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금융의 발상지 이탈리아, 경제위기와 변화의 시대를 대처하는 이탈리아 은행들 -

- 이탈리아 핀테크 현황과 주요사례를 통한 이탈리아 핀테크 산업을 조망 -

이탈리아 금융의 역사와 현재

1472년 세계 최초의 은행이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이탈리아 벤처사업가인 크리스토퍼 콜럼부스가 1492년 스페인 왕가의 펀딩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인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의 20년 전, 이탈리아는 현대적인 금융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현재까지 보유중인 Monte dei Paschi di Siena(MPS)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2013년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이탈리아 3위의 규모를 지닌 MPS를 살리기 위해 54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의 은행, Monte dei Paschi di Siena 본점

자료: KOTRA 밀라노 무역관 자체 촬영

MPS 외에도 타 이탈리아 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탈리아 정부 부채 증가와 경기둔화로 인한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의 급증은 이탈리아 시중금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고 이탈리아 은행들의 경쟁력도 위기를 거치면서 많이 약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탈리아의 많은 은행이 통폐합됐고 시중 은행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자생력을 잃은 은행들은 사라져가고 있고 살아남은 기존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이탈리아 은행 수 증감 현황

자료: 2018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2019년은 예상치)

이탈리아 주요 금융사로는 2019년 기준 지점수 3527개를 보유한 Intesa Sanpaolo와 2769개를 보유한 Unicredit이 있다. 하지만 Unicredit은 이미 2023년까지 비용 감소를 목적으로 중장기 계획안에 450개의 지점을 폐쇄하는 안을 발표한바 있으며 대면 서비스 지점을 계속적으로 축소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핀테크는 기존 금융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면 이탈리아의 대형 금융사는 전략적으로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고 긴밀한 제휴를 통해 자사의 부족한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핀테크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이 있으나 기존 대형 금융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국제기준에 발 맞추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탈리아 주요 핀테크 기업 현황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핀테크 관련 기업은 총 278개가 설립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2018년 229개사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은 2018/2017년 회계분기 기준 총 3억7400만 유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이탈리아의 기존 금융 중심지인 밀라노에 총 45%의 핀테크기업이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되며 밀라노가 이탈리아의 핀테크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핀테크 기업 외 테크핀 기업은 2019년 기준 총 86개사로 파악된다.

이탈리아 핀테크기업 분야별 구성 현황

자료: PWC Italia

이탈리아의 핀테크 기업들은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기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직까지는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상업화에 성공해 안착한 기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금융기관,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주요 핀테크 기업 현황(총 펀딩금액 1000만 달러 이상)

자료: EY Italia

이탈리아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주로 기존 금융기관들이 제공하지 못한 서비스를 보완하는 형식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보험 관련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고비용,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를 안고 있던 자동차 보험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예를들어 Prima Assicurazioni는 Prima.it이라는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을 통해 다양한 보험사 파트너와 함께 차량 번호만 등록하면 1분 이내에 조건에 맞는 최저가 보험을 제시한다.

Prima.it을 통해서 확인한 온라인 차량 보험료 최저가 및 공급업체

자료: Prima.it

이탈리아는 차량 사고도 잦고 유럽 내에서도 차량 보험료가 비싼지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온라인 차량 보험 플랫폼의 등장으로 차량 보험료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Prima Assicurazioni를 비롯 이탈리아 온라인 차량 보험사들은 온라인을 통해 가입조건을 더욱 세분화하고 인력 운영비용과 홍보비용을 절감해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료를 소비자에 제시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에 기존 대형 보험사들도 저가 보험시장을 겨냥해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차량 보험 플랫폼에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핀테크의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가 새로운 금융산업구조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기업 주요 협업사례

1) Intesa Sanpaolo 투자 사례

Intesa Sanpaolo는 이탈리아 1위 규모의 은행으로 1583년 토리노에서 설립된 Istituto Bancario San Paolo di Torino를 모체로 삼고 있는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이다. 2017년 기준 총 자산 7960억 유로 수준의 대형은행으로 이탈리아 뿐 아니라 이집트, 헝가리, 세르비아, 러시아 등에도 진출한 국제적인 은행이다. 전통적인 은행의 이미지와 달리 2014년부터 핀테크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미국의 Citi, 스위스 Credit Suisse, 프랑스 BNP Paribas와 HSBC 등과 R3라는 컨소시엄(https://www.r3.com)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요 은행 Intesa Sanpaolo의 핀테크 협력 구조표

