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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알아야 하는 보스니아-체고비나 2025년 상반기 동향
- 경제·무역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자그레브무역관 윤태웅
- 2025-05-28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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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과 행정 이원화로 투자 발목
EU 통합 가속과 방산·물류 분야의 투자 기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헤)는 발칸반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고 국가 체제를 정비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민족 간 분열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정책의 일관성, 제도 개혁의 속도, 행정 효율성이 크게 저해받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복잡한 정치 구조와 경제, 전반적인 산업 현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국가, 이원적 정부 구조와 정치 불안정
보-헤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개의 구성체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주도하는 보-헤 연방(Federation of Bosnia and Herzegovina, FBiH)이고 다른 하나는 세르비아계가 주도하는 스릅스카 공화국(Republika Srpska, RS)이다. 여기에 두 구성체가 공동으로 관할하는 브르치코(Brčko) 특별자치구가 존재하는데 독립적인 헌법과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헤 연방(FBiH)은 다시 10개의 칸톤(Canton)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칸톤 역시 자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갖는다. 반면 스릅스카 공화국(RS)은 중앙집중식 정부 체계를 가지고 있고 대통령, 정부, 의회가 일원적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이원화된 구조는 행정 중복과 정책 비효율을 유발하여 민족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대통령위원회(Presidency)는 보스니아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인사 각 1인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8개월씩 번갈아가며 의장직을 수행한다. 외교, 국방, 통화정책 등의 분야에서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국가 기능이 정지되기도 한다. 실제로 법안 처리, 예산 승인, EU 개혁과제 합의 등에서 수개월 이상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말에는 보-헤 법원에서 스릅스카공화국(RS)의 밀로라드 도딕(Milorad Dodik) 대통령에게 국제사회 고위대표 슈미트(Christian Schmidt)의 법적 결정을 따르지 않은 혐의로 징역 1년과 6년간 정치활동 금지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23년에 스릅스카 공화국(RS) 의회가 슈미트 고위대표의 결정을 자치정부의 공식 관보에 게재하지 않고 시행하지 않겠다는 법을 통과시켰고, 슈미트가 이를 무효화했음에도 도딕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서명해 공포했던 결과물이다. 이후 슈미트 고위대표가 해당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는 형법 개정을 발표했고, 도딕 대통령이 이를 계속 무시하면서 기소됐었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1심 판결은 항소가 가능하지만 이를 서방의 정치적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며 발칸 지역 전체에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참고로 도딕 대통령은 과거 서방의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으나, 이후 친러 행보와 강경한 민족주의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어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 구조>

[자료: 주크로아티아 한국대사관 보-헤 개황, 위키피디아]
임금 급등과 구조적 인플레이션 지속
2024년 보-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1.7%로 전년 6.1%에서 급감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체 평균일 뿐이며, 실제 생활 체감 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식품과 에너지 등 계절적, 외생적 요인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4%를 상회했고 이는 서비스업과 내구소비재를 포함한 일반 소비 분야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헤 중앙은행(Central Bank of Bosnia and Herzegovina, CBBiH)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5년 물가상승률을 3.6%로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장 직접적인 기저에는 임금 인상이 있다. 특히 최근 단행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가계의 구매력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지만, 기업 측면에서는 생산비 증가라는 이중 부담을 초래했다. 2024년 기준 평균 명목임금은 전년 대비 15%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 역시 약 8%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임금 상승이 생산성 개선과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보-헤의 노동생산성은 최근 5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까운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생산과 소비 양측에서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리는 '임금-물가 스파이럴(wage-price spiral)'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비, 유틸리티 비용, 교통비 등이 동반 상승하면서 생활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더해 주택 임대료 상승이 부동산 가격 인상 기대 심리를 자극해 물가의 구조적 상승압력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인플레이션 추세 및 보-헤 연방 임금인상률>

[자료 : Statista 2025, 보-헤 연방 통계청(1EURO = 1.95583KM, 고정환율)]
스릅스카 공화국(RS)은 2025년 1월부로 전기요금을 가정용 7.9%, 기업용 1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생산 비용 측면에서 추가적인 압박을 받게 됐고, 중소 제조업체와 서비스 업종은 가격 정책을 조정하지 않고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됐다. 또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일반 소비자의 월간 지출에도 영향을 미쳐, 실질 구매력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식품류, 세제, 비누 등 생활 필수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인플레이션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유통업체들은 운송비 및 공공요금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다중 구조의 인플레이션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특히 실질 임금이 생산성 수준을 계속해서 상회할 경우, 보-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이는 결국 수출 둔화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내수 확대와 수출 둔화의 불균형
2024년 보-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2.6%로 전년대비 0.7%p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외형상으로는 안정적인 회복세를 의미하지만, 그 내용은 내수 중심의 불균형적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성장률 상승의 주요 요인은 민간 소비와 총고정자본형성(투자) 증가였으며, 이는 실질 가처분소득의 확대, 임금 상승, 해외 송금의 지속적 유입, 비교적 안정된 물가 흐름 등 복합적인 내수 환경의 개선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내수 기반 확대는 단기적으로 경기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외부 부문인 수출의 부진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다다랐다.
