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저장장치(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BESS)는 대규모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 시점에 공급이 가능한 첨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저장장치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며,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BESS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대에 저장 전력을 공급하는 부하이전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고 전력 수급 균형을 최적화하며, 전력망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제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BESS) 원리도>

[자료: Alfen]

네덜란드,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 급성장

네덜란드의 배터리 저장장치(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BESS)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Dutch New Energy Research와 Solar365가 발표한 'National Smart Storage Trend Report'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배터리 저장 용량이 3배나 증가했으며, 특히 가정용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 생산의 53%가 재생에너지

네덜란드 통계청(CB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53%를 차지해 화석 연료 발전량(47%)을 앞질렀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323억kWh를 기록한 반면, 화석연료는 267억kWh를 기록하며 더 낮은 발전량을 보였다.

특히 석탄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39억kWh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은 213억kWh로 각각 감소했다. 2024년 천연가스 가격과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량이 감소한 것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의 단가가 석탄 화력 발전소의 단가보다 더 저렴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량>

(단위: 10억 kWh)

[자료: 네덜란드 통계청(CBS)]

한편 2024년 상반기 풍력 발전량은 174억 kWh로 전년 대비 44억 kWh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증가분의 3분의 2 이상은 해상 풍력에서 발생했다. Hollandse Kust Zuid(I-IV)와 Hollandse Kust Noord(V)의 새로운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가동을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육상 풍력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플레볼란드(Flevoland) 지역에서는 구형(舊形) 소형 풍력 터빈을 대형 신규 터빈으로 교체하며 발전 효율을 높였다. 플레볼란드 지역에서만 2023년에 0.4GW의 용량이 증가했으며, 전국적으로는 2.0GW(육상풍력 0.6GW, 해상풍력 1.4GW)가 늘어났다.

태양광 발전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4년 상반기 태양광 발전량은 117억 kWh로 전년 대비 8억 kWh 증가했다. 이는 일조량 증가와 설비 확대에서 기인한 것이다.

<재생에너지원별 전기 생산량>

(단위: 10억 kWh)

[자료: 네덜란드 통계청(CBS)]

가정용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의 급성장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정용 시장의 급성장이다.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총 2만4400개의 새로운 배터리 저장장치가 설치되어 누적 설치량이 4만 개를 기록했고, 총 저장 용량은 410메가와트시(MWh)에 달했다. 

신규로 설치된 98%가 가정용 배터리 저장장치로, 태양광 패널 설치 가구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가정용 배터리 저장장치는 용량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2023년 가정용으로 설치된 2만4000개의 배터리 중 1만3600개(57%)는 최대 5kWh 용량의 소형 가정용 배터리였고, 1만400개(43%)는 5~20kWh의 대형 가정용 배터리였다.

Dutch New Energy Research의 수석 연구원 Hrvoje Medarac은 "네덜란드는 현재 1인당 3.5개의 태양광 패널을 보유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태양광 발전 설비 소유자들의 배터리 저장장치 투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도별 신규 배터리 저장 설치 용량>

(단위: MWh)

[자료: Dutch New Energy Research]

2027년 순계량제도 폐지가 시장 성장 촉매제

전문가들은 2027년부터 순 계량제도가 폐지되면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순계량제도는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보내면, 그만큼 전기 요금에서 차감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에너지 회사가 태양광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할 때 낮은 가격을 적용하고 있어, 전력망에 팔기보다 직접 저장해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저장장치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Dutch New Energy Research는 2024년 네덜란드의 배터리 저장 용량이 1430메가와트시(MWh)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정용 배터리 판매량은 최소 20% 이상 증가하고 대규모 산업용 시스템 설치도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확대를 위한 과제도 존재

다만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CE Delft와 Witteveen+Bos의 연구에 따르면, 화재 안전 규정, 재활용 방안 등이 주요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또한, 현재 7년에서 15년에 달하는 긴 투자 회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구매 가격의 40~80%에 달하는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력망 혼잡 문제의 5~30% 정도만 해결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 잉여 전력 저장, CO2 배출 감소, 신축 주택의 전력 공급 안정화 등 다양한 장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이 태양광 시장처럼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사점

2025년은 네덜란드의 에너지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산업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Dutch New Energy Research의 수석 연구원 Hrvoje Medarac은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나,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우리 기업은 새롭게 열리는 기회를 정확히 포착하고, 네덜란드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시장 진출 기반을 다져야 한다. 특히 배터리 저장장치를 비롯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네덜란드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함께 현지 기업과의 협력 기회 발굴, 그리고 체계적인 시장 진입 전략 수립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자료: 네덜란드 통계청(cbs.nl), Dutch New Energy Research(dutchnewenergy.nl), solar365.nl, investinholland.com, rijksoverheid.nl, Alfen,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