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무이자 할부서비스로 MZ세대에서 인기 -

- 호주 Afterpay, 스웨덴 Klarna와 함께 세계 최대 핀테크 유니콘으로 성장 -

호주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기 불황을 피해간 유일한 선진국이었지만,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불황에 직면했고 여전히 불안한 경제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반면, 위기는 곧 기회를 의미하는 것처럼 디지털 기반의 핀테크 혁신과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비대면 결제 솔루션이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은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 시장이 호주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호주 주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가 호주에서 인기있는 이유

선구매 후결제는 소비자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물건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면 쇼핑액의 100%를 가맹점에 지불해 주는 금융 서비스이다. BNPL는 핀테크 산업에서 대출(Lending) 분야에 속해 있다. 소비자는 2주마다 예정된 날짜에 맞춰 정해진 금액을 내면 이자없이 할부 결제가 가능하다. 참고로 호주 회사의 급여일은 월급이 아닌 2주마다 받는 2주급(fortnightly pay)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는 BNPL 가입 시 은행과 연결된 직불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입력하고 계좌 한도를 지정할 수 있다. 추후 구매에 대한 결제일 스케줄을 정하고 앱을 통해 상환금액과 일정을 관리를 할 수 있다.

사실 호주에서는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Lay-by가 있었다. 현지 대형 소매점에서 가전제품 등 금액이 높은 물건을 사고 일정 기간에 걸쳐서 지불할 수 있는 Lay-by 결제 옵션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할부 제도가 없어 무조건 Saving(예금) 또는 Credit (신용카드) 중 선택해 일시불로 지출을 해야한다. 이처럼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가 없던 호주에서 빠른 결제 승인과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디지털과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BNPL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호주중앙은행 RBA 발표자료에 따르면, 호주에 본사를 둔 주요 BNPL 핀테크 기업 Afterpay, Zip Co, FlexiGroup, Openpay를 통한 총 결제액은 2020년 회계연도에 이미 100억 호주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호주에서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고 디지털 결제 사회로 이동하면서 BNPL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호주 주요 BNPL기업을 통한 결제 액수

(단위: A$ 십억)

자료: 각 기업 발표자료, RBA

MZ 세대가 열광하는 BNPL 서비스

특히 당장 통장에 돈은 없지만 쇼핑을 즐기고 싶은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BNPL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mazon, eBay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슈퍼마켓, 통신사, 피부클리닉까지 더 많은 기업들이 젊은 층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BNPL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이다.

호주에서 온라인 쇼핑 결제는 주로 신용카드, 직불카드, Paypal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점차 더 많은 MZ세대가 쇼핑을 위한 소액 대출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고 이자에 대한 부담이 적은 BNPL 서비스를 결제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다. 2020년 11월, 호주중앙은행 RB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연간 9.2%가 감소한 반면 Afterpay에 가입한 소비자수는 15% 증가했다. 또한 글로벌 온라인 쇼핑 결제의 강자 Paypal도 ‘Pay in 4’ 할부결제 서비스를 올해 6월부터 호주에 론칭하고 BNPL 레이스에 뛰어들 계획이다.

호주 BNPL 서비스 이용자 연령층

자료: IBIS World

BNPL 서비스를 이용자의 82%는 18~44세이며 25~34세의 연령대가 36%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해당 나이대의 소비자들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본인의 자산과 지출을 관리하는데 익숙한 편이다. 또한 독립을 하게 되면서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 구매 시 신용카드 이자와 빚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더 저렴한 결제 방법인 BNPL을 선택하고 있다. 18~24세는 26%의 비율로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나타낸다.  Z세대의 경우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영향을 많으며 BNPL와 같은 디지털 결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대이다. BNPL을 통해 주로 의류, 신발, 액세서리를 구매하며 가입자수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핀테크 산업 성장을 위해 BNPL 자율규제 도입

호주에서는 2018년부터 BNPL 붐이 일면서 정부와 산업 내에서는 BNPL 금융서비스에도 신용카드와 같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인 ASIC에서는 호주에서 BNPL 상품을 신용(credit)으로 간주하지 않아 소비자 신용 보호법(National Consumer Credit Protection Act)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단체에서는 BNPL 기업들이 법의 맹점을 이용하고 있으며 고객을 끌기 위해 심리적인 트릭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비용을 분산해서 지불한다고 절약이 되는 것이 아니며 대출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ASIC에서는 BNPL 사용자 5명 중 1명이 정해진 기간에 지불을 하지 못해 연체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으며, 대부분이 직불카드와 연동된 은행계좌에서 자동이체 방식으로 결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한을 놓친 것은 은행에 잔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출 연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장기간의 논의 끝에 지난 3월 1일 은행, 금융기관, BNPL 및 핀테크 기업들이 소속된 호주금융산업협회(Australian Finance Industry Association, 이하 AFIA)에서 자율규제를 위한 첫번째 BNPL 시행령 ‘Buy Now Pay Later Code of Practice’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호주 국내 및 국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모니터링과 모범적인 수행을 위한 것이며 AFIA 웹사이트에는 호주에서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8개 기업이 시행령을 준수하는 회원사로 공지되었다. 작년에 호주 시장에 진출한 스웨덴 클라나(Klarna)도 이번 시행령을 만드는데 동참했다.

