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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택소노미 변화에 따른 프랑스 원전동향
  • 트렌드
  • 프랑스
  • 파리무역관 이제혁
  • 2022-03-04
  • 출처 : KOTRA

유럽연합 택소노미, 원전 및 천연가스 포함

프랑스 원전 추진동향 및 전망

2022년 2월 2일 ‘EU 택소노미(Taxonomy)’에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 추가되며 유럽 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발표에서는 제외던 원자력 발전에 관하여 그동안 EU 국가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진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 국가로 그동안 독일 등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유럽 내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친환경’ 기조에서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자.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 전경>

[자료: Les Echos]


택소노미’,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유럽연합의 기준 체계

‘택소노미(Taxonomy)’란 “환경에 친화적인 영향을 지니는 경제활동의 기준 체계”이다. 프랑스 공공정책 홍보부(vie-publique.fr)는 위와 같은 정의를 제시하며 EU 택소노미의 목표는 '녹색' 활동을 향한 투자 증진, 즉 지속가능한 금융의 발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 EU 분류체계를 마련하는 규정(EU Regulation 2020/852)이 발효되면서 계속해서 구체화되고 있는 이 기준체계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금융 투자 역시 기후 변화를 늦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 전반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직접적인 규제 외에도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활동에는 금융 지원 및 투자를 점진적으로 끊는 간접적인 규제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녹색 활동’을 구분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여섯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① 기후변화의 완화 ② 기후변화 적응 ③ 수자원 및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보호 ④ 순환경제로의 전환 ⑤ 오염 관리 ⑥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와 복원) ‘녹색 활동’은 이 중 한 개 이상의 목표에 공헌하면서 다른 목표 달성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Do not significant harm 원칙), 유럽연합이 규정한 기술 검사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 저수지를 이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통해서 5W/m²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경우 지속가능한 수력발전 기준에 부합한다. 여기에 노동, 인권 보호 등에 관한 국제적 합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택소노미의 도입으로 유럽연합 회원국은 녹색 금융상품 인증제도나 녹색 의무사항 등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매출 발표 시 지속가능한 활동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함께 명시해야 하며(500명 이상 규모 회사는 이미 의무적으로 환경 기여를 발표해야 함) 여기에는 시중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등 금융관리당국 및 보험회사 모두가 해당된다.

EU 택소노미 원자력 발전 및 전연가스 포함 여부

최근 EU 택소노미가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것은 바로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의 포함 여부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원자력 발전은 택소노미의 주요 논점이었다. 과연 원자력 발전을 녹색 에너지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각 정부에서부터 환경운동 단체에 이르기까지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일 맥기니스(McGuinness) 유럽연합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 규정 확정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원자력과 관련해서 그동안 안전 기준과 폐기물 관리에 있어 많은 기술 진전이 있어왔으며 천연가스 역시 오염물질 배출 기준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저탄소 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낮춘 발전시설이 마련
다며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이들 에너지가 재생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을 보다 용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로써 유럽연합의 금융기관 및 금융회사에게 원전 발전 또는 천연가스에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 설치 및 해체를 보장하며 2045년 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기존의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공사 역시 2040년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 시설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Wh별 100g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2030년 전 건설 허가를 받은 경우 kWh별 270g 미만), 기존에 사용 중이던 고탄소배출 시설은 2026년까지 30% 이상 재생 가스를 이용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2030년까지 그 비율을 55%까지 늘려야 한다.

원전 강국 프랑스의 녹색에너지 정책과 원자력 발전

택소노미와 원전/천연가스라는 문제는 그동안 유럽 국가들 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문제였다. 주요 일간지 르몽드(Le Monde)에 따르면 그동안 프랑스를 필두로 네덜란드, 폴란드, 핀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원전 찬성의 목소리를 내며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 덴마크 등 원전 반대 유럽 국가들과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해왔다. 친원전 유럽 국가의 대표격인 프랑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70%에 달하며,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29.6%)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편이다. 과거 프랑스 정부는 이처럼 높은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50%로 낮추겠다는 목표 하에 탈원전 및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해왔다.


