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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나라경제기고] 교육열로 성장하는 베트남, 한류풍을 타고 한국을 따라오다
  • 직원기고
  • 베트남
  • 하노이무역관 최익근
  • 2024-10-01
  • 출처 : KOTRA

김지은 무역관, KOTRA 하노이 무역관


베트남의 교육열이 심상치 않다. 베트남 외상대(FTU), 외교아카데미, 하노이의대(HMU), 국립경제대(NEU) 등은 이른바 베트남의 명문 대학으로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6월 대입 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한국 수능일 못지않은 진풍경이 각 학교 앞에 펼쳐진다. 이와 함께 한국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처럼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어학원 APEX, ILA 등 사교육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지난 3월 현지 컨설팅업체 핀그룹(FiinGrou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교육비 지출은 5년간 7%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도시 가계소득의 47%가 교육비에 지출되는 등 GDP의 약 5%가 교육 분야에 소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트남 주요 도시 가계소득의 47%가 교육비에 지출…
1980년대생 젊은 부모들이 뜨거운 교육열 이끌어

최근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하노이의 1인당 연평균 임금소득은 4,860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하노이 유명 영어학원의 1년 수강료가 무려 2,100달러에 이르는데도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간 2만 달러가 넘는 국제학교 수업료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 일반 가정이 일찌감치 명문 중학교 입시에 집중하면서 하노이 명문 중학교 입시 경쟁률은 30 대 1을 넘어섰다. 좋은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한 조기교육 열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통상 개별 국가의 교육 수준은 소득·고용 등 한 나라의 거시경제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 사회의 전체적인 경제 수준도 나아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간 7.36%, 2.87%, 2.55%, 8.12%, 5.05%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와 맞물려 신분 상승의 욕구 또한 커졌다. 베트남은 외국어 등의 능력을 갖춘 고학력자가 취업시장에 진출하면 연봉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이 크다. 견고한 사회주의 체제지만 누구나 노력만 하면 지금의 형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1980년대생 젊은 부모들의 교육열이 뜨거워졌고 이들이 부업으로 개인 판매업 등을 하는 투잡, 쓰리잡도 일상화됐다.

이런 상황에는 베트남의 경제활동을 주도한 여성들의 강한 생활력도 한몫한다. 베트남은 과거 전쟁이 잦아 남성들은 전쟁터에 나가고 여성들이 가족을 책임지는 관행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여성이 경제활동을 해 가정을 이끌어가는 ‘신모계사회’가 자리 잡았다. 올 초 개봉한 베트남 영화 <마이>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CJ ENM이 투자한 <마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베트남 여성의 가정생활, 직장생활 등 고달픈 서사를 집중적으로 그리며 공감을 얻어 베트남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경제활동의 주축을 이룬 여성들은 문화생활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30년간 자연스레 K팝, K드라마, K뷰티 등의 한류열풍으로 이어졌다. 그 영향으로 한국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노이 국립외국어대와 국립하노이대 입시에서 한국어학과는 전체 어문계 학과 중 입학 점수가 가장 높았다. 하노이대의 한국어학과 커트라인은 40점 만점에 36.15점이었으며, 중국어학과와 영어학과가 각각 35.75점, 35.39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어학과의 인기는 한국어 능력이 연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베트남 대졸 초임자가 약 435~650달러를 초봉으로 희망하는 반면, 한국어, 중국어 등 외국어 상급 구사자의 경우 그 1.5배 이상을 희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베트남 전역 60여 곳에서 2만5천 명 이상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한국어의 인기는 한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을 가득 채운 3만여 명의 관객들은 블랙핑크 제니가 베트남 팝 ‘씨딘(See TinhSee Tinh)’에 맞춰 춘 춤에 크게 환호했다. 이 공연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자 페이스북에는 약 49만 원에 달하는 VIP석을 구매하고 싶다는 하노이 중고등학생들의 구매 희망글이 넘쳐났으며, 2일차 공연티켓은 완판돼 3배 비싼 암표가 성행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한국 문화콘텐츠 호감비율 82.9%를 기록해 조사 대상국 중 5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84.7%의 응답자가 ‘긍정적 변화가 크다’고 답해 그 비율이 조사 대상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문화’라는 말에 베트남 사람들은 K팝 노래와 가수, 한국 음식, 드라마와 배우, 삼성 핸드폰 등의 IT 제품, 올리브영 매장의 각종 뷰티 제품 등 전 영역을 떠올린다. 일례로 한국 영화 <파묘>는 올해 베트남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 수 223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베트남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다. <파묘>의 인기는 각 가정집에서 재물신(Th.n TaiTh.n Tai, 떤 따이)을 모시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 베트남은 불교 12%, 가톨릭 7%로 추산되며, 그 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특별한 종교 없이 각 집안에 사당을 모셔놓는다. 한국의 무속신앙과 비슷하다.


한국과 정서적·역사적 유사성 높아 K컬처에 큰 호감,
경제성장의 모습도 과거 한국과 판박이

베트남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은 이러한 정서적·역사적 유사성의 영향이 크다. 베트남은 오랜 외세 침략의 역사와 장유유서의 유교문화를 중심으로 민족주의를 강화해 왔다. 1884~1945년 프랑스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으며 1940년에는 일본군이 진입했다. 기원전 111년에서 기원후 938년까지는 중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침략이라는 한(恨)의 역사를 지닌 한국과 유사하다. 또한 한국에 외세에 맞선 이순신 장군, 안중근 열사 등의 얼이 전해진다면 베트남에는 몽골에 맞선 쩐흥다오 장군, 민족 영웅 호찌민 주석의 민족정신이 강조된다.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베트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베트남은 중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나무 외교’가 탄생했다. 베트남은 신념은 굳게 유지하되 언제든 이익이 될 국가의 손을 잡아 실리를 챙기는 영리한 외교 노선을 구축했다. 또한 견고한 사회주의 체제는 민족결속을 위한 안정적 정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더해 베트남 국민의 높은 교육열은 지난 8월 발표된 컨설팅업체 피치 솔루션스의 보고서에서 초중등 교육 완수율 73%, 국민 문해율 95.8%라는 높은 수치로 입증됐다.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은 급부상하는 포스트 차이나, 글로벌 공급망 기지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고금리, 고용 둔화 등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악화로 지난해 2.6%에서 올해 2.4%로 둔화될 전망인 가운데서도 베트남은 독보적인 6%대 성장률과 4% 이내의 물가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1962년 최초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이래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을 구축해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대체로 매년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약 73%를 차지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과거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연상케 한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4,285달러로 아직은 한국의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요 대도시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과거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히는 교육열을 연상케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과 베트남이 현재의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30년 후쯤엔 베트남이 한국의 1인당 GDP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음식, 노래, 드라마, 화장품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뜨거운 교육열, 무역 중시, 근면성실한 국민성을 기반으로 한국의 경제성장까지 따라오고 있다.  


출처: KDI나라경제

https://eiec.kdi.re.kr/publish/columnView.do?cidx=14917&ccode=&pp=20&pg=&sel_year=2024&sel_month=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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