* Buy Now Pay Later Code of Practice 전문:

https://afia.asn.au/files/galleries/AFIA_Code_of_Practice_for_Buy_Now_Pay_Later_Providers.pdf

AFIA에서 발표한 BNPL 시행령과 회원사

자료: AFIA 웹사이트

이번에 발표한 시행령은 정부가 아닌 산업 협회의 자발적인 규정으로 기업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AFIA 에서는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을 시 기업명 발표(name and shame), 시스템 변경, 직원 교육 실시 등의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결제 금액이 2000호주달러 이하일 시 신용도 확인이 필요하지 않지만 고객의 신분증 확인을 하고 제품 구매 시 첫번째 할부금에 대한 지불을 하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 2,001~15,000호주달러 결제의 경우 은행 거래내역서와 같은 고객 데이터 확인이 추가된다. 15,000~30,000호주달러에 해당될 시 고객 데이터와 제3기관의 데이터인 신용도 확인 등이 필요하다. 또한 BNPL는 만 18세 이상의 성인만 가입할 수 있으며 도박(gambling)을 하거나 총기류 구매 시 사용은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호주에서 급성장 중인 4대 BNPL 핀테크 기업

호주에 BNPL 붐을 몰고 온 일등공신은 멜버른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유티콘이 된 Afterpay 를 꼽을 수 있다.  2015년에 설립된 Afterpay 는 2017년 테크놀로지 기업 Touchcorp과 합병한 후 호주주식시장 ASX(Australian Securities Exchange)에 상장되었다. IBIS World에 따르면, Afterpay 의 호주 BNPL 시장 점유율은 54%로 추정되며 2020년 회계연도 기준 Afterpay 의 연매출은 5억 1920만 호주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배가 증가했다. 2020년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수가 2만500명씩 증가해 호주 내 가입자수가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Apple Pay 또는 Google Pay와 같은 디지털 지갑 앱을 통해 BNPL 결제를 할 수 있는 Afterpay Card를 런칭했다.

Afterpay의 모바일 카드

자료: Savings, Afterpay

호주 BNPL 시장의 2인자는 Zip Co로 ASX에 상장돼 있으며 2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 연매출은 1억6100만 호주달러로 연간 91%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시장 내 점유율은 24%대이다. 쇼핑 금액이 1000 호주달러 이하일 경우 Zip Pay, 이상일 경우 Zip Money를 이용하게 된다. 상환 일정을 본인에게 맞게 1주, 2주, 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으며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 지불을 하면 매달 이용료 6호주달러를 면제해 준다. 2020년 eBay, Amazon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으며 호주 최대 패션기업 중 하나인 Cotton On과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사이트로 쇼핑을 하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BNPL을 제공한다.

Zip Co 의 파트너사

자료: Zip Co

호주 BNPL 업계 3위 기업인 FlexiGroup도 ASX에 상장된 기업이며 15.8%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 연매출은 1억1920만 호주달러 규모로 전년대비 8% 증가했다. Humm이라는 브랜드의 BNPL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대 3만 호주달러까지 무이자 할부로 쇼핑이 가능하다. 2020년 2월에 마스터 카드와 함께 연회비 99호주달러를 지불하면 110일까지 무이자로 선구매 후결제가 가능한 Humm90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BNPL 모델을 여러 금융 상품과 결합해 선보이고 있다.

Humm의 BNPL 금융 상품

자료: Humm

2013년에 설립된 Openpay의 경우 2019년에 ASX에 상장됐으며 2020년 회계연도 기준 연 매출이 1800만 호주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64%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나타냈다. 자동화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대출금을 관리하고 마케팅과 고객관리에 힘쓰고 있다. 핀테크 기업으로 ‘Buy Now Pay Smarter’ 접근방식으로 고객에게 실용적이고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Openpay의 광고

자료: Openpay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글로벌 BNPL 서비스 기업 Klarna는 2020년 1월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CBA 가 Klarna의 공식 파트너사이며 총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더불어 CBA는 Klarna의 혁신적인 디지털 결제 테크놀로지를 호주의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발표했다.

호주 Afterpay와 스웨덴 Klarna 사 비교

시사점

호주는 발달된 핀테크 에코시스템, 정부 및 산업 내 지원, MZ 세대가 열광하는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로 BNPL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지 은행 및 금융기관에서도 BNPL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호주에 BNPL 붐을 일으킨 Afterpay의 경우 미국에 진출한 후 호주에서의 영업실적을 앞지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핀테크 기업들도 급속도로 확대되는 BNPL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뉴질랜드, 영국, 미국으로의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Invest Victoria의 한국시장 담당자인 Liam Eldon은 멜버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멜버른의 경우 현재 핀테크를 유망 산업으로 정하고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호주 핀테크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공동 투자 등을 통한 전략적 진출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국내 핀테크 기업에서는 호주 금융산업 내 규정, 호주 BNPL 기업의 서비스, 디지털 결제 방식, 고객 경험 및 리스크 관리 등에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IBIS World, Business Insider, ASIC, Smart Company, KOTRA 멜버른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