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영 Y-BRIDGE S.R.O Managing director

 

필자는 체코에서 유럽의 패션·리빙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 패션시장동향에 관한 칼럼을 패션저널지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 중 글로벌 역량을 입증 받은 디자이너 10인으로 구성된 ‘텐소울(Seoul's 10Soul)’이 독일 베를린에서 약 40일 간 운영한 팝업스토어 프로젝트의 성과가 우수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예전과 달리 최근 편집숍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체코에서도 편집숍을 통해 한국 디자이너의 진출 가능성을 보았다. 편집숍은 한 매장에서 2개 이상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매장형태로, 운영자의 기획에 따라 제품을 선별해 매장마다 각각의 콘셉트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며 소비자는 한 장소에서 여러 제품을 다양한 범위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편집숍으로 불리지만 스페셜스토어, 멀티브랜드스토어, 컨셉스토어, 셀렉트숍 등의 명칭이 세계적으로 무리 없이 통용된다.

 

인근 유럽 마켓에서는 가두 상권의 편집숍이 중요한 패션 채널이지만, 프라하는 아직까지 단일브랜드로 구성된 쇼핑몰의 유통채널이 활성화돼 있다. 프라하의 대표적인 쇼핑센터로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명품을 쇼핑할 수 있는 파르지슈스카(Pařížská) 거리, 글로벌 SPA 브랜드 ZARA, H&M 등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나프리지코프예(Na příkopě) 거리, 프라하 최대 백화점 팔라디움(Palladium) 백화점, 스미호브(Nový Smíchov), 즐리친(Zličín) 및 호도프(Chodov)에 위치한 대규모 쇼핑몰 등이 있는데, 이 곳의 매장형태는 대부분 하나의 브랜드로 이루어진 단일브랜드 스토어이다. 파르지슈스카 거리를 제외한 쇼핑몰과 쇼핑거리는 SPA 브랜드와 일부 단조로운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인근 서유럽에 비해 브랜드 구성이 다양하지 않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균소득으로 인한 중저가 품목의 구매선호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충동구매 성향은 약한 체코 소비자의 특징 때문이다. 또한, 유명상표에 대한 맹종 현상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체코 내 유통중인 단일브랜드 포지셔닝

자료원: 기고자 직접 작성

 

하지만 최근에는 프라하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고 쇼핑과 동시에 커피도 마시고 영화 및 다양한 패션쇼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형태의 편집숍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소득증가에 따른 생활수준 및 구매력 향상과 함께 소비자 성향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유명상표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부상으로 공급자보다 소비자가 상품정보에 대한 습득이 빠르며, 좀 더 폭넓은 컨텐츠와 아이템의 쇼핑을 원하는 고객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체코 소비자의 월 평균소득이 인근 서유럽에 비해 낮긴 하지만 저렴한 기초 의식주 비용과 교육비 및 의료비 전액을 정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은 낮은 편이 아니며, 정부의 사유 재산 반환으로 부동산을 돌려받은 계층이나 신흥 사업가 등 고급 소비계층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체코 이커머스 시장 매출 성장 추이

(단위: 십억 체코 코루나)

자료원: 체코 이커머스협회(APEK)

 

속속 등장하고 있는 편집숍 중에서 대표적인 프라하의 편집숍을 소개하자면,

 

- 올해 4월 프라하에 오픈한 Dea Orc concept store & Fantinel prosecco bar

현대 미술 갤러리 운영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명품 브랜드 및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고 이탈리아 와인 브랜드인 Fantinel의 프로세코(Prosecco) 와인 바를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편집숍이다.

 

-Space Praga

GOLDEN GOOSE, GCDS, ALEXANDER WANG 같은 다양한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다.

 

-젊은층에게 인기 많은 VNITROBLOCK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의 패션 소품뿐 아니라 요즘 트렌드인 리빙 편집숍의 고급스러운 버전 중 하나로 독특한 디자인의 테이블웨어, 문구, 책 등의 생활용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VNITROBLOCK 편집숍

자료원: 기고자 직접 촬영

 

-전문 슈즈 편집매장 humanic

Converse, Nike 또는 Tommy Hilfiger와 같은 유명 브랜드는 물론 20여개 브랜드의 신발, 가방, 악세사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편집숍이다.

 

- 31개국의 130여개의 브랜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biblooconceptstore

프라하 올드타운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biblooconceptstore의 경우 독창적인 패션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독특한 장소이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공간은 기존의 다국적 브랜드는 물론 재미있고 독창적인 디자인 제품 및 판매 성공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돼 있다.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쇼 및 장단기의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체코 내 배송 서비스는 특정 시간대에만 수령이 가능하고 가격 또한 다소 높은 편이라 체코 소비자들은 온라인 주문 후 매장 방문 수령을 선호하는데, 그 점을 고려해 bibloo에서도 온라인숍에서 주문 후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biblooconceptstore 의 물품 수령 장소

자료원: 기고자 직접 촬영

 

그 외 MInt의 프라하 패션 마켓은 체코의 모든 지역 및 프라하의 유명 쇼핑몰에서 매달 팝업스토어 방식으로 운영하며, 100여개의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과 다양한 고유 아이템 등 새롭고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편집숍은 유통업체에게는 타 점포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점차 세분화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패션업체에서는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써 각광받고 있다. 또한, 브랜드가 아닌 판매대(Rack) 별로 진열돼 있어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및 팝업이나 위탁 등의 형태로도 참여하기가 수월하다.

 

브랜드가 아닌 판매대 별로 진열돼 있는 biblooconceptstore

자료원: 기고자 직접 촬영

 

막스마라 그룹의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Pennyblack와 이탈리아 출신 패션블로거 Chiara Ferragni dml의 제품을 판매하는 pfb conceptstore의 관계자는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중이며, 소수의 패션 홀릭을 위해 어떤 편집숍보다 발빠르게 새롭고 과감한 브랜드를 구매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듯이, 소비자의 수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Spacepraga 편집숍은 상품 자체보다는 상품에 대한 경험 및 참여가, 구매 행동 자체보다는 소비 과정, 장소가 주는 특별함, 그리고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고 있다. 즉, 패션 역시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에 따라 차별화된 가치를 갖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밀려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 패션기업 및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국내 유통구조와 구매력의 한계로 글로벌 시장확대가 산업 경쟁력 및 성장동력 확보에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한국 패션 브랜드의 프라하 현지 진출 시 처음부터 단독 매장 전개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편집숍 내에 입점해 시장 테스트를 거친 후 향후 백화점과 온라인몰 등 채널을 확대하는 접근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다. 차별화된 한국 브랜드만의 경쟁력으로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톰 그레이하운드 같은 한국 편집숍을 프라하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