2024년 연간 수출 약 82.2억 유로, 수입 146.5억 유로로 무역수지 적자폭(64.3억 유로)이 13.6%로 확대됐다.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 금속, 기계 부품, 에너지 등 원자재·반제품류 중심의 수출 구조는 글로벌 경기와 원자재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교역국의 경기 둔화가 보-헤 수출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보-헤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로, 해당국의 제조업 위축은 보-헤의 금속·기계류 수출 감소로 직결된다.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값)은 2024년 경제성장률 기여도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약 22.5%에 이르렀다. 수출입 커버리지 비율이 58.6%로 국내 생산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고, 대부분의 산업재·소비재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GDP 성장률, 수출입 현황>

[자료 : World Bank, 보-헤 대외교역 및 경제부((1EURO = 1.95583KM, 고정환율)]
경상수지 역시 수입 확대에 따라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수입 항목에서는 식품, 에너지, 소비재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은 보-헤는 곡물, 육류, 유제품 등의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글로벌 식품 가격 상승이 곧바로 국내 물가와 소비 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보-헤는 수력발전과 석탄화력 일부를 자체 조달하고 있으나, 천연가스, 석유, 전력의 상당부분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
국내 농업과 경공업의 경쟁력 부족 또한 수입 대체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영세한 농가 구조, 낮은 기술 투입, 투자 부족으로 인해 농업 부문은 식량 안보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공업 역시 생산 설비의 노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의 부족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헤 경제는 소비와 투자로 지탱되는 내수 중심 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외부 수요와 수출 기반이 취약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에는 제약이 많다. 수출 산업의 다변화, 농업·제조업 경쟁력 강화, 수입 대체 산업 육성 등이 장기적 과제로 제시되며, 구조 개혁 없이는 이러한 내수 편향형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공공부문 비대화와 민간부문 위축
보-헤 경제에서 가장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는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고용자의 약 40%가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어 민간부문의 역동성 약화 등 노동시장의 왜곡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보-헤 연방(FBiH)의 경우 전체 고용자 약 54만 명 중 24만명(44%)으로 절반 이상을, 스릅스카 공화국(RS)은 약 28만명의 고용자 중 8만명(28%)이 공공부문에 근무하고 있어 공공과 민간의 고용 비율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전체 평균 순임금은 약 723유로 수준인데 공공부문 임금은 민간부문보다 평균 40% 이상 높게 책정되어 있다. 임금 상승률 역시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고학력 청년층이 안정적이고 급여 수준이 높은 공공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이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은 단순히 노동시장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경제 생산성과 장기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공공부문은 행정, 보건, 교육, 국방 등 비생산 부문에 집중돼 있고, 민간과 달리 효율성보다는 고용 안정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 일부 국영기업은 수익성보다 지역 정치적 고려나 사회적 고용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둬 운영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 그리고 민간 부문 중심의 고용정책 전환을 긴급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의 인력 흡수 비중을 줄이고, 민간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세제 지원과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며, 산업 인프라 및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개혁 없이는 현재의 고용 구조가 국가 혁신을 가로막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도 환경과 투자 여건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중동을 잇는 전략적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이 발표한 2025년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에 따르면, 보-헤는 총점 63.5점으로 세계 184개국 중 70위, 유럽 44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점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중간 수준의 자유(Moderately Free)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유럽 평균보다는 낮은 성적이고 이웃 국가인 크로아티아(68.7점, 세계 39위, 유럽 22위)에 비해서도 한참 뒤쳐저 있다. 