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코로나19 팬데믹은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를 확실히 변화시켰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게 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의 봉쇄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과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새로운 방식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뷰티 분야 제조 및 유통사들의 경우, 오프라인과 지역 상권 그리고 매장 중심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점차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은 소비자의 행동도 변화시켰다. 이번 글을 통해서 미용, 메이크업 등 뷰티 제품들을 중심으로 펜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현지 진출 전략을 분석해 본다.

펜데믹이 촉발한 E-커머스 시장

E-Conomy SEA 2021 Repor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2021년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309억 미국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인터넷 보급률 증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전통적 소매 시장의 불황으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기간에,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인 쇼피(Shopee)는 재무부와 말레이시아 디지털 경제공사와 협력해 온라인 캠페인을 운영했다. 봉쇄 기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필수품 구매를 독려하는 'Ringit-to-Ringit Penjana Shop Malaysia'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많은 기업은 온라인 부문 판매를 늘렸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는 온라인 쇼핑플랫폼 쇼피(Shopee)에 입점한 79,274개의 기업들이 전년 동기간 대비 매출 증가를 기록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요 온라인 쇼핑몰 현황>

(단위: 만 명)

[자료: Econeye,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재구성]

엔데믹 시기의 쇼핑 트렌드 : 여전히 굳건한 오프라인 시장

온라인 쇼핑이 가져다 주는 편의성과 실용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여전히 온라인 구매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쇼핑몰 체인 중 하나인 선웨이몰스 & 테마파크(Sunway Malls & Theme Park)의 CEO H.C. Chan이 진행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22년 4월 선웨이몰스의 오프라인 매출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집합 제한이 강제적으로 진행되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격리 정책이 완화됨과 동시에 생각보다 빠르게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복귀하였음을 나타낸다. 

말레이시아 소매업자 협회(MRA, Malaysia Retail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코로나 관련 이동 제한 정책이 풀리기 시작한 '22년 1분기부터 소속 회원사 소매판매점의 전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매 판매점 매출액 전분기 대비 증감율>

(단위 : %)

[자료: Malaysia Retailers Association(MRA)]

아디엔 리테일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6%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할 것'이라고 가장 많이 답변했다. 기업 관점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채널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오프라인 쇼핑의 강한 회복세와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선호 구매성향을 감안할 때 온라인 판매 채널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 채널은 기업이 선택하고 있는 핵심 채널이다. 이는 아래의 Statista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비중>

(단위: %)

주: 파란색은 오프라인, 검은색은 온라인 판매 비중 수치 

[자료 : Statista]

뷰티업계 현지 유통기업을 통해 바라보는 말레이시아 내 진출전략

퓨전 코스메틱(Fusion Cosmetics)은 말레이시아 최고의 스킨 및 헤어 케어 브랜드 유통업체이다. 한국 뷰티 브랜드를 포함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말레이시아 시장에 소개한 풍부한 경험과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아임프롬, 디어클레어스, 셀리맥스 등의 다양한 한국브랜드와도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그는 왓슨, 가디언 등 말레이시아 최고의 헬스 & 뷰티 리테일러와 긴밀히 협력해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에게 한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퓨전 코스메틱의 CEO인 데이비드 레오우는, 코로나19가 분명 뷰티제품 소비자들과 제조사들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지만 여전히 '현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온다습한 기후의 영향으로 말레이시아 도심에는 쇼핑몰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쿠알라룸푸르만해도 대형 쇼핑몰들만 20개가 넘는 쇼핑몰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쇼핑몰들은 월간 3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쇼핑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라고 할 정도이다. 

즉, 리테일 공간은 여전히 제품/브랜드를 선보이고 '생동감'을 불어넣는 공간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난 몇년 간 이커머스 붐에도 불구하고, 퓨전 코스메틱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판매 비율은 여전히 20:80 의 비율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Watson 매장에 비치된 한국 제품 현황 및 Watson K- Beauti Festa 현장]

[자료: 퓨전 코스메틱(Fusion Cosmetics) 제공]

아울러 그는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쇼핑 행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추후 말레이시아 쇼핑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체험형 리테일의 성장이다. 쇼핑몰은 단순히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소통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리테일먼트(Retail + Entertainment)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제품 시연,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체험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다소 복잡해진 소비자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한국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이는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의 하이터치 쇼핑 경험 수요를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언제든지 터치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 서비스를 같이 보장해 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신규 기업들은 이 점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