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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러시아 비즈니스 – “조합되지 않는 모자이크 조각 맞추기”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블라디보스톡무역관
  • 2013-12-31
  • 출처 : KOTRA

 

러시아 비즈니스 – “조합되지 않는 모자이크 조각 맞추기”

포스코 P &S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 문상규

 

 

 

나는 지난 2004년부터 약 5년간 모스크바에서 B2C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이후 분야를 옮겨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만 4년 남짓 블라디보스토크에서 B2B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18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인, 더 나아가 인류 전체를 영원한 모순(矛盾, contradiction)의 집적체라 규정하고 있는데, 나는 그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러시아 현지 비즈니스 경험에서 내가 추출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의 의미 있는 단상이요 단편적 참고사항일뿐 결코 일목요연한 설명은 되지 못할 것이다.

 

모순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러시아 비즈니스라는 것이 필수냐 선택이냐의 문제는 각자 기업이나 사업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만, 러시아는 한반도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향후 동북아 정세의 변화 여부에 따라서 우리 삶과 경제의 진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것은 분명해 보이고, 우리는 싫든 좋든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과 이웃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란 것도 거의 분명해보인다. 시간적 문제는 있지만, 러시아 비즈니스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라고 가정해볼 수 있겠다.

 

경쟁력 확보 없는 정치적 로비는 백전백패를 부를 수 있다.

 

취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업 영역이 러시아 정부가 발주하는 입찰의 대상일 경우, 의사 결정자(Decision Maker)에 대한 접근과 관계 구축이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대두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가 명확한 차별적 경쟁우위를 우선 확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위 브로커나 에이전트를 통해 정치적 라인에 줄을 대거나 하는 것은 아무런 결과도 보장하지 못하며 오히려 영업정보만 노출되고 다른 로비 라인의 대응력만 키워 줄 가능성이 크다.

 

먼저 순수한 시장 개념에 근거한 경쟁적 관점에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 능력을 포지셔닝(Positioning)해야 하며 정치적 관계성이나 로비 변수는 부가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러시아 관급 입찰시장에 정치적 변수나 로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로는 승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설사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스팟성(spot) 계약에 그칠 것이고 장기적인 수주를 획득하긴 어렵다.

 

우수한 현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 요소

 

B2B시장에서의 입찰 경쟁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긴박하고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입찰 관련 진행현황이나 경쟁 응찰자의 정보, 제안에 대한 1차적인 반응 등 알고 싶은 정보는 많으나, 신뢰할 만한 정보원이 없어 답답하고 때로는 피를 말리게 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간접적인 정보나 흘러나오는 소문이라도 포획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고용하고 있는 현지 인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10년간의 러시아 비즈니스 기간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경우 반드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현지 인력이 있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많은 경우 에이전트나 브로커를 통해서 정보를 취득하고자 하고 현지 인력은 보조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전트나 브로커는 오직 자신의 사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 의해 정보가 다시 한 번 가공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예민하고 충성도가 높은 현지 인력을 가장 중심적인 정보원으로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지 조직은 강력하고 다소 수직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앞서 말한 우수 현지 인력 양성이 매우 중차대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매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 인력은 한국 인력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책임의식이나 윤리의식, 충성도 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때로는 영업활동에 받는 스트레스보다 내부 인력관리 때문에 상당한 골치를 앓게 된다. 사업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러시아 현지 조직을 민주적이고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성격으로 셋업(Set-up)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력이 급하다 할지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철저히 검증해서 신중하게 고용해야 하며 특히, 내부규율이나 윤리규율 등에 대하여 사전에 귀가 따갑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소 엄하고 권위적이며 수직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며 사소한 규율의 위반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바로 수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러시아 법률이나 회계적인 측면에서 합법성과 투명성, 윤리성을 유지함으로써 회사의 권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부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이며 잘못 길들여놓은 현지 인력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현지 인력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는 것도 필수이다.

 

러시아인에 대한 비즈니스 매너의 기대 수준은 낮추는 것이 좋을 듯

 

오랫 동안 러시아 현지 비즈니스를 하면서 지치는 것 중 하나가 러시아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사회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적 도덕성이 상당히 파괴돼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도덕이나 매너가 갖는 의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상당한 기업의 회사 사장도 약속을 어기기가 일쑤이며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힘이 우위에 있고 힘만 있다면 매너는 문제될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당사와 러 파트너사 간 회합을 준비하면서 러시아 측의 말 바꾸기 때문에 상당한 애를 먹어왔다. 또한, 스스로가 불리한 입장이나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경우에는 비겁하게 느껴질 만큼 연락을 피하거나 이전 약속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곤 했다.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한다는 자존심은 이해하지만, 국제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매너가 때때로 무시되는 것을 보면서 고객사로서 존중하긴 하지만 러시아 경영자를 존경하기는 힘들겠다는 회의가 든 적이 많다. 예측 불가능하고 작은 약속도 신뢰하기 힘들다. 결국, 러시아인의 말은 믿을 게 못 되는 것이다. 다만, 문서는 상당한 구속력을 가진다. 다소 중요한 회합 약속에 대해서는 문서로 사전에 확증해둘 필요가 있다.

 

법적 효력 없는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기업인들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의 지원 약속, 프로젝트 활성화에 대한 전망은 더 믿을 것이 못된다. 러시아에서 MOU만큼 흔한 것도 없다. MOU를 체결할 때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려는 수단인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주체들의 일종의 개발추진(Development)을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리가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MOU나 정치인의 발표에 의지해서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투자 결정을 앞두고는 우리는 경영학 교과서로 돌아가서 순수한 상업적 관점에서 투자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준으로 파트너에 대한 검증 작업을 선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행작업 후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투자결정 수위를 소폭 조정할 수 있다. 어떠한 장기 계약서나 투자에 대한 금융적 보증 등의 안전장치 없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나 약속에 의존할 수는 없다.

 

아직은 우리가 충분하게 러시아 시장에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제품이나 영역에 한해서 단독 혹은 경영권을 보유한 형식의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본다. 경험 없는 개발사업에 대한 러시아와의 합자 투자는 현 투자환경으로는 선뜻 권장할 수 없는 입장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투자가 실패율을 감쇄한다.

 

글을 맺으며

 

사회적 신뢰도가 낮고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비한 환경에서 독특한 지방적 멘탈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을 상대해서 비즈니스를 성공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러시아 비즈니스를 조합되지 않는 혹은 너무나 큰 모자이크 맞추기 같아 보인다. 언제 다 맞출지 혹은 만들면서 맞추어 가는 건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부분적인 모자이크 맞추기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하고 강력한 내부 조직과 경쟁력으로 묵직한 인내와 치열한 도전으로 승부해나가면 작은 성공을 가져올 것이고 이것이 큰 성공의 발판이 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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