보-헤 경제 구조가 여전히 해외 송금, 외국 원조, 원자재(특히 금속) 수출에 의존하는 외생 성장형 모델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규제 간소화 없이는 내생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됐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보-헤의 경제 시스템에 내재된 구조적 비효율을 지적하며, 광범위한 부패, 재산권 보호 미흡, 비효율적이고 단편화된 규제 시스템을 핵심 문제로 분석했다. 특히 법률 집행의 일관성이 낮고,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 보호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투자 결정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실제로 두 개의 실질적인 구성체로 나뉘어 있어 동일한 산업군 혹은 동일한 사업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두 지역 간 법적 요건, 세제 혜택, 인허가 절차, 환경 규제 등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보-헤 연방에서는 칸톤별로 인허가 및 세금 규정이 다시 나뉘는 반면, 스릅스카 공화국은 상대적으로 중앙집중화된 구조이지만 규제 접근 자체가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이중적 법체계는 사업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행정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동일한 유형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프로젝트라도 보-헤 연방에서는 허가를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스릅스카 공화국에서는 비교적 빠르지만 법률 해석의 자의성이 크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또한 재산권 등록, 토지 사용권 설정, 환경 인허가 등의 절차가 비효율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투자 프로젝트의 착공이 지연되거나 일부는 아예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나 제조업 기반 조성에 있어 이러한 제도적 장벽은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U 통합 전략과 주요 투자 분야
보-헤는 EU 가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EU 이사회로부터 공식 협상 개시 승인을 받으며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민족 간 불신과 정치적 교착으로 인해 제도 개혁과 투명성 강화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2024년 하반기에는 지방선거와 정치 논란으로 개혁이 정체 상태에 있어 EU에서는 개혁안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보-헤는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EU 규정과의 조화를 이뤄야 하며 법치주의와 부패 척결이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의회 내 민주진보당(PDP)은 EU 통합을 가로막는 정국을 해소하겠다며 집권당 SNSD와 도딕 대통령의 부패 및 분리주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EU는 서부 발칸 6개국(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코소보)의 제도 통합과 경제 기반 강화를 위해 두 가지 핵심 재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첫 번째는 경제·투자 계획(EIP, Economic and Investment Plan)으로 약 90억 유로 규모의 IPA III(유럽가입지원기금)을 통해 에너지·운송 인프라, 디지털 전환, 녹색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번째인 성장 촉진 계획(EGP, Economic Growth Plan)은 2024년부터 약 60억 유로를 투입하여 법치주의, 행정 개혁, 경쟁 촉진, 에너지시장 통합, 인적 자본 향상 등 5대 개혁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보-헤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SEPA(유럽 단일 결제 시스템) 가입을 위한 기술·제도 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는 EU 회원국과의 자금 흐름을 국내 거래처럼 간소화할 수 있게 하며, 금융의 유럽 표준화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송금 의존도가 높은 서발칸 국가들에는 외환 유입 촉진 효과가 크다.
