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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이탈리아 제조업 부활의 키워드, 리쇼어링
  • 직원기고
  • 이탈리아
  • 밀라노무역관 유지윤
  • 2015-12-02
  • 출처 : KOTRA

 

이탈리아 제조업 부활의 키워드, 리쇼어링

 

유지윤 KOTRA 밀라노 무역관

 

 

 

액세서리 업체 훌라(Furla), 토털 패션업체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고급 요트의 대명사 아지무트(Azimut)까지, 더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지만 언급된 업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해외 생산공장을 다시 이탈리아로 이전한 업체들이라는 것이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 루마니아, 체코 등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했던 이 업체들이 다시 이탈리아 국내로 들어오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처럼 해외에 있던 생산공장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이른 바, ‘리쇼어링(Reshoring)’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 중 리쇼어링을 단행한 업체는 29%에 달하며, 18%는 앞으로 리쇼어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카타냐(Catania)와 볼로냐(Bologna) 등의 대학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 국내기업 376개의 업체 중 무려 79개 업체가 이탈리아 국내로 생산지를 이전했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국내로의 회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연도별 이탈리아 리쇼어링 업체 수

자료원: 이탈리아 와이어드지 홈페이지

 

새로운 브랜드 전략, 리쇼어링

 

리쇼어링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의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국기업의 리쇼어링을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이로 인해 급증하는 실업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자국기업의 리쇼어링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 지원 때문만이 아니다. 기업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국,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고, 물류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 절감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자국 내 생산으로도 충분히 비용 절감이 가능한 데다 오히려 꾸준한 관리를 통한 품질 향상까지 가능하기에 리쇼어링을 단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액세서리 브랜드 훌라도 이와 같은 이유로 리쇼어링을 단행했다. 1927년에 설립돼 이탈리아 볼로냐에 본사를 두고 있는 훌라는 가죽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훌라는 제조원가 절감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인근 지역에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제품 공정의 일부가 아시아 현지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들은 아시아 시장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중저가의 사용하기에 무난한' 이탈리아 제품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아시아의 소비자들은 디자인부터 마감까지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 제품을 원하고 있었다. 이를 인지한 훌라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시설을 모두 이탈리아 본사 인근 볼로냐 지역으로 이전시켰다. 생산공정의 100%를 모두 현지에서 진행해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매출도 늘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14년 훌라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5% 성장했으며, 이 중 80%는 해외에서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탈리아 브랜드 훌라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원: 훌라 홈페이지

 

이러한 예는 이탈리아 고급 요트 제조사인 아지무트 요트(Azimut Yachts)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지무트 사는 이탈리아 최대의 슈퍼 요트 제조업체로, 30m 이상 대형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크루즈 요트에 있어서는 절대강자라 불린다. 아지무트 사는 단일규모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모터요트 생산시설을 이탈리아 아빌리아나(Avigliana)와 비아레지오(Viareggio)에 갖추고 있음에도 수요가 증가하자 시설 확보를 위해 터키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신규 생산라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고급 요트의 외장재 및 내장재에 모두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사용되는 관계로, 이에 따른 물류비용이 새롭게 생산원가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요트 내부에 설치되는 가구와 생활편의시설은 물론, 조립에 필요한 나사까지 크고 작은 부품들 중 현지 조달 가능한 부품이 거의 전무했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가구 및 부품을 터키로 이송하고 터키 공장에서 생산 및 조립을 한 뒤 다시 이탈리아나 수출지로 요트를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이렇다 보니 가구의 색상이나 크기 등 미세한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제품 납품에까지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결국 아지무트 사는 터키의 생산라인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제품의 납품 일정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복귀했다.

 

요트 생산업체 아지무트 요트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원: 아지무트 요트 홈페이지

 

왜 메이드 인 이탈리아여야 하는가?

 

이탈리아는 원산지가 이탈리아라고 표기하는 것이 자국의 경쟁력이라는 확신 아래 원산지 표기 의무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2005년 자국 생산 중소기업의 제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중 하나였으며, 원산지 표기 의무화를 통해 자국생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원산지 표기 의무화 정책을 유럽연합(EU) 차원으로 법제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는데, 2010년 10월 유럽의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승인돼 결실을 맺는 듯 보였으나 최종 법제화에는 실패해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탈리아는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해 2014년 4월에는 유럽의회에서 2/3 이상이 찬성해 통과됐다. 그러나 최종 통과 목전에서 주변국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럭셔리 제품 분야의 제조업이 약한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 법제화에 또 다시 실패했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로고 및 홈페이지 화면

자료원: 메이드 인 이탈리아 홈페이지

 

이탈리아는 원산지 표기 의무제를 통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두 번의 고배를 마셨음에도 원산지 표기 법제화를 위해 EU의 공통된 가치 형성에 힘쓰고 있다. 이탈리아 제조업의 공동화 위기에서 탈피하고, 나아가 중소기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면서 수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지역화가 곧 세계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실천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세계 최고의 제품이다’라는 자부심으로 이탈리아는 세계 유수 브랜드의 명품을 생산해왔다.

 

명품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대량 생산의 필요성을 느낀 이탈리아 각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국가를 선택해 생산시설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제품의 대량 생산을 이루었다. 그러나 유럽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된 데다, ‘브랜드 가치는 곧 원산지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의류·신발·가구를 중심으로 리쇼어링을 통해 다시 한 번 지역화(Localization)가 이루어졌다. 이들의 성공신화는 수출 증대와 매출 증가를 통한 글로벌기업으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백 투 이탈리아’ 세미나 모습

자료원: 패션 매거진 홈페이지

 

리쇼어링을 통해 성공한 업체들은 2014년 11월 ‘백 투 이탈리아(Back to Italy, 이탈리아로 돌아간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 훌라의 연사인 에랄도 폴레또(Eraldo Poletto) 씨는 말했다. “모든 회사는 타깃 시장에 따라 각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모델이 전부에게 다 맞는다는 건 잘못된 이론입니다.” 이들 업체는 제조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나갔으나 제품의 품질을 위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치는 제조비 절감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고객들이 더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제조업이므로, 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해외 리쇼어링 성공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리쇼어링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에, 혹은 경제 성장이 목적이기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리쇼어링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브랜드 가치의 제고에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해 새롭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한국의 리쇼어링은 어떠한 가치 부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서 이제 한국 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에 다시 한 번 의미를 부여하고,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지 충분한 고려가 선행된다면 한국식 리쇼어링 또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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