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업계의 ‘뉴트로’ 열풍 - MZ세대들의 독특한 개성을 자극하는 레트로 다방과 네오 주점

전 세계적으로 80-90년대에 유행한 스타일들이 다시 되돌아왔다. 이 패션들은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란 이름으로 MZ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일본 외식업 트렌드 속의 2대 뉴트로라고도 할 수 있는 ‘레트로 다방’과 ‘네오 주점’을 살펴보자.

시대는 돌고 돌아, 재해석되며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한다

유행이 한물간 그 당시에는 촌스럽다고 지적을 받던 스타일도 어느새 시대가 한 바퀴 돌면 또 다른 트렌드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해당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내에서도 신청곡을 받아주는 LP 바의 증가, 을지로에 위치한 ‘힙지로’의 모습, 장충동 ‘태극당’의 재탄생과 같이 뉴트로 트렌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비슷한 유행의 흐름이 SNS를 기점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부각되기 시작되었다.

HAKUHODO 생활자 익스피리언스 크리에이티브국 히트 습관 메이커스 멤버의 야마모토 켄타 씨는 "특히 지금은 SNS의 유행과 함께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젊은 세대들에게 깊게 자리잡고 있어, 공감하기 쉬운 옛 향기가 나는 아이템이나 문화를 발굴하는 것 자체가 자기 표현의 수단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1990~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것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뉴트로 열풍은 최근 일본 외식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고 싶어지는 분위기에서 맛보는 크림 소다와 핫케이크, 탱탱한 푸딩

<크림 소다, 핫케이크와 푸딩 이미지>

[자료: 후쥰킷사 도프와 쇼와킷사 로만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선명한 색감의 탄산 음료수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림 소다, 도톰하게 구운 소박한 맛이 매력인 핫케이크, 너무 부들부들하지 않게 전통식 제법으로 쪄낸 매끈하고 탱탱한 푸딩.  부모세대의 어린 시절에 있었을 것 같은 가죽 의자와 아날로그 오락기 테이블 등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복고풍 공간에서 먹을 수 있는 해당 메뉴들은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진다.

나고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에서는 시니어 여성복 층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 손님의 발길이 뜸하던 기존 커피숍을 옛 분위기를 풍기는 컨셉으로 리뉴얼하여 SNS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쇼와킷사 로만스 마쓰자카야 나고야점 운영회사 ㈜ MULTINISTA 기획팀 담당자에 따르면, 그 시절을 아는 분들에게는 그리움이 느껴지고,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새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고 만들었다고 한다.

<킷사 로만스 메뉴 및 인테리어>

 [자료: 나고야무역관 취재, 촬영 킷사 로만스 나고야점]

네오 주점의 키포인트는 네온 간판 x 오리지널 유리잔 x 쪽접시 안주

이토츄 상사 섬유 월보 2022년 2월호에서는 세계적으로 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Z 세대를 '차세대의 소비 리더'라고 부르며, 유행에 항상 민감하고 리얼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들의 감성과 가치관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젠 카페, 주점 등 음식점도 SNS 활용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 술을 즐기는 음주 문화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Z세대들을 푹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SNS 상으로 업로드했을 때 얼마나 예쁘게 나올지 염두에 둔 연출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필수 고려 사항이 되었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이나 틱톡 등의 짧은 영상 포스팅이 대세가 되면서 정적인 비주얼 효과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시대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의식적으로 주력하는 게 ‘체험형 공간 만들기’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고 있는 것이 바로 ‘네오 주점’ 컨셉들이다.

80년대 어느 소녀의 방을 꾸민 것 같은 촬영용 부스를 별도 설치하거나 금붕어를 키울 때 쓰는 유리 항아리에다 칵테일 음료를 따르는 등, 오롯이 음식이 맛있었다는 인상뿐만 아니라 그 공간이 재밌었다고 느끼게 하는 짜임새를 추가하는 것이다.

<네온 주점 사진>

 [자료: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딱 맞는 화려한 네온 사인, 옛날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유리컵이나 재미있는 슬로건을 인쇄한 오리지널 잔으로 제공되는 주류 음료들. 중국식 군만두인 교자에 특화된 집, 태국 여행을 방불케 하는 안주류 등 아시아 문화를 주 컨셉트로 채택한 가게들도 많이 보이고 대부분이 쪽접시에다 아담하게 담아서 나와 부담없이 여러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큰 특징이기도 하다.

타이베이 교자 치이치이 유락쵸점 타니구치 점장은 “당초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분들에게 그 기분만으로도 즐기실 수 있게 하려 시작했고, 꼭 Z 세대들을 타겟으로 한 건 아니었다. SNS로 주로 홍보를 진행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며, 입지와 고객층을 고려해 현재는 '술과 식사를 즐기고 싶은 회사원'과 '사진을 찍어 SNS에서 쉐어하고 싶은 젊은 세대'의 모두를 타겟으로 메뉴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료:인스타그램]

시사점

한 때 일본 대중 주점인 이자카야는 회사원 또는 단골 손님만으로 가득인 이미지로 여성 그룹이나 가족들에게는 거리가 조금 먼 존재이기도 했으나 근래에 들어와 뉴트로의 돌풍과 어우러지면서 그 인상은 확 변했다.

어딘가 모르게 애틋함을 느껴지는 기분을 표현한 신조어인 ‘emo-i(emotional + 하다, 에모이라고 읽는다)’ 가 떴고, 몇 년째 지속되는 코로나 시대에서 어려워진 해외 여행 체험 등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러한 네오 주점들의 탄생을 증가시켜 이젠 유행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MZ 세대들을 타깃으로 옛날 향수를 담아 또 다른 새로운 감성으로 반영시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나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K-POP이나 한국 드라마의 열풍을 타고 한국음식이나 음료수, 과자 등의 식품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의 일본에서 사업 전개를 할 계획이 있다면 한국식 ‘뉴트로’를 접목해 보는 것도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료: ITOCHU, HAKUHODO, NIKKEI STYLE, 후쥰킷사 도프 홈페이지, 쇼와킷사 로만스 홈페이지, 인스트그램 및 KOTRA 나고야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