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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변호사들이 알려주지 않는 국제소송 및 중재의 현실과 협상의 중요성
  • 외부전문가 기고
  • 미국
  • 워싱턴무역관 이정민
  • 2017-05-19
  • 출처 : KOTRA

 

 

 

최경식 UN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미국 블루스톤법률회사)

  
얼마 전에 필자가 일하는 건물에서 우연찮게 알게 된 미국 법률회사의 파트너급 미국 변호사 두 분과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한 분은 중재를 전문 변호사로 미국의 대표적인 중재단체인 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의 전문 중재인으로 선임될 정도로 경륜이 많으신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였고, 다른 한 분은 비교적 젊은 파트너급 변호사로 민사소송 전문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각기 본인이 일하는 사무실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주고받은 말이 재미있다. 필자가 “제가 느끼기에 소송은 가끔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민사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답변으로 “소송은 가끔이 아니라 매우 자주 비효율적입니다. 우리는 참 재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송 및 중재가 전문인 변호사들인데 고객에게는 가능한 하지 말라고 말려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소송과 중재 전문 법조인으로서 한평생을 살아온 파트너급의 변호사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소송과 그나마 소송보다 효율적인 대안으로 잘 알려진 중재마저도 비효율적이라면 분쟁발생 시 효율적인 대응책은 없는 것일까? 본 기고문을 통해서 법률절차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을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송 및 중재절차의 현실과 좀 더 현명한 대응방안을 간단하게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소송과 중재의 비효율적인 첫번째 면모는 판결문의 집행 가능성이다. 소송에서 승소를 하게 되면 판결문을, 중재에서 승소를 하게 되면 중재판정문을 받게 된다. 명칭과 그 과정은 상이하지만 그 효과는 유사하다.  패소한 피고업체가 평판이나 자산차압 등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판결문 금액을 배상을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판결문과 판정문을 강제로 집행해 피고업체의 자산 또는 은행구좌를 차압을 해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을 발견하고 은행구좌를 발견하는 과정은 어려운 작업이며 그에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중간에 피고 회사가 파산신청을 해 버리면, 최소한 미국에서는 소송과 중재가 중간에 자동으로 중단이 된다(이를 법률용어로 'Automatic Stay'라고 한다). 반면, 회사가 파산신청을 하지 않고 단순히 폐업을 했거나 아니면 회사가 정상영업 중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자산도 없고 은행계좌에도 충분한 자금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판결문·판정문을 집행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어떠한 통계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70% 이상의 판결문이 집행이 안 되며 90% 이상의 소송 건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체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미국 법원에서는 높은 비용이 드는 소송의 폐해와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판(Trial)에 가기 전 강제조정(mandatory mediation)을 명령하는 추세이며, 강제조정으로 간 소송은 대부분 협상을 해 결국 기각되게 된다.
 
더불어, 중재판정과 같은 경우에는 중재에서 승소를 하고 나서도 일반적으로 그 판정문을 집행하고자 하는 국가 내 피고업체가 위치한 지역 법원에 별도로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재의 가장 큰 이점 중의 하나는 일반 민사소송 판결문은 그 나라 밖에서는 인정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반면, 중재판정문은 국제중재조약에 의거해 중재판결문을 어디서 받았느냐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인정이 된다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외국중재판단의 승인 및 집행에 대한 협약이라고 하며 준말로는 '뉴욕중재협약'이라고 일컫는다.이 조약은 1958년 6월에 작성해 1959년 6월에 발효가 됐으며, 한국 업체들이 거래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내법으로 받아들여진 국제조약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재판정은 집행하고자 하는 국가의 법원에 등록해 국내 판결문으로 변환시킨 후 별도의 집행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어떠한 국가에서는 '뉴욕중재협약'을 서명하고 국내법으로 발효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재판정에 대해서는 일반 국내 판결문에 비해 존중을 해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어려움은 그 비용과 시간이다. 소송과 같은 경우 미국에서의 순수 소송 비용은 그나마 매우 저렴한 편이다. 소장 등록 비용은 법원에 따라 한화 50만 원 미만이고 송달비용은 10만 원 정도이다. 그 외 소송 중간 중간에 케이스에 따라서 증언 녹취 비용, 전문가 고용 비용 등이 소모될 수 있으나, 가장 소송을 많이 하는 국가답게 순수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문제는 변호사 비용이다. 변호사들의 비용은 각 법률회사에 따라서 매우 상이하며 정해진 법칙이 없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이 주 고객인 대형법률회사에서는 시간당 비용을 요청하고 있으며, 변호사들의 경력과 법률회사의 방침에 따라서 1시간에 최소 몇십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의 비용을 요청하기도 한다. 반면, 중소법률회사에서는 좀 더 창의적으로 변호사 비용을 선불로 부담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소송을 통해 회수하는 금액의 일부를 받아가는 성공수수료(contingency fee)로 일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일정 착수금과 성공수수료를 섞어서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가 됐던 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배상비용을 받게 되면 그 비용은 만만치 않으며 이러한 과정은 아무런 보장 없이 최소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도 소요된다.
 
