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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타트업의 변신은 무죄, 고객의 needs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라
  • 외부전문가 기고
  • 독일
  • 함부르크무역관 윤태현
  • 2022-01-05
  • 출처 : KOTRA

 이민철 베를린 푸드 스타트업 이지쿡 아시아 대표



우리는 흔히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해야하는 일이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할때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점검해야할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럴까? 특히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의 세계에서는 fail fast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필자도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대체 왜 fail을 하라는 것인지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성공을 해야지, 이런 말은 배부른 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다 보니 이 말이 수긍이 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베를린에서 창업한 푸드 스타트업 이지쿡 아시아가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왔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처럼 힘들어하고 있을 많은 스타트업들과 미래의 스타트업들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시작은 고객의 Problem에서부터 아시아 슈퍼마켓에서 이지쿡 아시아 아이디어를 얻다.


창업의 아이디어는 동네의 작은 아시아 슈퍼마켓에서 얻었다. 보통 해외에서 아시아 슈퍼를 다니다 보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많았는데 이 곳에는 독일 사람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많았다. 뭘 사나하고 보는데 이 사람들이 제품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자주 봤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재료라도 이 사람들은 어떤 재료를 어디에 써야하는지를 잘 모르고 포장이 여러 언어로 써 있어서 봐도 잘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필자에게 재료에 관해 물었다. 자기가 커리를 요리하려고 하고 spice는 찾았는데 코코넛 밀크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다며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때 '제품을 재료별로 진열하는게 아니고 음식을 주제로 재료들을 한 곳에 묶어서 보여주면 손님들이 쉽게 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이 음식은 어떻게 조리하고 언제, 왜 먹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종의 좀 힙한 아시아 슈퍼를 할까 했다.

 

가게를 얻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니 온라인으로 좀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알아보았다. 비슷한 콘셉트로 HelloFresh라는 회사가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를 집으로 배송하는 것을 알고 배송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Lean Startup의 만남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사실 제일 처음 했던게 사업 계획서를 쓰는 거였다. 한 두달 정도 걸려서 20쪽 넘게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사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면 계획만 하고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한거지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거지만 이게 전혀 Lean한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게 된 건 MBA과정 중에 있는 Entrepreneurship 수업을 통해서 였다. (당시 필자는 MBA 학생이었다.) 교수님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 손 한 번 들어봐라, 그러면 수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키워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대뜸 손을 들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수업을 듣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Done is better than perfect”이었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그냥 일단 해 봐라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땡 하고 치는 느낌을 받았다.

 

수업을 듣고 계단으로 내려오던 중에 “Make it Lean Contest”라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뭐 잃을게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로 지원했다. 위 단어를 제외하고 모두 독일어였는데 독일어를 못했지만 '뭐 잃을 거 있어?'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모든 과정은 독일어로 진행이 되었으나 선발 과정에서의 차별은 전혀 없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Lean Startup을 얼마나 잘 적용하는지가 평가 기준이었다. 최종 Pitch팀으로 선발되어 운 좋게도 상을 2개나 받았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을 만나 하나의 팀을 만들게 됐던게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금액과 상금으로 시제품 개발을 할 수 있었다.

 

시련과 희망: Startup Incubator Berlin 입주


역설적이게도 수상 뒤에 바로 시련이 찾아왔다. 첫 시제품은 잡채였다. 잡채를 조리할 수 있는 재료, 즉, 당면, 간장, 깨, 참기름과 손질된 신선 재료들을 레시피 카드와 함께 담아 직접 배송했다. 15분 안에 조리가 가능할 만큼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것을 포인트로 잡아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샘플 테스트가 아닌 paid user로부터 살아있는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흔히 '독일인들은 돌려 말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역시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주었다. "플라스틱을 많이 쓴다", "가격이 비싸다", "양이 적다", "요리가 어렵다", "맛이 없다" 등등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제품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그렇게 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Startup Incubator Berlin이었다. European Social Fund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적 인큐베이터로 사무실, 코칭, U/X 테스팅, 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모두 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1차 Pivot(EasyCooking →experience)


아시아 음식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어필하다보니 첫 시제품은 앞서 설명한 대로 신선 재료를 썰어서 인원 수에 맞게 손질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배송이었다. 재료의 신선도 때문에 배송이 바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당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한게 바로 Pick up Point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시아 식당, 편의점, 아시아슈퍼, 지하철역 주변에 Pick up point를 활용하면 배송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Pick up point 내 소형 냉장고도 설치해야 하고 커미션 등의 문제로 시스템 구축이 어려웠다. 고객들도 굳이 픽업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결국 포기해야 했다.