자료: EY Italia

Intesa Sanpaolo는 자사의 부족한 온라인 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한 스타트업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인 Nexi의 지분 9.9% 인수 등을 통한 결제분야 전략적 협업을 추진했고 2020년 5월 AI 및 로봇 전문기업인 Artes 4.0과의 협업을 통해 R&I 등 비대면 서비스 분야및 를 강화해 코로나19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Intesa Sanpaolo는 Series A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기업인 Yolo, 자산관리기술인 Oval 등에 직접 투자해 자사에 도입이 가능한 신기술을 직접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Poste Italiane와 Moneyfarm 협업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Poste Italiane는 이탈리아 국영 우체국으로 시작된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체국 예금 등 계좌개설 서비스를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여타 은행과 달리 금융 및 투자 서비스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온라인 투자 컨설팅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이탈리아인이 2011년 영국에서 설립한 Moneyfarm에 Series C투자를 통해 자사의 부족한 금융 컨설팅 기능을 강화했다. Moneyfarm은 ETF등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Robo Advisor가 고객의 성향과 투자유형 등을 분석해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Poste Italiane는 온라인 투자 컨설팅 서비스 확충을 위해 Allianz Asset Management사와 공동 투자를 통해 총 40백만유로 규모를 Moneyfarm에 투자했다.  

3) Vittoria Assicurazione와 인슈어테크 허브 "Vittoria Hub"

이탈리아 주요 보험사 중 하나인 Vittoria Assicurazioni(이하 VA)는 인슈어테크에 특화된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인큐베이터 시설 운영 등을 통해 자사에 필요한 핀테크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다. 19년부터 VA는 Vittoria Hub를 자사 입주 건물 내 별도로 구성해 인슈어테크 기업들을 입주시키고 동사가 구성 중인 보험 오픈 플랫폼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Vittoria Assicurazioni에서 운영 중인 인슈어테크 허브 Vittoria Hub

자료 : Vittoria Assicurazioni S.p.A.

VA는 Vittoria Hub내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3개월에 5000유로라는 저렴한 입주비용을 제공하고 자사가 설정한 Acceleration 목표치에 도달한 기업에 대해 최대 1만5000유로 규모의 투자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VA와 협업하는 주요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과 Investor day를 개최해 입주 인슈어테크 기업에 피칭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Vittoria Hub의 인슈어테크 기업 Ecosystem 구성계획

자료 : Vittoria Assicurazioni S.p.A.

VA의 목표는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자산보험, 비즈니스 관련 보험 등 주요 분야에서 VA를 중심으로 한 오픈 플랫폼을 구성해 자사의 부족한 핀테크 기술을 협업 인슈어테크 기업들을 통해 확충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요 파트너들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시켜 이탈리아의 인슈어테크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있다. 인슈어테크 육성을 위한 VA의 주요 파트너사로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BacktoWork, 오픈이노베이션 기업인 G2, 디자인 지원을 위한 Design Group Italia, 스타트업 기업 협업을 위한 Microsoft 등이 있으며 인슈어테크 기업들의 보험 서비스는 VA에서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시사점

이탈리아 은행 및 주요 금융기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체질과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부채의 급등으로 인한 주요 은행의 경쟁력 약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비대면 서비스 도입 수요의 증가는 이탈리아 주요 금융기관들의 핀테크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 기술도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는 핀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은행이라는 시스템을 발명한 이탈리아지만 핀테크 기술은 아직 글로벌 평균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직된 관료제와 그로 인한 금융 서비스는 핀테크 기술의 확산으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은행을 찾지 않고도 Satispay 등의 결제 앱 서비스를 이용해 편리하게 자동차세와 전기 및 가스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대형 금융기관은 자사의 부족한 온라인 서비스 등을 보완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받던 이탈리아 금융 서비스도 핀테크로 인해 일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우리 스타트업 기업에도 이탈리아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료 : EY Italia, PWC Italia, Vittoria Assicurazioni S.p.A., Politecnico di Milano, Assofintech, KOTRA 밀라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