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o 프로젝트 개요

캐나다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로 오랜 세월 비판받아 왔으나, 그 오명을 벗을 기회가 마침내 열렸다. 2025년 2월 19일,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토론토와 퀘벡 시티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 ‘알토(Alto)’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사업으로, 시속 300km의 전기 고속열차를 통해 도시 간 여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전망이다. 정부는 Alto 프로젝트가 경제 활성화와 탄소 배출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지연과 좌절을 반복했던 고속철도의 꿈이 정부-민간 협력(Public-Private-Partnership, P3) 아래 캐나다 교통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위해 6년간 27억30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캐나다 교통부는 이 프로젝트가 연간 245억 달러의 GDP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건설 기간 약 5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 국영 철도 기업인 VIA Rail은 캐나다 전역을 연결하는 19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VIA Rail의 기차는 LRC(Light, Rapid, Comfortable) 기차로, 최대 시속 16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한국의 새마을호 정도 속도이기 때문에, 서쪽에서 동쪽까지 5514km에 육박하는 드넓은 캐나다 땅을 이동하기에는 상당히 느린 편이다. Alto프로젝트는 시속 300km의 전기 고속철도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캐나다 국내 이동이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VIA Rail의 토론토-몬트리올 구간이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Alto 고속철도는 이를 3시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Alto 고속철도는 토론토에서 퀘벡 시티까지 약 1000km 거리를 잇게 될 예정이다. 토론토, 피터버러, 오타와, 몬트리올, 라발, 트루아리비에르, 퀘벡 시티까지 총 7개의 주요 도시를 지나치게 되는데, 이 구간에는 캐나다 GDP의 40%를 차지하는 18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30개 이상의 대학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가 완성되고 나면 시민들의 교통 접근성과 편의성이 대단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lto 프로젝트 노선>

[자료: Alto 홈페이지]

프로젝트 추진 배경 및 히스토리

캐나다가 고속철도 도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유럽과 중국에서 고속철도 건설이 활발히 진행됐지만, 당시 캐나다에서는 경제성 문제와 환경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내부적으로 거세게 일어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특히 퀘벡주는 이 무렵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여론이 강했던 시기였기에 연방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2010년대부터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지만, 쉽사리 진척되지 않았다. 2011년 온타리오주와 퀘벡주는 ‘윈저-토론토-몬트리올-퀘벡 시티’ 구간 고속철도를 추진했으나, 타당성 평가 보고서에서 정치적 갈등, 교통 대체 효과 부족과 투자 회수 어려움이 지적되어 결국 계획을 공식 중단했다. 2014년에는 총선에서 자유당이 온타리오주 고속철도를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을 거두며 계획 추진을 시도했지만,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 여론, 주정부 재정난, 낮은 인구 유동량으로 적자 우려가 커지며 또다시 무산됐다.

2016년부터 트뤼도 정부는 기존 선로의 한계와 토론토-퀘벡 구간의 여객 운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타리오주, VIA Rail과 협력하여 HFR(High Frequency Rail, 고주파 철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속 200km의 열차를 2033년까지 완공, 2043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했으나, 2019년 4월, 더그 포드가 온타리오 주총리로 당선된 후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계획을 보류했다. 이유는 온타리오주가 직면한 117억 달러의 재정 적자, 3430억 달러의 부채 때문이었고, 당시 온타리오주 교통부 장관 제프 유렉 또한 포드의 의견을 지지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을 분산하고 민간 기업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2022년 온타리오주는 연방 정부를 설득, P3 프로젝트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여행 시간 단축,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해 속도가 더 빠른 전기 고속열차로 변경했고,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달성을 위해 민간 협력사를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전환된 새로운 프로젝트가 바로 Alto 프로젝트이다.

<HFR 프로젝트 타임라인>

[자료: 캐나다 교통부(Transport Canada)]

