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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동향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민웅기
- 2021-09-0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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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대통령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보장 관련 행정명령 서명 -
- 2021년 미국 27개 주에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관련 법안 발의 -
소비자들은 돈을 지불하고도 구매한 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자사 제품의 수리를 어렵게 만들고 사설 수리업체의 수리를 막아 반드시 제조업체 및 공식 수리업체만을 통해서 수리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은 소프트웨어 차원의 제재뿐만 아니라 전문 장비가 요구되는 디자인을 도입하거나 본드 사용으로 기기 분해를 어렵게 만들고 수리 부품 공급을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수리 매뉴얼 공개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리를 제재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이 소비자 수리할 권리를 제재하면서 전자 폐기물이 증가해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소비자들이 전자기기를 수리해 사용할 권리를 확보할 것을 촉구하고 애플과 같은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의 수리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2021년 7월 9일) 했으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행정명령에 따른 위원회의 정책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승인(2021년 7월 21일)했다. 정책 성명서는 법적 집행력은 없으나 위원회의 규제 집행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왜 중요한가
미국 소비자 공익연구 단체인 US PIRG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억 개의 스마트폰과 27억5000만 개의 노트북이 생산되며 5억9000만 톤의 전자제품이 버려지고 있고 전자 폐기물의 양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이다. 수리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므로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12의 경우 탄소 배출량의 83%가 생산공정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유럽환경국(European Environmental Bureau)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의 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1년 동안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유엔의 2020년 글로벌 전자 폐기물 보고서(Global E-waste Monitor 2020)는 2019년 전 세계 전자 폐기물 양이 536억 톤으로 5년 사이 21% 상승한 수치이며 2030년에는 740억 톤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될 것으로 관측했다.
전 세계 전자 폐기물 배출량
자료: UN Global E-Waste Monitor 2020
환경적인 요소 외에도 수리할 권리는 소비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권리다. 제조업체가 독점적으로 수리를 하게 되면 수리 비용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수리 기간 또한 길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고장난 제품을 고치기보다는 새 제품을 구매하는 편을 선택하게 된다. US PIRG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품을 교체하는 대신 수리할 경우 한 가구당 연간 약 330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였을 경우에는 약 400억 달러 가량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가 어려워지면서 지난 몇 십년 간 미국의 농민들은 일반 소비자에 비해 몇 배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농기구 점유율 1위인 존 디어(John Deere)의 경우 농기구가 고장났을 때 공식 수리 업체를 통해서만 수리할 수 있는데 이 때 농부들은 수백 마일에서 수천 마일까지 장비를 직접 운송해 고치러 가야 한다. 소소한 잔 고장을 수리하기 위해서도 전문 진단 도구가 필요하며 특수 기계공만이 장비를 손볼 수 있기 때문에 농기구의 수리는 농부들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장비의 수리는 몇 달씩 걸리기도 하는데 특정 재배 및 수확 시기를 놓치게 되면 농작물을 모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이와 같은 상황은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제품 수리가 제한된 까닭에 결정적인 순간에 고장난 의료기기를 고치지 못해서 매우 난처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스탠포드 생의학 공학 이사인 일리어 쿨로리(Ilir Kulloli)는 “수리할 권리가 의료기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공호흡기, 제세동기, 마취기 등과 같은 중요한 의료장비의 수리 지연은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막으려 할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의회에 제출한 “Nixing the Fix” 보고서에는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반대하는 논리와 그에 대한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론이 담겨 있다. 기업들은 지적 재산권 보호, 소비자 안전, 개인 정보 유출 등을 문제로 내세우며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반대했다.
제조업체들의 또 다른 반대 이유 중 하나는 개인 소비자 및 비공식 수리점들이 직접 수리를 하게 되면 기업이 제공해야 하는 정보 또는 부품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저작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전문가가 수리를 하면 더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배터리 폭발 및 화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또한 기업들은 정식 절차를 집행하는 공식 수리점이 아닌 비공식 수리점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경우 고객의 사진, 연락처, 문서, 암호, 재무 기록 등의 개인 정보가 더 쉽게 유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제조업체들의 우려사항에 대해 연방거래위원회는 비전문가 및 비공식 수리점의 수리가 더 위험하거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증거가 불충분하며, 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적 재산권에 관련해서 제품 수리 시 영업 기밀에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으며, 기업들이 공인 수리 업체들에게 공유하는 정보는 어차피 영업 비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꼽으며 반론했다.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입법 동향
(연혁) 미국에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는 제조사의 제품 보증에 대한 면책 조항이 부당하거나 오해의 소지를 지니지 못하도록 생긴 1975년 메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의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에 대한 관심이 쏠리게 된 본격적인 시점은 2012년 메사추세츠주에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 소유자 및 독립 수리점에게 차량의 진단, 서비스, 유지 또는 수리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수리에 필요한 공구 또는 장비의 판매를 제공해야 한다는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Motor Vehicle Owners Right to Repair Act)’ 이 통과된 무렵부터이다. 비록 연방법이 아닌 메사추세츠 주 법이었지만 자동체 제조업체들은 미국의 모든 주에서 메사추세츠의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수리할 권리 운동은 자동차 산업 내에서 시작됐지만 그 운동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됐다.