2024년 10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서부 발칸 정상 회담에서는 베를린 프로세스 출범 10주년을 맞아 EU 집행위 위원장 및 서발칸 6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여기서 2025~2028년 단일 지역 시장 구축을 위한 새 행동계획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SEPA 통합과 연계돼 국경 간 거래비용 인하와 EU 단일시장 편입 가속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소보와 보-헤 간 비자 미해결, 자격 상호 인정 협정 지연 등 실질적 이행 문제가 병존하고 있다. 한편, 보-헤는 SEPA 외에도 전자상거래 시스템 통합, 국경 간 무역 간소화, FDI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 등 다양한 실무 과제를 병행 중이며 이는 EU 단일시장 접근성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있어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확대와 함께 산업 부문에서도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사라예보 인근 Lepenica 지역에 독일계 유통기업 Lidl이 1억 유로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며, Tuzla 지역에서는 보-헤 최대 소매업체 Bingo가 2150만 유로를 투자한 42,000㎡ 규모의 물류센터를 곧 개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Vareš 광산의 본격 생산 개시에 이어, 캐나다의 Leviathan Gold는 스릅스카 공화국 내 Foca 지역의 은·비철금속 프로젝트를 인수하며 자원 개발 외자 유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주변국과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독일 Irion사는 사라예보 Novi Grad 자치구에 자동차 부품 공장 설립을 예고했고, Široki Brijeg를 거점으로 한 알루미늄 프로필 제조업체 FEAL은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호주 등에 진출하며 연매출 3억 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Grude에서는 위생용품 전문기업 Violeta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화장지 및 판지 포장재 공장(4200만 유로 투자)을 신설하고, Lasta 비스킷 공장에 1000만 유로를 추가 투자하며 식품 산업 진출도 본격화했다. 금속가공업체 GS-Rama 외에도, 독일 Global Sourcing은 Prozor-Rama 지역에 금속제품 공장을 설립해 총 2040만 유로 규모의 투자 확장을 추진 중이다. 혁신 측면에서는 Sarajevo 기반 CNC 전문기업 Dizart가 네덜란드 중고 로봇을 수입·개조하여 산업 맞춤형 로봇을 판매하고 있으며, Energoinvest는 변압기 제조를 위해 튀르키예 Ares Trafo와 합작 논의도 진행 중이다.
<보-헤 주요 기업 현황>

[자료: 각 사 홈페이지]
제약 산업에서는 Bosnalijek이 2024년 상반기 291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1억5000만 유로 규모의 인수 제안도 비공식적으로 접수됐다. 소비재 및 유통에서는 덴마크 홈데코 체인 JYSK가 보-헤 내 매출 8% 증가를 기록했고, 글로벌 음식 배달 기업 Delivery Hero는 디지털 소비 기반 확대에 따라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다.
보-헤 정부는 제조업 외에도 관광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정비하고 있다. 2024년 Sarajevo Film Festival은 역대 최다 관광객을 유치했고 사라예보 국제공항은 연간 170만 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Ryanair, Wizz Air 등의 저비용 항공사 신규 취항이 유럽 내 접근성을 강화 중이며 Mostar 국제 비즈니스 박람회, Lukavac의 관광·생태 박람회, Tešanj 비즈니스 페어, Zenica 산업 박람회는 내수기업의 해외 홍보 창구로 작용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보-헤는 EU 통합 과정의 실질적 수혜를 산업·금융·관광 등 전방위 분야에서 체감하고 있으며, 인프라 개발, 제도 정비, 외자 유치 기회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자주 강조되는 점이지만 여전히 민족 간 정치 갈등과 제도 정비의 속도 차이,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은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저해하는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안정성과 행정 효율성 확보, EU 기준과의 정렬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 산업: 조용하지만 강력한 성장 동력
방산 산업은 지정학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성장을 보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역에서 무기와 탄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방산 기업들은 수출 확대와 생산 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방산 수출은 전년 대비 37.6% 증가한 2억 8700만 유로를 기록했고, 2025년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운 4660만 유로 수출을 달성했다. 주요 품목은 탄약 및 폭발물(65% 이상), 화약·뇌관(27%), 군용 부품(7%)이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기존의 UAE를 벗어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슬로바키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됐다.
