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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의 ‘루고보이 법’ 아래에서 중재합의는 얼마나 유효한가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6-02-1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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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제재 이후 외국 중재판정의 집행 환경 변화... 루고보이 법의 적용 기준과 최근 판례
조은진 러시아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ejcho@yulchon.com
러시아에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문제는 더 이상 단순히 뉴욕협약의 적용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된 대러 제재,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형성된 러시아의 절차법적·관할권적 대응은 국제중재 실무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 개정된 러시아 중재(상사)절차법, 이른바 ‘루고보이 법’의 도입을 통해 제도적으로 구체화되었다.
루고보이 법의 입법 경위
2002년 7월 24일 제정된 중재(상사)절차법 제95-FZ호는 뉴욕협약 체계를 기반으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을 규정해 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서방국 제재가 확대되면서 러시아는 2020년 6월 8일 제정된 연방법 제171-FZ호에 따라 제248.1조와 제248.2조를 신설하였다. 해당 개정은 당시 입법 발의자이자 핵심 제안자였던 러시아 하원의원 안드레이 루고보이(Андрей Луговой)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그의 이름을 따 실무상 ‘루고보이 법(Закон Лугового)’으로 통칭된다.
루고보이 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
신설된 조항의 목적은 제재로 인해 러시아 당사자가 외국 중재기관에서 실질적 대응이 불가능해지는 상황(변호사 선임, 비용 송금 불가, 출입국 제한 등)을 방지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분쟁을 러시아 상사법원에서 직접 심리할 수 있도록 관할권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러시아 중재(상사)법원(арбитражный суд)은 명칭에 ‘중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흔히 알려져 있는 국제중재원이 아닌 상사 분쟁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 특별 법원, 즉 국가 사법기관이다.
루고보이 법은 ‘제재 대상자’ 또는 ‘제재와 관련된 분쟁’에 대해 러시아 중재(상사)법원이 전속관할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계약 당사자 간의 외국 중재합의가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러시아 법원이 외국 중재합의의 실효성을 제한하고 사실상 관할권을 국내로 회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제재 대상자가 (1) 러시아에서 소를 제기할 선택권을 갖고, (2) 외국소송·중재 금지(антиисковый запрет) 청구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 당사자가 러시아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않고, 외국소송·중재 금지 신청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248.1조 제5항에 따라 외국 중재 절차는 계속될 수 있으며, 그 판정은 러시아에서도 승인·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 중 제재와 관련된 러시아 당사자가 외국 중재에서 적극적·자발적으로 참여한 뒤 중재 판정문이 유리하게 나지 않아 루고보이 법을 근거로 중재 효력을 부정하려는 경우, 러시아 법원은 이를 권리남용(남용방지 원칙)으로 보아 적용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즉, 러시아 계약 당사자가 중재 절차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고 러시아 내 외국소송·중재 금지신청도 하지 않는다면, 루고보이 법 적용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다만, 최종 집행 단계에서 제재·공공질서 관련 이슈가 제기될 여지는 남아 있다.
러시아 국적 계약 당사자가 서방 제재 목록(SDN 등)에 포함되어 있고, 외국 중재 절차에서 변호사 선임·비용 송금 등의 제약을 받는다면, 계약 당사자 간의 중재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법원은 루고보이 법에 따라 중재합의의 실효성을 부정하고 자국 관할로 인정하고 있다. 즉, 러시아 법원은 외국 중재를 통한 실질적 권리구제가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는 경우, 루고보이 법을 근거로 소송에 대한 관할권이 러시아 법원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러시아 법원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집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판정의 형식적 요건을 넘어서 당사자의 절차 접근 가능성, 중재인의 구성, 제재로 인한 실질적 방어권 제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판례와 시사점
2023.11.27.자 모스크바 관구 중재(상사)법원 판결(상고법원), 사건번호 А40-116183/2023
- 2022년 9월 20일 체코 기업 IFSI는 ICC 중재에서 JSC STG를 상대로 약 2.5백만 유로(약 38억 원)의
이자·중재비용 일부를 인정받았다. STG가 판정을 이행하지 않아 IFSI가 러시아에서 승인·집행을 신청했으나,
1심과 상고심 모두 이를 기각하였다.
- JSC STG가 제기한 국제중재 진행 금지신청(А40-127650/2022)은 판정이 이미 내려진 이후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다만 법원은 이 결정이 STG의 전속관할 주장(제248.1조) 또는
승인·집행 거부 주장(제241조)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 법원은 STG가 EU·미국 제재 대상임을 근거로, 러시아 당사자가 외국 중재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사유로 들어 집행을 거부하였다.
러시아의 루고보이 법은 제재 환경 속에서 러시아 개인·법인이 외국 중재에서 절차적 불평등이나 대러제재 동참국 국적의 중재인으로 인한 편향 가능성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그렇다고 제재 관련 분쟁이 모두 러시아 법원에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니며, 러시아 법원 역시 이 제도의 남용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을 인용한 사례도 존재하며, 중재 절차의 공정성·중립성 및 판정의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되는 경우 집행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공정성·중립성·타당성을 러시아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어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결국 루고보이 법은 외국 중재판정을 일률적으로 배척하는 규범이 아니라, 제재 환경 속에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 장치로 이해되지만, 실제 집행 가능성은 사안별로 크게 좌우되는 것이 현재의 실무 경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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