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정한 중국의 대미국 수입 이행률 저조, 사실상 이행 실패 -

- 각계에서 정책의 실효성 의문 제기, 양국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은 지속적으로 미∙중 무역 양상 모니터링해야 -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20년 1월 15일 서로 깊어가는 무역 갈등을 타계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추가 수입하는 조건으로 1단계 무역 합의안에 공식 서명했다. 1년이 경과한 현재 중국의 무역 합의안 이행 현황과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새로운 미∙중 관계의 시작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2020년 1월 15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최종 서명하며 공식 휴전에 들어갔다. 1단계 무역 합의안의 핵심 의제는 1) 무역수지 조정, 2) 환율 조정, 3)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4)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로,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 잡고자 하는게 목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역수지 조정과 관련해 중국은 2017년 수입 규모를 기준으로 해서 2020년에 767억 달러, 2021년에 1233억 달러로 2021년 12월까지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 및 서비스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수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품목과 품목별 추가 수입액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미국은 약 160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예정됐던 15%의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고 112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15%에서 7.5%로 인하했다.

중국의 對美 품목별 추가 수입 합의액

(단위: US$ 10억)

자료: USTR

이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에 2017년 수입액 1643억 달러에 767억 달러가 추가된 총 2410억 달러, 2021년에는 1643억 달러에 1233억 달러가 추가된 총 2876억 달러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미국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2019년(1232억 달러)과 비교해 볼 때 수입이 2배 이상 늘어나야 하므로 중국의 이행 가능성에 대하여 합의 초반부터 각계의 의문이 제기되어 온 상황이었다.

1년 후, 합의 이행은 어느 정도로 이뤄졌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는 지난 2월 8일,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이뤄진지 1년이 경과하면서 중국의 대미국 수입이 어느정도 달성됐는지 추적하고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결과는 서비스 부문은 제외하고 상품에 대해서만 미국 수출 통계와 중국 수입 통계를 모두 적용해 분석한 것으로, 미국 수출 통계를 사용해서 2017년 기준을 정의하면 2020년 목표 액수는 1590억 달러(파란색 부분)가 되고 중국 수입 통계를 사용해서 2017년 기준을 정의하면 2020년 목표 액수는 1731억 달러(빨간색 부분)가 된다.

1단계 무역 합의 대상 상품에 대한 2020년 미국 수출 및 중국 수입액 규모

(단위: US$ 10억)

자료: PIIE

해당 그래프는 미국 인구 조사국(미국 수출)과 중국 관세청(중국 수입)에서 2020년 12월에 발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의가 적용되는 상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다. 추적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2월까지 합의가 적용되는 상품에 대한 중국의 대미국 수입액은 999억 달러로 나타나 목표치 1731억 달러와 비교해서 57%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합의가 적용되는 상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940억 달러로 나타나 목표치 1590억달러와 비교해 59% 수준에 불과했다.

상품별 중국 수입 규모

(단위: US$ 10억)

자료: CNBC

상품별로 살펴보면 공산품의 경우 중국은 2017년을 기준으로 2020년에 329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약속했는바 이는 2020년 목표치가 연간 1112억 달러(중국 수입)와 994억 달러(미국 수출)임을 의미한다. 2020년 12월까지 중국의 공산품 수입은 665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57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합의 첫 해 중국의 공산품 구매는 목표치의 57%(미국 수출) 즉 60%(중국 수입)에 그쳤다.

농산품의 경우 중국은 2017년을 기준으로 2020년에 125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약속했는바, 이는 2020년 목표치가 연간 366억 달러(중국 수입)와 334억 달러(미국 수출)임을 의미한다. 2020년 12월까지 중국의 농산물의 수입은 235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36억 달러에 불과했다. 합의 첫 해 중국의 농산물 구매는 목표치의 70%(미국 수출) 또는 64%(중국 수입)에 그쳤다.

에너지 부문의 경우 중국은 2017년을 기준으로 2020년 185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약속했는바, 이는 2020년 목표치가 연간 253억 달러(중국 수입)와 261억 달러(미국 수출)임을 의미한다. 2020년 12월까지 중국의 에너지 부문 수입은 98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국 에너지 부문 수출액은 97억 달러에 불과했다. 합의 첫 해 중국의 에너지 부문 구매는 목표치의 37%(미국 수출) 또는 39%(중국 수입)에 그쳤다.

시사점

CNBC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합의된 양의 미국 상품을 구매하는데 ‘실패’했다고 표현하면서 애초부터 이행이 어려운 공약이었다며 일부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전략 국제연구센터의 스콧 케네디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관련된 많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관여했던 트럼프 행정부 미국무역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 거래를 고수하고 관세를 레버리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는 1단계 무역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고 중국에 대한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 동맹국과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미∙중이 서로 단순하게 구매 목표에만 의존하는 것은 해당 무역 합의의 실효성이 없고 중국이 미국 수출업체에 차별적 보복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민간이 아닌 국영기업만 구매량을 늘려 약속을 이행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을 타계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도 양국의 무역 양상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자료: USTR, US Census Bureau, PIIE, CNBC, 한국은행, KITA,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