원 선임은 계속해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5.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첨예한 USMCA 분쟁

캐나다․멕시코와 분쟁 중인 USMCA 자동차 원산지 판정에서 미국에 불리한 판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1월 중순에 예정된 판결 이후 미국 정부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 밖에 △ 멕시코의 에너지 개혁정책, △ 캐나다의 낙농제품 수입 쿼터, △ 멕시코의 GMO 옥수수 수입 규제 등 분쟁 요인 산재하여 향후 USMCA의 발전적 지속가능성에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6. IRA 전기차 세제 혜택 관련 우방국 우려 해소 여부

IRA 전기차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 우방국(한국, EU, 일본 등)의 반발에 직면한 미국 정부의 해법에 전망이 분분하다. 지난 12월 29일 재무부가 발표한 상업용 및 리스 차량에 대한 완화된 원산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우방국의 불만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3월 확정 예정인 세액공제 원산지(배터리, 핵심부품) 규정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일시적 규정 유예 등 유연한 집행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은 IRA 입법 취지를 수호하고, 행정부의 자의적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별도 입법을 예고하고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주요 통상일정

[자료: 인사이드트레이드, 폴리티코프로]

자료: 인사이드트레이드(1.5), 폴리티코(1.4), 전미경제연구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