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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중국 투자–들어가는 문은 넓지만 나가는 문은 바늘 구멍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8-07-2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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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복 BKC 고문(http://cafe.naver.com/kotradalian)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강화정책으로 투자제한도 거의 없어지고, 법인설립도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급기야 내년에는 기업 설립 소요일수를 선진국 수준인 8.5일까지 단축하고, 원스톱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니, 사실상 중국 진출의 대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필자는 수년 전에 중국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자문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 당시 설립 대행회사의 요구에 따라 영문도 모르는 수십 장의 문건에 팔이 아프도록 서명하고, 은행 등 여기저기를 숨차게 쫓아다닌 끝에 영업허가증, 세무등기증, 법인코드증 등 한 보따리 서류를 받았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제 그런 번잡한 투자절차도 호랑이 감배 피던 시절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영업허가증 하나에 모든 증명서가 통합되고, 대부분의 수속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내년이 되면 거의 우리나라에서 개업하는 수준으로 빠르고 간편해질 것이다.
나갈 때는 거액의 철수비용을 각오해야
그렇지만 시장조사가 미흡했거나 또는 설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이르건 늦건간에 보따리 싸서 떠나야 할 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외자기업이 문 닫을 때 가장 먼저 넘어야 하는 관문은 퇴직금 등 직원정리 문제지만 그 다음 관문도 만만치 않다. 상무국 - 공상국 - 노동국 - 지방세무국 - 국가세무국 - 세관 - 은행 순으로 일일이 검사 받고 '통과' 도장을 받아야 그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 역시 외자기업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문 닫을 때는 기본적인 단계는 다 거쳐야 한다.
이러다 보니, 외자기업의 경우 문 닫을 때까지 기본적으로 2년 정도가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사안에 대해 보충납세, 패널티 등 거액의 철수자금 헌납을 각오해야 한다.
필자는 실물자산 하나 없는 1인 법인을 2년간 운영하다가 세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2015년 12월부터 일찌감치 청산수속에 들어갔다. 인맥이 고래심줄 같은 중국 파트너가 청산절차를 대행해 주었지만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초기에는 상무국, 말기에는 은행에 뒷다리를 잡히고 말았다.
상무국에서는 매년 인터넷에 기업 공시를 하지 않았다며 보충공시절차를 요구하여 수개월이 지체되었고, 맨 마지막 단계인 은행에서는 경직된 일처리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되었다. 결국 2년 반이 흐른 금년 5월 말에야 최종 종료 통보를 받고 드디어 족쇄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중국 파트너의 인맥으로, 청산에 가장 큰 관문인 세무 감사를 프리패스했다는 점이다. 그렇다해도 구멍가게 하나 닫는데, 수속비나 교제비로 총 2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요즘에는 듣자하니, 영업실적이 없는 조그만 사무실도 회계사무소에서 청산 대행수속비를 350만 원(2만 위안) 정도 받는다고 한다.
저수지에 그득찬 물의 표면은 잔잔하고 평화롭게 보여도 일단 물을 빼면 바닥에 상당량의 쓰레기가 쌓여 있기 마련이다. 일단 쓰레기를 발견하면, 당국은 절대 눈감아 주지 않는다. 과태료에 벌금에 치우는 값까지, 경영이 악화되어 문 닫는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법인 경영자 들중에는 어떻게 임자를 찾아 사업체를 넘겨주고 떠날 수 있는지, 불면의 밤을 보내는 분들이 적지 않다.
성급한 투자진출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중국 진출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경박한 뉴스에만 눈길을 뺏겨서는 곤란하다. 유감스럽게도 문닫는 절차는 하나도 간소화된 게 없고, 세무징수체제가 날로 강화되어 외국인의 경우는 개인소득세 추징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좁은 나라에 살다가 중국에 오면 땅의 크기에 놀라고 무궁무진한 시장에 경탄을 하게 되지만, 그게 다 임자가 있다는 사실에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중국시장의 환상에 눈이 멀어 우선 회사부터 만들고, 하다 안 되면 폐업계를 내면 된다는 식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주변에는 서둘러 법인부터 차렸다가 제대로 꿈도 못 펼쳐보고 가진 돈 다 털어먹고 맨몸으로 귀국하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회사 설립 간소화는 한국의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 중국을 탈출구로, 기회의 땅으로 믿고 싶은 우리 중소상인에게는 어쩌면 패가망신의 "덫"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그런 부질없는 기우도 뇌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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