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일, 중국의 공정경쟁심사조례가 발효되면서 전통적인 '세금 우대', '재정 보조' 등을 통한 투자유치 방식은 이제 역사가 됐다. 기금 등을 활용한 산업 투자와 같은 방식이 중국 투자유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역대 가장 엄격한” 투자 촉진 규정 시행

2024년 8월 1일, 중국의 공정 경쟁 심사 조례가 발효됐다. 조례는 법적 근거 또는 국무원의 승인 없이는 특정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없고, 특정 사업자에게 선별적 또는 차별적인 재정적 인센티브 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경영 요소에 대한 접근, 관리 수수료 및 요금 등의 측면에서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의 공정 경쟁 심사 조례 발표>

[자료: 중국 중앙 정부 공식 웹사이트]

한편, 이번 조례를 비롯해 ‘기업 및 투자유치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중국 국무원, 2024.6월),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을 위한 중대한 조치’(20기 3중전회) 등의 정책을 통해서 중국 지방 정부의 ‘세금 우대’, ‘보조금 살포’ 등의 투자유치 모델이 전환의 시기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조례가 발표된 이후, 적지 않은 지방 정부에서 세금 우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 중단을 검토 중이며, 기존에 실시했던 우대 정책의 위법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검토 내용을 통해 살펴본 바로는, 향후 폐지 또는 금지될 네거티브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조례 도입 이후 정책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일부 업종의 기업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기업에서는 “공정하고 통일된 경쟁 규칙 수립을 통해 투자 현장에서 고려해야 했던 문제들이 줄었다. 앞으로는 지리적 위치, 산업 가치사슬의 성숙도, 인력 채용의 편의성 및 현지 비즈니스 환경을 중심으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제살깎기식' 투자유치, 공정 경쟁에 심각한 영향

다수의 개발도상국은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자국의 노동권 보장, 환경 보호 기준을 낮추고, 세금, 토지 등에 대한 우대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서도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 간 유사한 경쟁적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정책이 제정된 바 있다.

(1) 지방 정부의 과도한 정책 지원 선언과 미시행

투자유치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을 먼저 '유치'하기 위해 계약서에 비현실적인 약속을 많이 했다. 일부 우대 정책은 국가 또는 지방 규정에 위배돼 금지되고, 일부는 상위 수준의 정책 조정으로 인해 시행이 어렵고, 일부 우대 조건은 주요 지도부의 변화로 인해 보류돼 투자자와 지역 경제 건설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가 증가하고 상환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의 재정을 사용한 세금 환급은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신용 위기까지 초래해 궁극적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이윤을 위해 ‘철새’처럼 돌고 도는 기업

지방 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에 낮은 산업 용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저가로 제공받은 토지를 사업 및 시장 개발 등 본연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시세 차이를 사용한, 이른바 ‘부동산 투기’로 사용하는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

한편 과거의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원식 투자유치 모델에서는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우대 정책을 이용해 단기 투기를 하는 산업도 있으며, 그 결과 한 지역의 우대 정책을 누린 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철새' 기업도 생겨났다.

(3) 지방정부 간 과도한 경쟁 유발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투자는 항상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우대 정책을 내놓으며,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곤 했다. 이 같은 '악성 경쟁'은 프로젝트 중복과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투자의 본질에서 벗어나 '전국 통일 대시장*'의 구축을 방해하기도 한다.

* 전국 통일 대시장: 상품 및 생산요소에 대해 지역 간 제한 없는 자유로운 이동을 구현해 최적화와 효율화된 시장

또한, 중국 지방정부가 종종 채택하는 '사례별'(case by case) 투자유치 방식은 기업에 제공하는 우대 정책이 불투명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편, 일부 지방 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향후 정부 조달이나 정부 투자 프로젝트에서 투자기업의 모든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데, 이는 공정 경쟁이라는 시장 원칙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투자유치의 변화, 자본 투자 부상

토지양도금, 세금 감면, 재정적 인센티브는 중국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일반적인 인센티브였지만 향후 공정경쟁심사조례에 의해 모두 금지된다. 따라서 조례의 시행은 투자유치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며, 중국 지방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책의 공식 도입을 몇 달 앞두고 베이징, 상하이, 우한, 장쑤성 등은 수백억에서 수천억 규모의 정부 산업투자지도기금을 발표했다. 이들 지방 정부는 반도체, 바이오의약, AI 등 신흥 산업에 기금을 투입, 관련 기업이 현지에 투자 및 정착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한편, 21세기 촹터우(创投)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안후이성, 후베이성, 상하이, 광저우, 충칭, 저장성 등 최소 14개 성(시)에서 1000억 위안 규모의 정부 주도 펀드 및 산업 기금을 설립해, 지분 투자 방식으로 혁신 기술 기반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역 산업 클러스터 발전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23~2024년, 1000억 규모의 정부 투자 기금 대표 성(시)>

[자료: 21세기 촹토우연구소, KOTRA 우한 무역관 정리]

지역별로 보면, 광둥성, 장쑤성, 상하이 등 연안 지역의 기금규모가 앞서고 있고 중서부 지역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특히 3000억 위안 규모의 장시성 현대산업지도기금, 2000억 위안 규모의 후베이성 정부지도기금, 2000억 위안 이상의 안후이성 신흥산업지도기금 등 지난 2년 동안 새로 설립된 1000억 위안 이상의 펀드 클러스터 중 중서부 지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한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중국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외국계 투자 기금 역시 늘고 있다. 2024년 8월, 한국 SK그룹의 사모펀드인 SL캐피탈과 우시 시 정부는 공동으로 10억 위안(약 1억4000만 달러) 규모의 한-중 반도체 창업 펀드를 조성해 한국의 주요 반도체 공급망 기업이 우시에 운영 기지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시사점

중국 투자유치 기조의 변화로 지방 정부 및 투자기업 역시 일대 변동을 맞이하게 됐지만,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필수 불가결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 전통적인 ‘세금 우대’, ‘재정 보조’, ‘저렴한 비용’ 등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중국 지방 정부 역시 법치, 투명성, 공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유치 기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린란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 지방 정부는 지역별 중점/특색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산업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것이고, 지금 나타나는 각지에서의 기금 설립은 이와 같은 목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히며, 과거와 같은 산업 구분 없는 무분별한 투자유치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최신 투자유치 업무 규범은 생산성 있는 서비스업, 첨단 기술 기업, 고급 제조업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고 노동 집약적인 기업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은 '우대 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자원 상황, 산업 체인 구조, 시장, 비즈니스 환경 등을 고려해 투자 위험을 줄이고 비즈니스 개선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자료: 중국국무원, 21세기 촹터우연구소, 우한시금용관리국, China Daily Website, Guochuang Lianxing, APEC, Sina Finance, KOTRA 우한 무역관 자료 종합