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도 자유나 인권, 환경, 보건,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가장 민감한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가 근래 또 하나의 관련 법을 통과시키며 유의미한 액션을 취해 주목받은 바 있다. Gavin Newsom 주지사의 서명과 함께 법제화된 일명 ‘캘리포니아 식품 안전법(California Food Safety Act, AB 418)’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반적인 식품 시장에 두루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법의 주요 내용과 관련 업계의 반응을 간략히 살펴본다.

‘캘리포니아 식품 안전법’ 주요 내용

캘리포니아 주의회 하원(Assembly)에서 올해 2월 발의된 AB 418, 일명 ‘캘리포니아 식품 안전법’이 지난 10월 7일 Gavin Newsom 주지사의 서명으로 통과돼 약 3년 뒤인 2027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기존의 캘리포니아 보건 안전법(Health and Safety Code) 제104부 3편(Part 3 of Division 104) 아래에 ‘식품 안전(Food Safety)’이라는 타이틀의 조항으로 추가될 이 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식품에 4종의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AB 418의 식품 첨가 금지 화학물질 4종>

주*: Chemical Abstracts Service의 약자로, 화학물질에 부여된 고유의 식별 번호를 의미

[자료: AB 418 원문,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본 법은 위 4종의 화학물질이 첨가된 사람 섭취용 식품(Food product for human consumption)을 어떤 개인 혹은 기관도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상업적으로 생산(Manufacture), 판매(Sell), 배달(Deliver), 유통(Distribute), 보유(Hold), 제공(Offer for sale)할 수 없도록 금지하며, 이에 따른 민사상의 처벌까지도 규정한다. 법을 위반한 개인이나 기관은 주·카운티·도시의 법무 관계 부처에 의해 민사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민사 벌금의 기준은 최초 위반 시 5천 달러 이하, 그다음부터는 위반 건당 1만 달러 이하로 규정된 바 있다.

그 외 AB 418의 세부 내용은 다음 링크의 해당 법률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leginfo.legislature.ca.gov/faces/billTextClient.xhtml?bill_id=202320240AB418)

규제 추진 배경 및 관련 업계 반응

캘리포니아주의 두 하원의원 Jesse Gabriel과 Buffy Wicks가 발의한 이 법은 추진 시부터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 ‘EWG(Environment Working Group)’와 소비자 제품 평가 및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는 비영리 기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의 공동 지지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만큼 본 법에는 캘리포니아 소비자들의 식생활 안전을 실천하고자 하는 배경과 의도가 자리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본 법에서 사용을 금지한 화학물질들은 현재 기준 미국에서 엄연히 사용 가능한 식품 첨가물로서, 실제로 다양한 식품의 원료에 포함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성 브롬화유의 경우 일부 음료수 제품에서 시트러스(Citrus) 계열 조미료의 유화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브롬산 칼륨은 제과류 생산 시 반죽의 강화와 팽창을 돕기 위해 첨가된다. 프로필파라벤 역시 항균 작용을 하는 식품 보존제(Food preservatives)의 일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체리같이 쨍한 빨간색을 띠는 적색 염료 3번의 경우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키틀스(Skittles), 널즈(Nerds), 트롤리(Trolli) 등의 사탕이나 젤리뿐만 아니라 단백질 쉐이크, 즉석밥, 감자 스낵, 케이크 믹스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되는 식용 색소다. EWG에 따르면, 이 물질들 중 특히 적색 염료 3번의 경우 무려 3200여 개의 시판 식품에 포함된 것으로 집계돼 이목을 끈다.

<적색 염료 3번이 첨가된 캔디나 젤리 식품의 예>

[자료: Pixabay]

그러나, 실제 이렇게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 화학물질들이 암 발병 위험성 증대, 아동 행동 이슈 유발, 생식 계통 문제 및 면역체계 손상 유발 등 공중 보건에 상당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만큼 잠재적인 유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을 발의한 Gabriel 하원의원의 주장이다. 법의 별칭에서도 드러나듯이, AB 418의 가장 두드러지는 추진 배경은 이처럼 ‘식품 안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Gavin Newsom 주지사 또한 법 서명 시 남긴 메시지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그들이 소비하는 식품이 안전하다고 믿는다”며, “이 법의 제정은 미국의 전 국가적인 식품 첨가물 안전 수준 제고를 위한 긍정적인 발걸음”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대다수의 주민과 소비 사회에서도 식품 안전성 확보에 찬성하며 본 법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반면, 이 법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관련 식품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전미제과협회(The 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에서는 “캘리포니아 식품 안전법은 소비 심리를 약화시키고 기존의 식품 안전에 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규제를 향한 부담감을 나타낸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구성원들은 해당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분명하고 실체적인 과학적 증거가 아직은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결국 식품 생산업계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련 업계 기업들이 기존의 식품 제조법을 수정하고 법 준수에 대응할 기간이 사실상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초 발의된 법안에서는 발효 기간이 2025년 1월 1일로 제시됐으나, 이는 최종 버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춰지며 업계가 대비할 유예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금지 화학물질 역시 본래는 이산화타이타늄(Titanium dioxide)까지 총 5종으로 제시됐으나 이후의 진행 과정에서 이산화타이타늄이 제외된 바 있다. Newsom 주지사는 “이러한 화학물질의 식품 첨가를 이미 금지한 유럽 지역에서도 다양한 식품들이 문제없이 생산되고 있듯이, 미국 식품업계 역시 이 규제를 준수할 역량은 충분할 것”이라 전하며 관련 업계의 협조를 북돋기도 했다.

시사점

AB 418의 통과와 함께 캘리포니아는 식품 첨가 화학물질 일부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최초의 주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와 소비시장을 갖춘 만큼, 이 같은 인상적인 행보는 향후 타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 식약청(FDA)에서도 식물성 브롬화유의 식품 첨가 금지를 제안한 바 있어, 머지않아 유사한 성격의 규제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될 식품의 수입 및 수출 기업들 또한 이 규제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발효 시기는 2027년으로 아직 상당 기간이 남았으나, 그에 앞서 전체 사업 중 캘리포니아주 관련 사업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규제 준수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사전에 면밀히 진행하는 등 차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CNN Health, Food Safety Magazine, JD Supra, Los Angeles Times, EWG, Healthline,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