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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실리콘밸리 투자유치, 현실을 보고 도전하자

  • 직원기고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김필성
  • 2017-01-02

 

김필성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차장

  

 


실리콘밸리에서 약 3년의 근무기간 동안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투자유치를 지원하며 실리콘밸리에 도전장을 내미는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을 참 많이 봐왔다. 준비 수준, 투자유치 가능성을 떠나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성장 초기단계의 기업들은 리소스가 크게 부족할텐데 10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에 계속 도끼질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현지 벤처투자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실리콘밸리는 전미 벤처투자의 절반이 일어나는 곳이고 그 투자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ICT 융합 바이오 등 혁신기술이 주를 이룬다. 일반 벤처투자가는 재무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고, 대기업에 소속된 벤처투자계열사(Corporate Venture Capital)는 해당 글로벌기업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도 활발하다. 크라우드 펀드는 어느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펀딩 방식이 됐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활용도 측면에서 펀딩의 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고, 잠재적인 미래 소비자이며, 개별 투자가들은 아낌없이 제품 개선을 위한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온-오프라인 모든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업들은 펀딩에 어려움이 없도록 시스템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하겠다. 또, 요새 펀딩은 ‘자금’을 준다는 의미보다는 해당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와 연계성, 또 기업투자가들의 경우 제품 출시 시 공급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자 벤처투자를 받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을 많이 한다. 실제 벤처투자 자금을 받으면 그 이후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은 현지 투자가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될 수 있다. 대다수는 바람직한 방향이겠지만 업종이나 기업 성장단계, CEO의 특성에 따라 애초에 갖고 있는 비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때문에 일부 현지 스타트업 중에서는 벤처투자보다는 앤젤투자가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각 기업의 특수성과 업종,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타깃팅을 잘 해서 투자유치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조언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또는 가능성이 부족한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도전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에 투자되는 벤처투자 규모는 매년 특이치를 제외하면 한국에 도착한 투자자금 기준으로 대략 3억 달러 수준이다. 투자대상 기업은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번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투자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품목군으로 나눠보면 모바일 앱이 가장 많고, 바이오, 가상현실, 게임 등 다양하다. 2016년에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직접투자(FDI)를 받은 20개사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업력은 3년 이상이고, 1억 원이라도 매출이 나는 기업들이었다. 즉, 시제품조차 없는 R&D 단계의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해당 제품 카테고리 내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또는 사용자 수 1위 기업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국내 언론에서도 조명이 된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기업 또는 곧 잘 나갈 잠재력이 탁월한 기업들이다. 미국 토종 벤처투자가들에게 한국 벤처투자에 관심이 있냐고 하면 상당수가 “한 번 볼 관심은 있다”라고 답한다. 그들에게 투자 대상 선정의 기준을 하나만 골라달라고 하면 공통적인 답변이 존재한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됐고 성공한 기업들이라면 관심이 있다.“

 

끝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유치 피칭 계획이 있는 기업에 드리고 싶은 조언이다. 무역관에서도 올해 중소/벤처기업들의 피칭행사를 2회 개최했다. 현지 투자시장 특성을 고려해 초기 스타트업들은 배제하고, 매출이 발생하고 있거나 시제품 정도는 갖춘 기업들을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향후에도 이런 형태의 사업이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몇 가지 도움되는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지는 3분의 발표로 피칭이 규격화돼 있기 때문에 3분 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사를 소개할지 확실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시장규모는 국내와 글로벌, 미국시장으로 구분해서 보여줘야 하며, 비즈니스의 수익모델, 3년간의 재무계획, 경영층 이력, 기업가치 및 경쟁사 현황과 차별성, 투자유치 희망액 및 활용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특히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투자유치 목표액과 해당 자금을 어떻게 쓸지도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한다. 단순한 운영자금을 위해 투자할 투자가는 없다. 많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는 현지에도 충분한 투자처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 투자를 꺼린다. 이에 자사의 경쟁력이 충분치 못하다면 적어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무역상담은 제품을 사려는 바이어에게 구체적인 제품 스팩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통역을 쓰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겠지만, 벤처자금 투자유치는 이미지와 제품의 혁신성, 차별성, 현지 적용 가능성 등을 홍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역을 활용하면 안 된다. 언어는 생각보다 중요치 않은 경우가 많다. 적극성과 자신감, 제품의 차별성이 더 중요하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는 투자 업종 및 타깃 분야가 명확한 벤처투자가들의 한국 방문과 연계해 국내에서 1:1 투자상담을 시범적으로 추진해볼 계획이다. 국내 창업 저변이 커졌고, 이제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피칭 역량을 키워주는 행사보다는 정교한 매칭 상담을 통해 성과를 도출해야 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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