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필수품 구매에 초점을 맞춘 ‘백 투 스쿨(Back-to-school)’ 시즌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한 해 중 자유로운 소비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바로 ‘겨울 홀리데이(Winter Holidays) 쇼핑 시즌’이다. 11월 말부터 12월에 걸친 기간을 통칭하는 홀리데이 쇼핑 시즌에는 큰 폭의 할인 이벤트로 잘 알려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서부터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와 ‘기빙 튜스데이(Giving Tuesday)’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연말까지 모두 포함된다. 올해는 특히 11월 이전부터 이른 쇼핑을 시작하는 소비자가 많이 목격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본격 홀리데이 쇼핑 시즌은 어떤 모습일지 전망해 본다.

일찍 시작된 홀리데이 쇼핑, 더 신중해진 구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이하 NRF)의 분석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홀리데이 쇼핑 시즌을 알리는 블랙프라이데이 이전부터 쇼핑을 시작하는 양상이다. NRF의 2023년 9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약 39%의 소비자가 11월부터 이른 홀리데이 쇼핑을 시작할 계획이며, 심지어 10월 혹은 그보다 더 일찍 쇼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답한 소비자들도 무려 41%나 됐다. 이커머스 자이언트 아마존(Amazon)이나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를 비롯한 다양한 소매점들이 10월부터 이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이러한 ‘얼리 버드’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워준 바 있다. 반면, 다소 늦은 12월부터 쇼핑 시작을 계획 중인 소비자들은 약 9%에 그쳤다. 한편, 58%의 소비자들이 12월에 쇼핑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일찍 시작된 쇼핑은 홀리데이 쇼핑 시즌의 막바지인 12월까지 비교적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비자들의 올해 홀리데이 쇼핑 시작 및 마무리 시기>

[자료: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이처럼 많은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부지런하게 쇼핑을 시작하는 가운데, 구매 결정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온라인 검색’은 2012년 이래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홀리데이 쇼핑 검색 채널로 꾸준히 꼽히고 있으며, 이는 온라인을 통한 제품 할인 정보의 꼼꼼한 비교 분석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가장 가성비가 높은 딜(Deal)을 찾아 시작을 기다리거나,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플랫폼들을 비교하는 등 구매 행위를 더욱더 숙고한다는 것이다. 홀리데이 쇼핑 시 전년보다 할인 프로모션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소비자가 61%에 달했고 온라인 쇼핑을 계획 중인 소비자 중 대다수인 85%가 여러 판매처를 동시에 고려할 것으로 집계된 만큼, 올해는 소비자들의 ‘신중한’ 구매 행동이 더 강화될 듯하다.

올해 홀리데이 쇼핑 규모, 전망 엇갈려

완전한 엔데믹 시기로 여겨지는 이번 홀리데이 쇼핑 매출 규모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NRF, Deloitte, Mastercard를 비롯한 다수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9~10월 소매 업계 동향과 성적으로 살펴보면 특히 오프라인 소매 채널은 다소 미지근한 홀리데이 쇼핑 시즌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NRF는 올해 홀리데이 쇼핑 소비 규모가 최대 966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약 9295억 달러로 기록된 2022년 대비 약 3~4% 증가한 수치로, 최근 20년 내 가장 높은 규모이다. NRF의 Matthew Shay 대표는 “안정적인 고용시장과 전반적인 가계 경제 안정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능력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소비 증가세의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을 점쳤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약화 이후 급격히 소비 규모가 회복된 지난 2개년에 비해서는 올해 성장률이 가파르지는 않지만, 지난 10년간 평균 성장률인 3.6% 수준을 유지하는 건실한 성장세라는 분석이다.

<2003~2023년 홀리데이 쇼핑 시즌 소매 매출 변화 추이 및 전망>

(단위: US$ 십억)

[자료: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특히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전체 소비 규모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홀리데이 쇼핑 중 온라인 분야 매출은 전년의 약 2558억 달러 대비 최대 9% 증가한 약 278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에 힘입어 홀리데이 쇼핑 시즌 인당 소비 예상 금액 역시 전년 833달러에서 올해 875달러로 42달러 증가했다. 올해 가장 큰 인기가 예상되는 쇼핑 종목으로는 전년 2위였던 기프트 카드(55%)가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의류 및 액세서리(49%), 책·음악·영화·비디오 게임 등의 취미 용품(28%), 퍼스널 케어 및 뷰티 제품(25%)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오프라인 소매 분야에서는 다소 미적지근한 홀리데이 쇼핑 시즌을 예상 중이다. 미국 소매업계 전문 매체 Retail Dive 및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Placer.ai 등에 따르면 온라인을 제외한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 시장에서는 그리 높은 홀리데이 쇼핑 소비 증가세를 기대하지 않는 양상이다. 올해 홀리데이 시즌에 쇼핑하고 싶은 소매점 Top 3로 이커머스 전문 혹은 탄탄한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보유한 아마존(64.7%), 월마트(47.6%), 타겟(41.8%)이 꼽힌 반면, 메이시스(Macy’s), 콜스(Kohl’s), 베스트바이(Best Buy), 티제이맥스(T.J. Maxx) 등 오프라인 소매점 체인을 언급한 비율은 10%에 그친 바 있다. 또한 Placer.ai의 소매시장 풋 트래픽(Foot traffic) 분석을 살펴보아도, 오프라인 소매점 풋 트래픽은 지난 7월 이래로 전년 대비 낮은 수준을 밑돌고 있다. 최근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오랜 기간 지속된 인플레이션, 높은 이자율, 멈출 줄 모르는 기름값이나 외식 비용 등이 소매점 풋 트래픽을 비롯한 오프라인 소매 업계의 홀리데이 소비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사점

지금까지의 트렌드를 이어가며, 올해 역시 홀리데이 쇼핑에 부지런한 ‘얼리 버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커머스 업계를 필두로 10월부터 진행된 다양한 할인 이벤트에 참여하며 일찍부터 홀리데이 쇼핑의 포문을 연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본격적인 홀리데이 쇼핑 시즌에 역시 온라인 소비 분야에서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 동향으로 살펴보면,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경우 전년 대비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앞으로 다가올 홀리데이 쇼핑 시즌의 매출 성장세가 다소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 속,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미국 소매업계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유동적인 판매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소매업계 종사자 K 전문가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불투명성뿐만 아니라 각종 글로벌 이슈 역시 지속되며 전반적인 경제적 불안이 계속되는 지금, 올해 홀리데이 시즌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매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편리한 쇼핑 경험 제공을 위해 더욱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마케팅 전략을 갖추고, 아직 홀리데이 쇼핑을 시작하지 않은 대다수의 소비자에 집중하며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고 K 전문가는 덧붙였다.

자료: National Retail Federation(NRF), Retail Dive, Adobe, Placer.ai, JLL, Deloitte, Mastercard, Pexels,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