반면, 중재는 비용면에서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하다. 신청 비용이 정해진 소송과는 달리 중재 비용은 일반적으로 클레임 금액에 비례해 정해지며,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재인(arbitrator)의 비용은 별도이다. 더불어 중재인은 계약조건에 따라서 1명이 될 수도 있고 3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거래 금액이 200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인 경우 국제적으로 평판이 높은 파리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의 비용은 소송과 비교 시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소송과 중재 비용 비교(200만 달러 클레임 금액 기준)

구분


소송

특징

중재인 1인

중재인 3인

신청비용

US$ 350~450

US$ 31,215

US$ 31,215

중재인·판사 비용

없음

평균 US$ 60,844

평균 US$ 182,532

총합계

US$ 350~450

평균 US$ 92,059

평균 US$ 213,747

  

상기의 표를 보면 소송의 순수 비용은 350~400달러가 전부인 반면, 중재와 같은 경우에는 클레임 금액에 비례해 신청비용이 올라가고 중재인의 비용이 별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모되는 비용이 많다. 상기의 예로만 비추어 보면, 비용면에서는 중재보다 소송이 여러모로 좋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에서의 소송비용은 이렇게 저렴한 편이지만 남미나 유럽에서의 소송은 신청비용이 중재에 만만치 않게 값비싼 경우가 많다. 또한 중재인의 숫자, 중재원의 장소, 변호사 및 출장 비용, 중재 및 이행·집행소송 비용, 그리고 본문에서 다루지 않은 증거개시(Discovery) 과정 등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비용을 고려해 계약서를 현명하게 작성하면 중재에도 충분히 많은 이점이 있다. 


이렇게 소송과 중재가 비효율적이라면 국제거래 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장 효율적인 대비책은 계약서의 작성에 있다. 계약서상에 중재나 소송을 하기 전에 앞서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별 분쟁해결 방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 '분쟁발생 시 발생한 날짜로부터 며칠 내에 협상을 제시하자는 통지를 누구에게 어떻게 송부해 만나서 협상을 하는 방안(Meet and Confer)을 시도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자체적인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전문 조정인을 고용해 조정(Mediation)을 통해 해결을 하기로 한다. 이러한 조정 또한 실패를 한 경우 어디서 어떤 법에 따라 중재를 하기를 동의하며, 중재 시에는 몇 명의 중재인을 고용하고 어떠한 중재원에서 어떤 법에 따라서 하기로 한다'


중재와 소송 중에 법적절차를 선택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상대방이 위치한 국가가 '뉴욕중재협약'을 서명했으며 중재판정의 집행력이 인정되는가?('뉴욕중재협약'을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재판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일반 소송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
    - 그 국가에서의 기본 소송 신청비용은 어느 정도가 소요되며, 믿고 신뢰할만한 중재원이 있는가?(일반적으로 ICC나 런던 등읜 국제상사중재원의 비용이 국내중재원보다 값비싸다)
    - 중재인은 3명을 선임할 이유가 있는가?(중재인의 비용은 시간당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굳이 3명을 선임할 이유가 없다면 권하지 않는다) 
    - 중재 중 증거물을 수집하는 Discovery 과정에서 증언 녹취 등을 허가할 것인가?(증언 녹취는 출장, 증언녹취비용, 변호사 비용 등 별도의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중재절차를 위해서는 안 하기로 동의하고 진술서로 대신하는 편을 고려해 볼 만하다. 중재에서는 소송과는 달리 Discovery 과정을 상대방의 동의 하에 원하는 대로 제한할 수 있다)
    - 합리적인 변호사 비용 및 소송·중재 신청비용을 패소한 쪽이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할 것인가?(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별도의 계약조항이 없으면 모든 비용은 별도로 부담하는 반면,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패소한 쪽이 부담하게 돼 있다)

 

정리하면, 소송이나 중재 등의 법적 절차는 사람들이 생각하는만큼 정의를 구현해 주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국제거래 및 사업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결국 이윤문제이기 때문에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승소'나 '정의구현'이 아니라, '분쟁해결'과 '대금회수' 등이 돼야 한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단계별 해결방안을 계약서에 미리 마련해 분쟁발생 시 곧바로 법적절 차를 밟기보다 협상 및 조정 등의 단계를 거친 후, 마지막 수단으로 미리 고안해 놓은 중재와 소송 중 한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소를 잃기 전에 현재 있는 외양간을 튼튼히 해야 함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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