보-헤 방산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으로는 Pretis, Igman, Binas, Ginex, BNT, TRB 등이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미국의 방산기업 Regulus Globa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생산 공정 현대화 및 국제 기준 인증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편 이들 중 다수는 이미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해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숙련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헤 연방정부는 이에 대응해 주요 방산기업들의 지방 진출과 생산 분산을 지원하고 있다. Pretis사는 투즐라(Tuzla)에 신규 생산지사 설립을 진행 중이며, Binas는 카진(Cazin)에 상업용 건물을 매입해 생산설비를 설치하고 공장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카진 프로젝트는 약 2,500만 유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완공 시 최대 400명의 신규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곳 모두 기존 본사의 지사 형태로 운영돼 효율적인 인프라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보-헤 주요 방산기업 현황>

[자료: UNIS 및 각 사 홈페이지]
Bratstvo의 후신 기업인 BNT는 Novi Travnik 지역에 유럽 수출 중심의 방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약 1738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으며 같은 해 130명을 신규 채용했고 2025년 중반까지 직원 수를 480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Republika Srpska 지역에서는 TRB가 Višegrad에 위치한 구 유고슬라비아 인민군(JNA) 막사 부지를 리모델링하여 장갑차 및 경무기 생산 공장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이 공장은 국제 방산 파트너들과 협력해 운영되며, 지역 경제 회복과 신규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헤는 방산 수출뿐 아니라 자체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내 군 현대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당초 7월로 예정됐던 튀르키예 방산업체 BMC의 KIRPI II 장갑차 5대를 조기 도입했다. 또한 산불 진압, 구조 활동, 인도적 지원 등 다목적 활용을 위한 헬기 구매 프로젝트에도 857만 유로를 배정했다. 이 외에도 독일 정부와 협력해 총 724만 유로 규모의 방공 시스템 및 군 인프라 지원이 합의됐고 여기에는 총 11개의 국방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연간 국방 예산은 GDP 대비 약 0.9%로, NATO의 권장 기준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여전히 방산 부문에서도 정치적 분열과 민족 간 신뢰 부족이 국방 개혁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군 현대화 프로젝트의 이행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시사점: 한국 수출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
보-헤는 유럽과 중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저비용 생산기지, EU시장 접근성, 일부 산업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갖춘 시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민족 분열에 기반한 정치 구조, 이중 행정 시스템, 국제제재와 내전 가능성을 내포한 불안정한 안보 환경 등 복합 리스크도 상존한다. 한국 기업은 이러한 양면성을 전제로 정밀하고 다층적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진출 예정 지역이 보-헤 연방(FBiH)인지, 스릅스카 공화국(RS)인지에 따라 법률 체계, 인허가 절차, 조세 정책 등이 다르므로, 지역별 법적·제도적 리스크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보-헤 연방은 칸톤마다 규제가 다르며, 스릅스카 공화국은 중앙집중형이지만 정치적 긴장과 대외 제재에 더 노출돼 있다. 최근 RS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은 정치 불확실성이 실질적인 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보-헤는 공공부문 비중이 과도하게 크고 민간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어 인건비 상승과 인력 확보 난관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62% 인상된 최저임금, 10% 이상 상승한 실질임금은 제조업체의 비용 구조를 압박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은 정체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현지 인건비 및 운영비용을 장기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인력 관리에 대한 별도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 포장재, 금속가공, 물류 등 일부 분야는 글로벌 수요와 EU 자금 지원에 힘입어 투자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보-헤 방산 기업들은 이미 생산 능력 포화 상태에 도달해 있어, 기술·부품 공급, 생산 아웃소싱, 공동 R&D 등 협력 가능성이 높다. 직접 투자보다는 현지 파트너와의 전략적 합작, 혹은 조달망 참여, 기술제휴 방식의 진출이 정치·제도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유리하다.
보-헤는 2024년부터 EU 가입 협상국 지위를 획득하면서, 규제 정비와 시장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자결제 시스템(SEPA) 통합, 그린 인프라 프로젝트, 관세·인증 제도 정비 등이 추진 중으로, 향후 유럽 시장으로의 생산·수출 연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점차 마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EU 중심 공급망의 위성기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헤는 ‘저비용’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 복합형 시장이다.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은 단기 수익성보다 제도 리스크 관리, 정치 환경 모니터링, 현지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해야 하며, 복잡한 구조를 역이용할 수 있는 선제적, 다층적 전략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정보력과 유연성, 그리고 장기적 시야가 진출 성공의 핵심 열쇠이다.
자료 : World Bank, Statista, 보-헤 통계청, Index 등 현지 일간지, KOTRA 자그레브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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