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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친 영향
  • 통상·규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2025-11-10
  • 출처 : KOTRA

미국의 반도체 규제와 중국의 맞대응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대

대중 반도체 규제는 첨단 기술뿐 아니라 기존 공정, 기업 경영전략에도 광범위한 영향 미쳐

미국, 반도체 규제의 판을 키우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점차 강화해왔다. 중국이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고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2018~2021년에는 특정 기업을 직접 겨냥한 조치가 이뤄졌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화웨이, SMIC, YMTC 등 중국의 주요 반도체∙ICT기업을 거래제한명단(Entity List, EL)에 올려, 미국 기업이 이들과 거래하려면 반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어 2020년에는 ‘외국직접제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을 확대 적용해, 미국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해서 만든 칩은 해외에서 생산됐더라도 중국에 공급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이와 함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에는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관련 규제는 2022~2023년 한층 정교해졌다. 2022년 10월 첨단 로직칩∙GPU∙슈퍼컴퓨팅용 반도체와 관련 제조장비가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단순히 제품의 종류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누가 사용하는지, 어디에 쓰이는지까지 심사 기준이 확대되었다. 예컨대 중국의 군수기업, 슈퍼컴퓨터 연구소, AI 연구기관 등이 최종 사용자인 경우에는 반도체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군사∙감시 등 안보와 직결되는 용도인 경우 미국 정부의 별도 허가가 필요했다. 2023년에는 규제가 더 세분화됐다. 중국 전용으로 성능을 낮춰 설계한 GPU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규제 기준을 총 연산 성능과 성능 밀도로 재설정해 규제 우회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한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이 사용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를 명확히 하고, 중국 내 외국계 기업 공장은 일부 예외로 인정했다. 같은 시기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와 협력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해 유사한 수준으로 규제의 강도를 맞추어 중국이 첨단 장비를 확보하기 어렵도록 공조를 강화했다.

 

2024년 12월에는 규제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됐다. FDPR 적용 범위가 칩과 제조장비 전체로 넓어졌고,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DRAM∙첨단 패키징 장비에 대한 규제가 신설됐다. 또한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노드 불문 장비(node-agnostic tools)와 DUV(심자외선, Deep Ultraviolet) 다중 패터닝 기술까지 포함됐다. 같은 해에는 중국 기업 약 140곳이 추가로 거래제한 명단에 오르고, 일부 기업은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에 대해 ‘레드 플래그’ 가이드라인을 확대해 수출 과정에서 의심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반드시 자체적으로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2025년 1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AI 확산 규정(AI Diffusion Rule)’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단순히 반도체와 장비에 그치는게 아니라,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활용까지 규제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해당 규정은 각 국가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관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Tier 1은 미국과 주요 동맹국(한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 등)으로 이들 국가에는 허가 없이 수출 가능, ▲Tier 2는 그 외 대부분의 국가로 이들에게는 데이터센터 단위로 사전 허가를 받으면 수출 허용, ▲Tier 3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으로 이들에게는 사실상 수출을 불허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중국이 제3국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미국산 GPU를 활용하는 방식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해외 사업에 큰 타격을 예상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반도체 업계의 거센 반발로 인하여 해당 규정은 지난 5월 철회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이를 대체할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별개로, 미국은 같은 해 3월과 9월에도 중국 기업 수십 곳을 거래제한명단에 추가하며 제재를 이어갔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일부 공장을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해, 2025년 12월 31일부터는 해당 공장에서 미국산 장비∙소재를 들여오려면 건별로 별도 허가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일부 GPU에 대해 중국으로의 판매를 조건부로 승인하는 등,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추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25년에는 부분적인 규제 강화와 완화가 혼재된 상태에서 기업의 방향성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주요 타임라인(2022년~2025년)>

발표일

연방 관보

내용

2022년 10월

87 FR 62186

□ 첨단 로직칩∙집적회로∙반도체 제조장비(SME) 관련, 새로운 ECCN(수출통제번호) 신설

□ 중국 내 슈퍼컴퓨팅∙첨단 컴퓨팅 관련 최종 용도/사용자 통제 강화

□ 중국 기업 28곳 거래제한명단(Entity List, EL) 지침 개정

□ 외국직접제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 확대: EL 및 신규 통제 대상 거래에 ‘고의로 관여’한 경우 적용

□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했더라도 중국 이외의 국가로 수출되는 물품은 일정 기간 예외적으로 허용

2023년 1월

88 FR 2821

□ 2022년 10월 규제 적용 지역에 마카오를 추가

2023년 10월

88 FR 71991

88 FR 73424

88 FR 73458

□ 첨단 컴퓨팅∙AI 관련 중국 기업을 EL에 추가

□ 중국 본사∙모회사 소속 해외 법인용 반도체 및 장비도 수출시 미국 허가 필요

□ 2022년 기준 임계치 바로 아래 성능으로 중국 시장용으로 설계된 칩도 허가 대상에 포함

□ 포토마스크∙일부 테스트 장비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

□ 중국 내 외국계 시설은 일부 예외 인정

□ 반도체 제조장비 규제 사양 명확화(범위 확대 또는 축소 가능)