<주요 국가 내 원자력 의존도>

(단위: %)


[자료: Le Monde]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프랑스는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보다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강조해왔다. 마크롱 정부는 지금 유럽연합 및 프랑스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정해진 기간 내에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쳐온 것이다.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는 원자력을 거쳐간다”, “우리는 유럽 내에서 인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국가이다. 왜? 우리는 오랜 역사의 원자력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등의 발언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과 원자력 발전 유지의 당위성을 설파해왔다. 나아가 지난 해 10월 마크롱 대통령은 300억 유로 규모의 미래산업 육성 투자 계획 ‘France 2030’을 발표하면서 '탈탄소 프랑스 건설'을 위해 총 80억 유로를 배정하면서 여기에 혁신적 원자로 개발, 즉 더 적은 건설비용으로 더 안전하면서도 더 적은 양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투자를 포함시킨 바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 발전밖에 없다고 보는 마크롱 정부의 판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2년 1월 19일 유럽의회에서 연설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Les échanges ont été vifs mercredi entre le président français, Emmanuel Macron et ses opposants à Strasbourg, où les eurodéputés français étaient surreprésentés.

[자료: Les Echos]

 

정리하자면 현실적으로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 발전 외의 대안을 찾기 어렵고, 현재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로는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비축할 수 없으며, 방사능 유출이나 폐기물 처리 등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단점은 보다 엄격한 기술 관리 및 신기술 개발을 통해 더욱 안전하게 보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프랑스를 비롯한 원자력 발전 찬성 국가의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EU의 결정이 프랑스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EDF 유럽 총무이사 마이아르(Maillard) 씨는 주요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EU의 발표를 환영하며 이번 결정이 프랑스 원전 사업에 있어 두 가지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먼저 추가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다. 지금 프랑스가 계획하고 있는 추가 발전소 건설에 드는 비용은 460억~550억 유로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번 결정 덕분에 좋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원전 수출 역시 힘을 얻게 될 수 있다. 소형원자로(SMR)뿐만 아니라 프랑스 원전 기술을 대표하는 3세대 EPR 원자로 역시 해외 수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노후 원자로의 보수 역시 금융 지원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유럽연합 내에서도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국가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택소노미와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쟁의 향방이 프랑스 경제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간지 라 트리뷴(La Tribune)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원전 반대 국가들이 유럽재판소에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만약 원전 반대 국가들이 승소할 경우 프랑스는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의견 및 시사점

택소노미의 도입과 가스, 원전의 포함 결정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킨 것을 크게 반기는 쪽에서는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데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 프랑스 원자력산업조합(Gifen)의 대표 아르부이(Arbouille)씨는 레제코(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분야야 말로 에너지 생산부터 폐기물 처리에 이르는 에너지 생산 체인의 모든 단계와 연관되기 때문에 단계별로 큰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이번 EU의 결정이 단지 미래의 원자력 발전소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원자력 발전소를 아울러 포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새로운 EPR 원자로 도입이 준비된 이 시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가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반대로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 역시 거세다.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 모두 택소노미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환경보호단체 Greenpeace의 프랑스지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EU의 결정이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둔갑시키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며 강하게 비판해다. 이보다 앞서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것 역시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인정한 것으로도 모자라 대표적인 탄소 배출원이 되는 화석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에너지 전환의 징검다리로 삼는다는 것은 결국 환경에 큰 피해를 주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Greenpeasce의 에너지 전환 캠페인 책임자 나스(Nace) 씨는 레제코(Les Echos)를 통해 “원자력과 천연가스 모두 그 폐기물이 에너지 전환에 있어 해를 주지 않는다고 절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원자력 발전의 포함 여부를 떠나서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택소노미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와 우려를 가지지 않아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도 있다. Natixis IM 계열사인 지속가능금융 투자회사 Mirova의 대표 자우아티(Zaouati) 씨는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택소노미 콘셉트가 만들어졌을 때에는 그 기준이 매우 엄격했다”며 초기 리스트에는 환경에 그 어떤 해도 주지 않는 활동만이 포함기 때문에 전체 경제의 3~4% 정도밖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택소노미가 하루 아침에 세상을 투자 가능한 것과 투자 불가능한 것으로 단번에 둘로 나눌 것이라고 과장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번에 가스와 원전이 포함된 것은 택소노미의 본 취지와 어긋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시다. 나아가 그는 엄밀히 말해서 앞으로 기술 발전과 과학 연구에 따라 택소노미는 계속해서 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해상 풍력 발전의 경우 아직까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제도의 초창기인만큼 그 영향력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지속가능경제, 탄소중립은 세계 경제에게 거스를 수 없는 주요 의제가 다. 녹색에너지로의 전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 기업들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빠르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료: 프랑스 공공정책 홍보부(vie-public.fr), 유럽위원회(ec.europa.eu), Greenpeace France, Les Echos, Le Monde, La Tribune,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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