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

-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민간주도의 산업 투자는 더욱 필요 -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미래 신사업으로 인식하며 치열한 기술 선점과 더불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범국가 인공지능 전략(Pan-Canadi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y)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1억250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한국 또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전략이 발표된 지 4년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캐나다 인공지능 전략사업의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전략 추진 방안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지속가능한 첨단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캐나다, 인공지능 준비 지수 14위 기록

영국 옥스퍼드 인사이트(Oxford Insight)에서 발표한 2020년 정부 인공지능 준비지수(Government AI Readiness Index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172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 해당 순위의 경우 정부(Government), 기술분야(Technology Sector), 데이터 및 인프라(Data and Infrastructure) 등 세 가지 기준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참고로 이는 전년대비 약 8단계 하락한 순위이다. 한국의 경우 2019년 26위에서 21위 상승한 7위를 기록했다.

캐나다 정부 인공지능 준비 지수

자료: Government AI Readiness Index 2020

2017년 발표된 캐나다 인공지능 전략은 인공지능 관련 연구와 인재 육성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캐나다 내에서 2만3000개의 인공지능 연구가 발표됐으며 2019년 한 해에만 약 2054개의 연구가 진행됐다. 저자의 논문 수와 피인용 수를 기반으로 연구의 생산성과 과학적 영향력을 나타내는 Scopus h-index의 경우 캐나다는 239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인공지능 인재들의 이동 흐름을 보여주는 AI skills migration 지수에서도 캐나다는 2015년과 비교해 20단계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관련 양질의 연구와 인재 육성이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행해지며 캐나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자적인 강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캐나다 연방정부는 고등연구원(CIFAR, 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을 중심으로 온타리오, 퀘벡, 앨버타 내에 각각 벡터 연구소(Vector Institute), 밀라(MILA), 에이미(AMII) 등 인공지능 거점 연구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인공지능 연구기관

자료 자료: 각 기관 웹사이트

캐나다 정부는 우수한 인공지능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CIFAR AI Chairs 프로그램에 8650만 캐나다 달러 예산을 배정해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튜링 어워드를 수상한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등 세계 우수 연구 인력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1인당 최대 100만 캐나다 달러를 지원한다. 2021년 기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109명에 달하는 우수 연구자들이 캐나다에서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데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알로나 피시(Alona Fyshe)는 머신러닝, 신경과학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CIFAR AI Chairs 중 한 명인 알로나 피시

자료: CIFAR 홈페이지

국가 주도의 연구자 중심 R&D 지원에 따라 우수 연구인력이 캐나다에 모여들며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톰슨 로이터 등 45개 이상의 대기업들이 캐나다 내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성과를 세웠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노력 하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캐나다 내 ICT 관련 외국인 직접 투자는 50% 상승했으며 2019년 인공지능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17년 대비 2.3배 상승한 6억 캐나다 달러를 기록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발표한 2021년 인공지능 인덱스 보고서(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공지능 직접투자에서 캐나다는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에 이어 5번째로 순위에 올랐다. 2019년 기준으로 벡터, 밀라, 에이미 연구소 등 제 3대 캐나다 인공지능 연구기관 산하의 프로그램을 이수한 인공지능 인력은 1200여 명에 달했으며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고급 인력들이 캐나다 기업과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진출함으로써 캐나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순환하도록 도울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인공지능 직접투자 규모

자료: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1

범국가 인공지능 전략의 한계점

현재 캐나다는 정부 주도로 총 13개의 인공지능 및 첨단기술 관련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공지능 사업 육성에 적극적인 캐나다는 왜 2020년에 들어서 인공지능 준비 지수가 8단계나 순위가 하락한 것일까? 복잡한 경제 구조와 고도화된 글로벌 시대에 정부 주도 정책만으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캐나다 인공지능 업계 관계자 A씨는 KOTRA 토론토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캐나다가 인공지능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는 안정적으로 구축했으나 이러한 인재들을 채용할 경쟁력 있는 캐나다 앵커 회사(Anchor Company)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수한 캐나다 인력이 글로벌 기업에서의 업무 경험과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미국 등 외국 기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첨단산업 내 재택 근무가 일반화된 점도 두뇌 유출(Brain drain)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캐나다가 이러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연구자 육성을 넘어 자국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함께 조성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정부 주도 첨단 기술 산업 이니셔티브

자료: OECD.AI

캐나다 인공지능 전략의 앞으로의 방향과 시사점

캐나다는 2021년 예산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캐나다 인공지능 전략에 추가적으로 4억483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분야 내에서 선제적으로 구축한 인공지능 인프라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기조이다.

2021년 캐나다 인공지능 전략 예산안

자료: Budget 2021, A Recovery Plan for Jobs, Growth, and Resilience

캐나다와 한국은 2016년 12월 과학기술혁신협력 협정을 체결한 이래로 양국 간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연 공동연구산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원 분야는 헬스 및 바이오 사이언스, 첨단소재, 첨단제조, 친환경 기술, 디지털 기술 등 양국의 정책적 육성분야와 수요를 반영해 선정한 5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통해 양국이 공동 성장의 기회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가 지속적으로 인공지능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략의 전환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 연구소 이상으로 캐나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장려해 투자 및 고용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인재 육성 중심의 인공지능 산업 투자 그 이상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가운데 5개년 전략 중 남은 1년 동안 어떤 묵직한 뒷심을 발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자료: Government AI Readiness Index 2020, Vector Institute 웹사이트,  MILA 웹사이트, AMII 웹사이트, CIFAR 홈페이지,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1,  OECD.AI, KOTRA 토론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