□ 라이선스 예외 적용 품목 범위 축소

2024년 12월

89 FR 96790

89 FR 96830

□ FDPR 적용범위를 반도체 제조장비 및 칩 전반으로 확대

□ 중국 기업 16곳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추가 제한

□ 중국 전역 대상으로 HBM∙DRAM∙첨단 패키징 장비 통제 신설

□ 미국 정책에 협력하는 국가는 예외 적용

□ 기업에 ‘레드 플래그’ 실사 지침 부과

□ 중국 관련 기업 약 140곳 EL 추가

□ 노드 불문 장비∙DUV 다중 패터닝 기술까지 규제에 포함

□ 저사양 반도체 제조장비용 제한적 제조시설(Restricted Fabrication Facility)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예외 신설

2025년 1월

90 FR 4544

90 FR 5298

□ 수출기업에 실사 의무 규정 추가

□ AI 확산 규정(AI Diffusion Rule) 제안: 전 세계를 3단계로 나눠 첨단 칩∙컴퓨터∙AI 모델 가중치 수출 통제

- Tier 1: 미국 및 18개의 동맹국 – 허가 불필요

- Tier 2: 대부분 국가 – 데이터센터 VEU 통해 허가

- Tier 3: 중국∙러시아∙북한 – 사실상 불허

□ 전방 공정, 외부 조립 및 테스트에 대한 예외 종료

2025년 3월~7월

90 FR 14032

□ 중국 기업 42곳 EL에 추가

□ 1월에 제안된 AI 확산 규정 전면 철회

□ 화웨이 Ascend AI 칩 사용은 수출통제 위반이라는 지침 발표

2025년 9월

90 FR 42321

90 FR 44496

□ 삼성전자∙SK 하이닉스의 중국 내 일부 시설을 VEU 프로그램에서 제외(12월 31일 발효)

□ 중국 기업 23곳 EL에 추가

[자료: 미 의회조사국, 미 연방 관보]

 

중국은 우회와 맞불로 대응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기업들은 규제를 피해가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 설계 조정, 제3국 또는 외국계 파운드리 활용, 재고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했다. 화웨이는 2020년 스마트폰 사업부 ‘Honor’를 국유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로써 Honor는 미국 상무부 거래제한명단에서 제외되었다. 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는 HBM 제품의 설계를 조정해서 미국이 설정한 성능 임계치를 피해가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화웨이는 디자인사를 통해 TSMC에서 칩을 생산하는 등, 중국 밖 파운드리와 외국계 시설을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규제가 발표되기 전 미국으로부터 GPU 및 반도체 장비를 대규모로 선구매해 단기적인 수급 충격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서 핵심 소재 수출 통제, 규제 조사, 글로벌 M&A 견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먼저 2023년에는 갈륨과 게르마늄, 2024년에는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하며 반도체∙전기차 공급망에 압박을 가했다. 2024년 12월에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고, 2025년 9월에는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반독점 심사를 통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M&A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킨 사례가 있었는바,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코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무산(2021),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2022) 등이 중국 당국의 심사 지연·불허 때문에 M&A가 좌절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흔들리는 반도체 공급망, 커지는 불확실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의 규제와 중국의 맞대응으로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첨단 칩과 장비를 넘어 DUV 다중 패터닝 등 기존 세대 기술까지 통제 범위를 넓혔고, 중국은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을 통해 역으로 압박에 나섰다. 이로 인해 반도체 원재료와 장비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공급망 전략에도 변수가 커졌다. 이 여파로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은 2021년 68억 달러에서 2024년 42억 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단순한 수출 감소가 아니라 미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어떤 장비가 허용되고 어떤 장비가 금지되는지가 수시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장기 계약과 투자 결정을 조정한 결과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규제 발표 전 대규모로 장비를 선구매했다가 이후 수입이 급감하는 등, 거래량이 급격히 변동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정책 변수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전략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GPU(A800, H800, H20, L20, L2 등)를 출시했고, 이들 제품은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첨단 노광 장비 기술을 선도하는 일본·네덜란드 기업은 미국과의 공조 하에 중국으로 해당 장비 수출을 제한했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부로 중국 내 공장이 VEU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서 중국 현지 공장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이 까다로워졌다. 이처럼 규제의 파급력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 동맹국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는 한국 기업에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먼저, 중국 내 생산거점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2025년 9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VEU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서, 내년부터는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려면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바, 이는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메모리와 패키징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HBM, DRAM, 첨단 패키징 장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국 내 메모리와 후공정(OSAT) 공장은 조달 문제를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오래된 기술인 성숙 공정(28nm 이상과 같은 기존 세대 공정) 중심으로 버티는 전략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성숙 공정만으로는 첨단 AI 칩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원자재 확보와 책임있는 경영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희토류 자석 같은 핵심 원자재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첨단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기업들에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규제 대상 제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도록 의무를 강화했다. 만약 우회 거래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변형한 칩을 거래하는데 연루될 경우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GPU를 내놓은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규제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바, 한국 기업 역시 특정 지역 의존도를 줄임과 동시에, 다양한 지역에서 수요와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과 협력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자료: 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CRS, Reuters, New York Times, Wall Street Journal,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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