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한 화장지 대란 겪는 미국, 화장지 대체제로 ‘비데’에 관심 급증 -

- 美 비데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들에 맞춘 제품 및 전략 필요 -

지난 3월 초 한국을 강타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유럽을 지나 이제는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4월 2일 현재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3144명에 이르며 4513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청결 용품 및 각종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 또한 부쩍 심해진 미국에서는, 요즘 마켓에서 ‘두루마리 화장지(Toilet paper, 이하 화장지)’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것이 계기가 되었을까?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장지가 따로 필요 없는 ‘비데(Bidet)’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화장지 품절 대란 겪는 미국

The New York Times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화장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로, ‘음식’의 의미가 매우 큰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사재기가 가장 심각했던 것을 비추어 볼 때 미국 소비자의 사재기 1위 아이템이 ‘화장지’라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던 지난 3월 중순부터 불필요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거나 금지하도록 하는 지역 정부의 조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재택근무와 실내 생활이 증가하며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집 안’에 머무르는 중이다. 따라서 집에서 소비하게 되는 생필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으며, 여기에는 ‘화장지’가 필수로 포함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화장지를 대량으로 구매함에 따라, 대부분의 마켓이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온라인 판매처에서까지도 화장지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3월 중순,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 소매점들의 ‘화장지·휴지·페이퍼 타올’ 선반이 텅 빈 모습

자료: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직접 촬영

미국에서 보기 드물었던 비데, 지금은 관심 폭발

이처럼 화장지 구매가 힘든 상황을 겪으며, 미국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비데’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문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유럽이나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데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CNN에서도 비데에 대한 내용을 기사로 다루며, 지금까지 미국인들에게 비데는 ‘나와는 무관해 보이는 테크놀로지’ 혹은 ‘부유층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을 수 있으나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운 제품’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화장지 품절 대란을 겪으며, 발 빠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비데 수요가 급증해 비데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매우 분주해졌다. 비데 및 관련 제품 판매 전문 기업 Tushy의 CEO Jason Ojalvo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미국인들도 결국 비데를 쓰기 시작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도 있음을 피력하며 Tushy 비데의 지난 몇 주간 매출이 과거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홈 인테리어 관련 자재 및 잡화 판매점 Home Depot와 온라인 판매업계의 선두주자 Amazon 등에서도 이미 비데는 품절된 제품이 많거나 수요가 넘쳐 배송이 지연된 경우가 많이 목격된다.

이렇게 비데를 처음 접한 미국 소비자들의 만족도 또한 대체로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Amazon에서도 매우 다양한 비데 제품이 검색되는데, 대다수 제품들의 평점이 공통적으로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Tushy 웹사이트에서도 수천 개의 평점 높은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비디오 공유 플랫폼 YouTube에서도 미국 유튜버들의 놀랍고도 만족스러운 ‘비데 경험(Bidet experience)’을 담은 비디오를 전부터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실제 사용자들로부터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유튜버들의 놀랍고도 만족스러운 ‘비데 경험’을 담은 비디오 게시물들

자료: YouTube, ‘Bidet experience’로 검색

시중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의 비데 제품들

시중에서는 이미 다양한 비데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 가전제품 리뷰 전문 웹사이트인 Consumer Reports에 따르면, 장치 내부의 메커니즘만으로 수압을 조절하는가 혹은 전기 모터를 통해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가에 따라 비데는 크게 기계적(Mechanical) 비데와 전기(Electric) 비데로 나뉜다. 기계적 비데는 별도의 전기 연결이 필요 없는 단순한 기능의 제품이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며, 전기 비데의 경우 전기로 작동할 수 있는 이른바 ‘엉뜨 기능’, ‘온풍 드라이어 기능’, ‘야간용 조명’, ‘음악 재생’ 등 고급 기능들이 많이 포함될수록 값이 비싼 편이다.

CNN 및 Consumer Reports에서는 가격대별 주요 비데 제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데의 가격대는 최저 35달러에서부터 최고 2500달러까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 CNN, Consumer Reports, Amazon

美 소비자 특성 잘 파악해 미국 비데 시장 진출 엿보자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수의 비데 기업들이, 설치가 간편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가격대·스타일·기능 면에서 매우 다양한 비데 제품들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은 과거보다 훨씬 더 넓어졌다.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화장지 대란이 비데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더 나아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중시되어온 ‘지속가능성’ 또한 비데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데를 사용함으로써 깨끗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화장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버려지는 화장지 쓰레기 또한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화장지 구매비용 또한 절약될 것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 인식의 지속과 시기적인 영향으로 인해 미국 내 비데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한 증가가 예상되며, 우리 기업들도 성장하는 미국 비데 시장 진출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비데 시장에 문을 두드리기 전, 한국과는 매우 다른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드시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현지 컨설팅 업계에 종사하는 C 매니저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개인주의적인 특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생활 가전제품의 정기적인 방문 관리가 익숙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그러한 방문 관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을 셀프 관리할 수 있는 관리법이나 조립 방법, 간단한 문제는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법 등을 종이 매뉴얼뿐만 아니라 DIY 영상으로도 상세히 제공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품질과 내구성 또한 필수이지만, 제품 고장 시 넓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애프터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겠다.

자료: The New York Times(Is It Time for Americans to Embrace the Bidet?, 2020년 4월 1일), CNN(Your guide to picking the right bidet for you and your budget, 2020년 3월 30일), Consumer Reports, Los Angeles Times, Tushy, Statista,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