Alto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새로운 노선 설계가 필요했다. Alto는 전기 고속철도로 HFR보다 더 높은 속도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노선을 단순화하고 직선화해야 했다. HFR과 목표하는 구간은 동일했으나, 기존에 정차하기로 계획됐던 일부 도시가 제외되면서 반발도 있었다. 온타리오 호수를 둘러싼 천 섬(Thousand Island)으로 유명한 킹스턴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킹스턴을 거치려면 노선을 직선화하기 어렵고, 지질학적인 문제로 속도 제한을 둬야 하는 구간이 많아 최종적으로 탈락했다. 킹스턴 시장 브라이언 패터슨(Bryan Paterson)은 VIA Rail이 초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한, Alto 프로젝트로의 전환에 따라 VIA Rail은 민간 협력사 발굴에 착수했다. RFEOI(Request for Expressions of Interest)와 RFQ(Request for Qualifications)를 검토하여 2023년 2월 Cadence, Intercity Rail Developers, Partenaires Ferroviaires QCONNEXION Rail Partners 3개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고, 각 기업의 RFP(Request for Proposals)를 면밀히 검토하고 80회 이상의 주제별 회의, 진행 상황 점검 등 철저한 검증 끝에 2024년 2월 Cadence가 Alto 프로젝트의 민간 협력 컨소시엄으로 낙점됐다. 2025년 3월 21일 최종 계약을 체결하며 Alto 프로젝트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Cadence 컨소시엄은 이 프로젝트를 공동설계하고 건설할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운영, 유지 관리까지 담당하며 대규모 교통 인프라 설계, 개발, 운영을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세계적으로 유명한 6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CDPQ Infra는 퀘벡 주 정부가 설립한 공공 투자 기관 CDPQ의 자회사로 기획, 자금 조달, 실행, 운영을 담당한다. Air Canada는 캐나다 최대 항공사로, 고속철도의 공항 연계, 승객 편의성 등을 책임진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AtkinsRéalis는 교통 인프라 건설 컨설팅, 엔지니어링, 조달, 디지털 솔루션을 담당하며, 프랑스 국영 철도 기업 SNCF Voyageurs는 TGV 운영 경험과 자산 관리 노하우를 제공하며 승객 서비스 품질 향상을 담당한다. SNCF와 Systra Canada는 한국 KTX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Cadence 구성 기업별 역할>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및 뉴스 기사, KOTRA 토론토 무역관 정리]

<Alto 프로젝트 민간 부문 역할>

[자료: Alto 홈페이지]

향후 일정 및 조달 계획

현재 Alto 프로젝트는 공동 설계 단계에 있으며, 이 단계에서만 약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가 완료된 후에는 시공 단계로 전환된다. 다만 Alto 프로젝트의 완공 및 운영 시기, 기업별 조달 방식은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3월 14일 부임한 마크 카니 총리는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투입 예산 일부를 감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2025년 4월 28일 연방 총선을 앞둔 가운데, 제1야당인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 또한 고속철도 인프라의 필요성엔 공감하나 예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부 감축 또는 프로젝트 재검토의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현재 캐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직면, 경제 불확실성을 겪고 있어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일정과 세부적인 정보는 총선 이후보다 명백해질 것이다.

그간 여러 차례 실패한 시도와 계획들로 인해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직접 보면 믿겠다”는 회의적인 여론도 있지만, 무사히 완공된다면 캐나다 시민들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Alto 프로젝트의 미디어 담당자는 KOTRA 토론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초창기 설계 단계이며 구체적인 조달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이 민간 기업으로 구성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공공 조달 입찰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캐나다의 공공 조달 프로젝트 수요는 CanadaBuys, MERX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입찰 조건에 따라 한국 중소기업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캐나다 정부 또는 Alto 측의 발표를 예의주시할 것을 권장한다.

<캐나다 공공 및 민간 조달 입찰>

[자료: 각 플랫폼, KOTRA 토론토 무역관 정리]

시사점

캐나다의 ‘Alto’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고속철이 없던 캐나다의 교통 한계를 극복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25년 2월 19일 공식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토론토-퀘벡 시티까지의 구간을 연결하며, 여행 시간 단축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탄소 배출 감소를 목표로 한다. 공공-민간 협력(P3) 구조로 전환하여 수십 년간 프로젝트 지연을 초래한 주요 원인을 해소한 점이 주목할 만하며, Cadence 컨소시엄(6개 글로벌 기업)의 선정은 민간 자본과 기술 융합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에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GDP의 40%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1800만 인구와 70만 학생을 연결해 지역 연계성을 강화한다. 다만, 킹스턴 제외로 인한 논란은 추가적인 지역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긴 설계 기간은 실행 과제로 남겨 두고 있다. 한국 기업은 CanadaBuys, MERX 등 현지 입찰 플랫폼을 상시 확인, 기회를 모색하며 대비해야 한다.

자료: 캐나다 통계청, 캐나다 교통부, 캐나다 조달청, Alto 홈페이지, Via Rail 홈페이지, MERX, City of Kingston, CBC News, Global News, Transport Action Canada, KOTRA 토론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