(최근 동향)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제품 사용과 함께 데이터가 생성되면서 수리할 권리의 내용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상기 2012년 메사추세츠주에서 제정된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은 오늘날 첨단기술과 컴퓨터를 탑재한 스마트 자동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다. 스마트 자동차는 진단 데이터가 무선으로 자동차 제조사에게만 전송되고 자동차 소유자 및 사설 수리점에는 공유되지 않는다. 이에 수리할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에 데이터 공개를 요청했지만 제조사는 보안상의 위험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메사추세츠주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소유자가 차량 운전 기록으로 생성된 데이터에 대한 엑세스를 확보하고 독립적인 수리 업체와 해당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여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 소비자 수리 권리법 개정안을 주민 투표로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개정안은 메사추세츠 주민 74.9%의 찬성을 얻으며 통과됐다.
한편,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민간 부문의 기여도 크다. 2013년 결성된 디지털 수리 권리 연합체(Digital Right to Repair Coalition)는 사설 수리 업체, 소비자 권리 단체, 환경 단체 등 제품 수리에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협회로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수리할 권리와 관련한 입법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해당 협회는 2014년 사우스 다코다주에서 주도적으로 법안을 발의한 이후로 2015년에 5개 주에서 법안을 발의하였고 2021년에는 총 27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021년 미국 주별 수리할 권리 법안 발의 현황
자료: US PIRG 및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정리
최근에는 제조업체에 전자기기 진단 및 수리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디지털 공정 수리법안(Digital Fair Repair Act)이 뉴욕 주 상원을 통과했고 조셉 모렐(Joseph Morell) 하원의원은 지난 6월 의회에서 공정 수리 연방법(Fair Repair Act)을 발의했다.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수리할 권리에 대한 미국 내 움직임은 매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현지 시장 반응
구글과 애플 등 테크기업을 대표하는 로비단체 TechNet는 "소비자 안전을 위태롭게 할 뿐"이라며 자가 수리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 외 세계 최대 소비재 전시회 CES의 주관 기업인 CTA 등과 같은 단체들도 로비활동을 통해 수리할 권리 법의 통과를 막고 있다.
반면, 자가 수리 가이드 업체이자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대표 옹호 단체 중 하나인 iFixit의 미국 정책 책임자 케리 마에브 쉬한(Kerry Maeve Sheehan)은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의 소유권이 있어야 하며 수리하여 사용할 권리는 소유권의 일부다"라고 주장하며 "현재 27개 주가 미국의 수리권법률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리할 권리가 미국의 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으며,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은 “우리가 매우 개방적인 기술 세계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애플은 없었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제품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며 소비자의 자가 수리할 권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시사점
미국의 로펌 루이스 로카(Lewis Roca)에서 근무하는 유시호 특허변호사는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내 활발히 입법 검토 중인 ‘수리할 권리’ 법안은, 쉽게 말하자면 제조사들이 독점하던 A/S 분야의 닫혀있던 문을 소비자들에게 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제조사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정보, 기기, 부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법안은 상거래 체인에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최종 제품’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자동차와 같이 수리를 위해 전문적 지식이나 시설을 요하는 큰 제품보다는 휴대폰 또는 전자 기기처럼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최종 제품’의 상거래 체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조사들과 A/S 서비스업 회사들과의 새로운 제휴가 파생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로 인해 부품을 구매해주는 고객층의 확대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이 법안은 소비자들의 권리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근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맞물려 제조사들에는 더욱 까다로운 준법 프레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래 전부터 제품의 자가 수리를 옹호하는 이들과 이를 제어하려는 제조업체들의 싸움은 계속 되어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와 연방거래위원회 등의 정부 개입으로 미국 시장은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입법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사업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백악관, US PIRG, The Guardian, The Verge, Wired, EU E-Waste Monitor, Science News,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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