 

동시에 U/X 테스팅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아시아 음식을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처럼 매일 아시아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원재료를 손질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고 2~3가지의 쿡박스를 모아 한 달에 한 번 집에서 아시아를 여행하는 콘셉트의 쿡박스로 바꾸었다. Curinay Journey, 우리의 첫 번째 피벗이었다.

 

2차 Pivot(with 신선제품 →without 신선제품)


2019년 여름 아시아 스트리트푸드 박스를 시작으로 그 해 한국 박스, 싱가포르 박스, 중국 박스를 선보였다. 첫 박스인 스트리트푸드 박스는 웹사이트가 있기 전으로 이메일로 사전 주문을 받아 배송했다.

 

한 박스에 3가지 메뉴가 있는 형태로 베를린에서 창업한 세계적인 밀킷 회사인 HelloFresh의 아시아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박스 안에는 각 국가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작은 책자와 여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자체 제작한 여권과 보딩패스를 넣었다. 반응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타깃과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타깃이 달랐다.

 

우리는 시내에 사는 20~30대 젊은 직장인, 아시아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아시아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타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 테스팅을 해보니 시 외곽 지역에서 구매 문의가 많았다. 이유를 분석해 보니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아시아 음식의 접근성 즉, Accessibility였다.

 

시 외곽에 사는 사람들도 아시아 음식을 먹고 싶은데, 아시아 식당이 많지 않고 아시아 슈퍼는 전무했던 거다. 하지만 신선재료가 있으면 시 외곽지역에 48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또한 신선재료가 포함된 3가지 메뉴를 한꺼번에 배달하자 고객들이 저녁식사 3끼를 연속으로 아시아 음식을 조리해야 했다. 독일인들은 여전히 빵, 햄, 치즈를 먹고 싶어했고 3끼 연속 아시아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그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주게 됐다.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요하는 타깃이 달라졌고 거기에 맞는 제품이 필요했으므로 다시 한 번 제품에 변화를 줘야했다. 그래서 신선제품을 빼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두 번째 피벗이다.

 

3차 Pivot(Subscription →on Demand)


신선제품을 빼자 여러 장점이 생겼다. 제품의 개발, 재료 수급, 관리, 배송이 수월해졌다. 불필요한 패키징도 줄었다. 특히 유통기한이 길어지자 재고를 쌓고 독일을 포함해 주변 EU 국가까지 배송이 가능해졌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스케일할 수 있는 비지니스 형태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큰 문제가 있었다. HelloFresh가 주별 Subscription으로 하는 것처럼 우리는 월별 Subscription으로 운영했다.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가는 콘셉트이니 월별로 배송하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비전과도 맞아 보였다. 문제는 독일인들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잘 모르는 것을 Subscription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비즈니스 모델도 온라인상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었다. 일단 사람들이 구매해서 먹어보고 익숙해지면 나중에 Subscription을 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 마케팅 전략 등 모든것이 다시 바뀌었다.

 

Product - Channel - Market Fit


사실 마케팅과 채널 개발에 있어서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부분의 박스가 4인분으로 개발되어 가족 단위로 판매가 용이함에도 1인 혹은 2인 가정이 주로 쓰는 채널에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고기가 없는 곳에 낚시대를 놓고 '왜 물고기가 안잡히지?'하는 것과 유사했다.

 

최근 아시아 나라별로 2인분씩, 2개의 메뉴를 한 박스에 넣은 mini combo라는 신메뉴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제품을 소비할 만한 채널에 관심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해 홍보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수많은 테스트와 몇번의 피벗을 거쳤고 코로나로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을 더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쿡박스 수요가 올랐다. 현재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독일은 물론 독일어권 국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까지 배송하고 아마존과 다른 B2B 플랫폼을 통해 EU 내 주요 국가들에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Problem에서부터 시작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위치해있는 곳에서 판매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가정을 세우고 Test 후 측정하며, 결과로부터 배우는 과정(Build, Measure, Learn)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여러번 거쳐야 비로소 Product-Market Fit을 이루고 스케일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ING,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일반 기업이 프로세스가 만들어진 조직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면, 스타트업은 그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이며, 그 실패의 과정이 곧 프로세스인 것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이 늦어지는 것보다 계획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면서 지속적으로 조율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구성원 모두가 이것을 실천 가능하도록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지금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큰 물고기가 아닌 빠른 물고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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