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BOI)과 현지 카드 결제 서비스 업체 A.B.S.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2021년 디지털 결제 시장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 1분기 7억6000달러(전체 결제시장의 2.7%) 수준이던 디지털 결제시장은 2021년 3분기 17억 달러(전체 결제시장의 5%) 규모까지 이르렀다. 또한, 평균 결제액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소액 결제가 늘어난 것이다. 건당 평균 결제 금액은 2019년 264셰켈(85달러 상당)에서 2020년 236셰켈(76달러 상당)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일상에서 디지털 결제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년 이스라엘 결제 시장 규모 추이(결제금액 기준)>
(단위: IL 백만, %)

[자료: A.B.S. 자료를 인용한 이스라엘 국회조사처 보고서, 2021년]

<전년대비 2020년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 규모 비교>
(단위: 백만 건, IL 백만)

[자료: 이스라엘 중앙은행, 2021년]

비접촉식 결제 국제표준(EMV) 도입 이후 애플페이, 구글페이 이스라엘 서비스 개시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 단계에 불과하지만, 높은 정보통신기기 보급률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접촉식 결제 방식에 대한 선호도 증가도 있지만, 결제 시장 내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 금융서비스 수수료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높은 금융 수수료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소비 활동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현금 사용을 줄여 시장의 투명성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다양한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을 이스라엘로 불러들일 수 있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일환으로,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국내 사업체들이 EMV 표준 규격^*과 호환되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결제 방식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이는 결제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A.B.S.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국내에서 사용하는 결제 터미널의 72%가 EMV이며, 전체 국내 결제 금액의 62%가 EMV 결제를 통해 이뤄졌다. 이로써 EMV 결제망을 이용하는 글로벌 디지털 결제 서비스들이 이스라엘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 EMV 표준 규격: 칩 카드 기술 기반 비접촉식 결제를 위한 국제 표준 규격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속 국내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2021년 5월부터 이스라엘 내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지 일간지 와이넷(ynet)은 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첫 주에 사용자 수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질세라, 구글페이도 2021년 12월 이스라엘 서비스를 개시하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지 핀테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결제 시장이 인구 규모에 비해 높은 구매력을 가진데다, 시장 참여자가 아직 많지 않아 경쟁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진출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의 경쟁 현황

2021년 12월 기준,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 내 주요 경쟁업체는 크게 은행과 글로벌 IT 기업으로 나뉜다. 현지 주요 은행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는 하포알림(Hapoalim) 은행의 bit, 디스카운트(Discount) 은행의 PayBox, 레우미(Leumi) 은행의 Pay가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EMV 결제망을 사용하는 애플페이(Apple pay), 구글페이(Google pay)와 근거리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를 사용하는 가민페이(Garmin pay)가 있다. 현지 은행의 높은 계좌이체 수수료 탓에 대부분의 디지털 결제는 직불카드 또는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가장 선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하포알림 은행의 bit이며, P2P 거래가 전체 거래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시사점

이스라엘 디지털 결제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디지털 친화도가 높은 만큼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 디지털 결제 시장의 확대로 한국 핀테크 기업들에게도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적으로, 현지 비금융권 업체와의 디지털 결제 수단 개발 협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결제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지 유통업체들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대형 소매 유통업체인 슈퍼쌀(Supersal)은 2021년 1월, 자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을 개발하고자 현지 은행 디스카운트와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또다른 이스라엘 대형 소매 유통업체인 라미 레비(Rami Levi)도 글로벌 IT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과 협력하여 자체 디지털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현지 디지털 결제 서비스가 P2P 거래에 집중해 온 터라, B2P 또는 B2B 결제에 적합한 플랫폼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목하며, 지금이 글로벌 시장 경쟁자들이 B2P, B2B 디지털 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설 적기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정부 기관의 디지털 결제 도입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청은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도 디지털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며, 현재 이스라엘 주요 신용카드사(Max Pay, Cal Pay, AnyPay), 애플페이 등과 협력을 추진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디지털 결제 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수수료와 호환성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결제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목표는 서비스 품질 향상과 금융 수수료 인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스라엘 정부는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로 페이팔(Paypal)을 협력 후보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며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결제가 공공부문의 주요 결제수단이 되기 위해선,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스라엘 통계청의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를 사용하는 주요 계층은 45세 미만의 젊은층이다. 20세부터 44세 사이 응답자 사이에서의 디지털 결제 사용 비중은 50%에 달하는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는 13%만이 디지털 결제 사용 경험을 갖고 있었다. 사회적 환경에 따른 민족 간 편차는 더 심했다. 유대인 응답자의 경우 46%가 디지털 결제를 사용하는 반면, 아랍인 응답자는 4%만이 디지털 결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를 볼 때, 노령층과 아랍어 사용 인구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결제 서비스일수록 공공부문 디지털 결제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 이스라엘 중앙은행, 이스라엘 통계청, 이스라엘 국회조사처, Automated Banking Services Ltd.(SHVA, A.B.S.), 현지 언론, KOTRA 텔아비브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